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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은 위험?..이젠 트럭에도 싣고 다닌다, 초소형 원자로 혁명.핵반응이 일어나는 '노심'크기 수십cm 수준으로 작고연료 한번에 10년간 사용'히트파이프'이용 전기 생산

Bonjour Kwon 2021. 7. 17. 18:45
2021. 07. 16.
기존 원전의 상식을 깨는 '초소형 원자로'

총 전력 생산량은 적지만
안전하고 이동 가능한 장점
화성 유인기지에 활용되고
남극·사막에서도 문제 없어
전기차 충전용으로도 제격
이르면 2024년부터 상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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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모듈원자로(SMR)가 기존 대형 원전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이 투자하는 등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계에서는 '더 작고 더 매운 고추'가 주목받고 있다. SMR보다 더 작고 마을 단위나 가구 단위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의 '초소형 원자로(마이크로리엑터)'다.
원자로는 크기에 따라 대형, 중소형, 초소형 등으로 구분된다. SMR의 경우 300메가와트(㎿) 이하의 출력을 내는 소형 원전이며, 초소형 원자로는 통상 10㎿ 이하의 출력을 내는 원자로를 말한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 건설된 신고리 4호기 전기 출력이 1400㎿인 것과 비교하면 약 140분의 1에 불과한 '꼬마 원자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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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꼬마 원자로는 그 쓸모가 더욱 각광받는다. 개발 속도도 빨라 이르면 2024년 상용화가 가능하다. 미국 벤처기업 오클로사가 개발한 마이크로 원전 '오로라'의 경우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인허가를 받으면 2024년도에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찬수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초소형 원자로의 경우 대부분 입증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허가 단계를 잘 밟는다면 곧 전력 생산을 하는 것을 우리가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SMR의 상용화가 2020년대 후반~2030년대 초반으로로 점쳐지는 것과 비교해보면 5년 가까이 빠른 셈이다. 영국은 2030년대까지 전 세계에 5㎿급 초소형 원자로 수요가 약 570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꼬마원자로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분야는 우주 탐사다. 초소형 원자로는 1950~1970년대 미국·소련 등지에서 연구된 바 있지만 실제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이뤄진 것은 2000년대부터다. 특히 달과 화성에 유인기지 건설이 논의되면서 기지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발전으로 원자력 발전이 대두됐다.

달과 화성에 장기간 머물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다. 태양광발전은 낮이 14일, 밤이 14일 계속되는 달에서 안정적인 전기 공급처가 될 수 없다. 화성에서 모래폭풍이 휘몰아칠 경우 태양광 패널을 모래가 완전히 가리게 되면서 전기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초소형 원자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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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LANL)와 항공우주국(NASA)은 이미 우주용 초소형 원자로(킬로파워·Kilopower)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0㎾ 전기를 생산하는 킬로파워의 경우 핵반응이 일어나는 '노심'이 지름 11㎝, 높이가 25㎝로 매우 작다. 하지만 연료를 한 번만 넣어도 10년간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10㎾ 전기를 생산하는 킬로파워 4기를 설치하면 달에 있는 우주기지에서 6명의 우주인이 생활하면서 탐사 장비 충전·운용이 가능하다. NASA는 2028년 달에 초소형 원자로를 설치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 킬로파워가 달에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킬로파워 프로젝트를 지상에서 구현하는 마지막 단계인 '크러스티' 시험은 이미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NASA에 따르면 2017년 11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네바다안보국에서 5개월 동안 다양한 시험을 수행했고 800도의 고온에서도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킬로파워 원자로는 '히트파이프 원자로'다. 히트파이프 원자로는 노심에 히트파이프를 설치해 노심에서 일어나는 핵분열 열을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로 이동시킨다. 일반적인 원자로는 터보 기기를 통해 강제로 순환되는 냉각재가 노심의 열을 전기 발생 장치로 이송한다. 하지만 히트파이프는 별도의 전력 공급이나 중력의 도움이 없이 열을 이송한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조형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우주 원자로는 무중력이나 낮은 중력에서도 열 전도가 잘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장치가 히트파이프"라고 설명했다.

