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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글로벌 M&A 2.0 "지배 아닌 소유" 빅딜·경영권 집착 버린 '글로벌 얼라이언스' 전략…新삼성 동맹으로 '이이제이'

Bonjour Kwon 2013. 10. 30. 20:32

2013.10.30 07:31+크게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삼성의 M&A(인수·합병) 전략이 '글로벌 얼라이언스'(연합군 전략)라는 새로운 모토로 진화하고 있다. 한때 무모했고 때론 보수적이었던 이들의 전략이 충분한 시행착오 단계를 거치며 진화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보다 정교하고 섬세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1조 날린 AST, 1조 남긴 시게이트 = M&A에 있어 삼성의 수준이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단면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 20년의 격차를 두고 상반된 결과를 가져온 AST리서치 인수와 씨게이트 지분 거래가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90년대 개인용컴퓨터(PC) 시장에서 상위권 기업들과 격차를 줄이려던 삼성전자 (1,500,000원10000 0.7%)는 M&A라는 급진적인 방법을 택했다. 1995년 PC 시장점유율 1.9%(129만대)를 차지하며 세계 6위권에 있던 미국 AST리서치를 단숨에 인수했다. 삼성은 호기롭게 살로먼브라더스를 앞세워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채무까지 떠안았다. 하지만 주축 경영진이 빠져나간 회사는 3년 만에 자본이 잠식돼 미국 증권거래소에서 쫓겨났다.

 

90년대의 삼성은 미국 회사의 경영진과 노동조합을 다룰 능력이 부족했다. 당시 실무진은 AST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그런 유산을 담을 문화적 포용력이 충분치 않았다. 15억 달러를 쏟았지만 1조원 이상을 잃은 실패였다.

 

20년 전의 실패와 달리 최근 삼성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찾고 있다. 2011년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사업이 시장 진입자들의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하자 곧바로 사업부 매각을 결심했다. 강한 경쟁사였던 시게이트에 관련 사업을 넘긴 것이다.

 

삼성은 그러나 HDD를 매각하면서도 업계 구조조정을 내다보고 사업 재투자 효과를 냈다. 사업부 양도 가격 13억7500만 달러 가운데 절반을 현금 대신 시게이트 지분으로 취득해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삼성은 시게이트 이사회에 참여해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와 HDD를 공유하는 사업 제휴도 맺었다.

 

삼성의 전략은 거래 후 2년여인 이달 초 대성공으로 귀결됐다. 보유 중이던 12.6%의 지분 중 과반인 9%(3270만주)를 시게이트 이사회가 15억518만달러(약 1조6200억원)에 되사기로 한 것이다. 삼성은 취득원가의 세배에 지분을 팔아 매각지분만으로도 1조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고 여전히 3.6%를 보유해 제휴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얼라이언스 '新삼성 동맹' =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8년 9월 삼성전자는 세계 1위 플래시 메모리 카드 제조사 샌디스크 인수를 계획했다. 나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 시가총액이 3조원대로 반 토막이 나자 4조원 이상을 제안해 현지 이사회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경영권 인수가 아니라면 관심이 없다고 버텼던 극단적인 전략은 실패하고 말았다. 미국 언론과 이사회가 융통성 없는 제안을 삼성 제국의 영토 확장쯤으로 해석하면서 여론도 등을 돌렸다. 삼성은 계획에 실패했지만 금융위기를 거치고 나서 샌디스크의 시가총액은 17조원대로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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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을 아깝게 놓친 삼성의 사고는 최근 한층 유연해졌다. 미국이나 유럽의 글로벌 기업 경영권을 차지해 PMI(인수 후 통합) 리스크를 부담하기보다는 지분 투자라도 마다하지 않고 느슨한 연대를 만들어두는 것이다. 어깨에서 힘을 뺀 전략은 광범위한 제휴를 도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네덜란드 ASML 투자와 미국 코닝 거래가 대표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8월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리소그래피) 장비사 ASML에 7억7900만 유로(1조14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5억유로 들여 지분 3%를 사고 5년간 나머지 자금을 차세대 기술 R&D(연구개발)에 쏟기로 한 것이다. ASML 주주가 된 삼성은 비슷한 전략을 활용한 인텔과 함께 대만의 경쟁사들을 따돌릴 기회를 얻게 됐다. 경영권에 대한 집착은 버리고 산업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M&A를 통해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을 최고조로 활용한 케이스는 최근 석 달간의 협상 끝에 타결된 삼성디스플레이와 미국 코닝의 교환거래를 꼽을 수 있다. 삼성코닝정밀소재를 합작했던 양사는 삼성의 지분 43%를 코닝에 넘기고 7년 후 삼성디스플레이가 코닝의 대주주가 되는 협상안을 만들어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부를 넘기는 대신 23억 달러의 코닝 전환우선주를 취득해 차후 최대주주(7.4%)가 되기로 한 것이다.

 

삼성은 이 딜로 후퇴하는 LCD 산업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서도 코닝을 중장기적인 우군으로 끌어들이게 됐다. 경영에는 관계하지 않지만 코닝에서 LCD를 받아쓰는 글로벌 라이벌 애플의 전략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유하되 지배하지 않겠다는 M&A 정책은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호감을 사기에 충분하다.

 

연 40조 이익…과감한 투자로 우군 확보 = 삼성의 대표기업 삼성전자는 올해 4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이 그룹은 국내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더 이상 영토를 넓힐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이 처한 국내적 현실의 한계는 해외로 시각을 자연스럽게 넓히는 동기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미국 벤처의 본산인 실리콘밸리에 1억 달러 규모의 벤처펀드를 설립하고 초기기업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빅딜에 있어선 디테일을 따지는 섬세함을 갖췄지만 초기 기술과 벤처 투자에 있어서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좀 더 과감해진 모습이다. 삼성은 2000년대 초반 스마트폰에 대한 애플의 혁신과 모바일 생태계의 성장을 알아보지 못했던 과오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내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한 삼성은 이젠 자신들의 경쟁사에 투자하는 여유도 갖췄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가 독자적 판단에 따라 팬택에 올해 5월 530억원을 지원한 것이다. 휴대폰 제조업계의 경쟁구도가 3각으로 압축되고 그마저도 온전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자 조건 없는 지원책을 내놓았다. 삼성은 이제 업계의 성장과 건전한 경쟁을 위해 라이벌을 돕는 수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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