사실 히트파이프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에 탑재돼 있다. 컴퓨터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에서 발생하는 열을 주변으로 분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과열을 막아준다.

히트파이프는 '파이프'라는 이름처럼 관의 모양을 하고 있다. 관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가운데는 뚫려 있고 관의 가장자리는 스펀지 같이 기공이 있거나, 아주 얇은 관이 촘촘히 박혀 있는 듯한 모양을 하고 있다.

파이프 내부는 진공 상태이며 이 안에는 액체 상태의 냉매가 기체 상태가 될 수 있을 만큼 소량 들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히트파이프 속에서 냉매는 액체일 때는 가장자리의 스펀지나 얇은 관을 적시면서 모세관 현상의 도움을 받아 흐르게 되고, 기체일 때는 뚫려 있는 관의 중심부를 통해 흐른다.

히트파이프 한쪽이 가열되면서 양 끝부분에서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 히트파이프 내의 냉매가 열을 품은 채 히트파이프 양 끝을 대류하면서 열을 전달한다. 가열되는 부분에서는 액체 상태의 냉매가 기화해 기체가 되면서 히트파이프 중심의 빈 부분을 따라 이동한다. 반대로 가열되지 않은 부분(냉각부)에서는 관의 중심에 있었던 냉매 기체가 식어 액화되면서 관의 가장자리의 모세관을 타고 이동한다. 두 가지 작용이 동시에 이뤄지며 냉매가 열을 신속하게 이동시킨다.

히트파이프의 이러한 원리 때문에 펌프나 밸브, 배관 등이 필요 없다. 부품이 줄기 때문에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워질 뿐 아니라 다른 기기들에 비해 고장 확률이 크게 낮다. 고장 확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안전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 원자력계는 우주용 히트파이프 원자로 기술을 바탕으로 지상용 ㎿급 히트파이프 원자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는 킬로파워의 기술을 바탕으로 한 2㎿급 지상용 초소형 원자로인 '메가파워' 개념을 개발했다. 메가파워는 트레일러로 이동이 가능하고, 전력이 필요한 지역에 도착한 뒤 3일(72시간) 만에 운영이 가능하다. 노심 수명은 12년에 달한다. 즉 12년 동안 연료를 교체할 필요가 없다는 소리다. 이 원자로 해체에 드는 시간은 7일이다.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도 킬로파워 실증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히트파이프 원자로 '이빈치(eVINCI)'를 개발하고있다. 기차와 트레일러, 배로 수송이 가능하고 핵연료 장전을 포함해 원자로의 모든 것을 공장에서 제작하며, 현장에서는 간단한 조립만으로 설치가 가능하다. 이빈치의 경우 2022년까지 관련 연구를 완료하고 2023년 실증로 건설, 2025년 상용 1호기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꼬마원자로들은 오지·극지·해양·군사기지 등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예정이다. 조형규 교수는 "초소형 원자로에 가장 관심을 가지는 기관은 미국 육군"이라며 "해외에 주둔 중인 미군 사상자 중 약 절반이 연료와 식수 등의 물자 수송 중에 발생한다"며 "마이크로 원자로를 설치하면 사상자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가 많아질수록 마이크로 원자로가 전기차 충전소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조 교수는 "사막 한복판이나 산속 한복판에도 전기차 충전소가 필요하다"며 "원자로를 통해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난지역에서도 마이크로 원자로가 재해 복구에 중요한 임무를 담당할 수 있다. 김찬수 박사는 "예를 들어 허리케인이 덮쳐 도시가 망가졌을 때 트레일러에 원자로를 싣고 재난지역에 가서 전력망을 연결해 이를 바탕으로 도시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복구가 끝나면 원자로를 셧다운시켜 도로 트럭에 싣고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해저기지 등 다양한 활용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남극 세종기지 등에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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