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물류창고등

물류투자 후발주자로 나선 롯데, 2025년부터 5년간 1조 들여 6곳 CFC 건립 목표 롯데가 토지 및 건축비 대고, 오카도는 기술력 지원

Bonjour Kwon 2023. 1. 29. 21:04


물류투자 후발주자로 나선 롯데, 한국서 ‘오카도 공식’ 성공 가능할까
22.11.04 0
2025년부터 5년간 1조 들여 6곳 CFC 건립 목표
롯데가 토지 및 건축비 대고, 오카도는 기술력 지원
높은 배송 정확도와 낮은 폐기율 따른 물류 효율화
늦은 진입에 지나치게 장기적인 건립 계획은 지적

롯데그룹이 대규모 물류 자동화 투자를 예고했다. 직접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글로벌 선두 업체의 플랫폼을 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이베이코리아 M&A 포기 이후 잠잠했던 롯데가 이번 결정으로 유통 방향성을 확실하게 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늦게 물류에 힘을 싣는 만큼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일 롯데쇼핑은 영국 기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Ocado)와 온라인 그로서리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5년간 1조원을 들여 관련 기술이 접목된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게 협약 골자다. 롯데가 자동화물류센터(CFC) 부지와 건축비 등을 부담하고, 오카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물류 효율화는 전세계 유통기업의 과제다. 내재화와 위탁 등 저마다의 전략으로 일단 시장에 모두 뛰어들었으나, 아직까진 확실한 수익화 전망을 가시화하지 못했다. 배송 속도를 높이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데 토지가격 및 설비투자 부담에 무작정 규모를 키우기는 어렵고, 비슷한 모델의 경쟁사는 넘쳐난다.

롯데의 오카도와의 파트너십 발표는 업계 주목도가 컸다. 투자에 보수적인 롯데가 유통에도 조 단위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중·장기적인 비전까지 밝혔다는 점에서다. 롯데는 작년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 인수전 막판에 발을 뺐다. 앞선 4월엔 2년 만에 새벽배송을 철수하는 대신 바로배송에 집중키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롯데 유통의 방향성은 확실하게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직접 기술 개발에 나선 글로벌 유통사 아마존과 월마트, 국내 라이벌 이마트 등과는 상반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온·오프라인 물류 인프라가 통합되지 않은 전통 유통사라면 직접 개발보다도 오카도 OSP(Ocado Smart Platform)를 이용하는 쪽이 유리할 수 있다. 3% 중반으로 추산되는 라이센스 비용보다 직접 운영에 따른 폐기 발생 및 매장 내 픽업 등에 따른 비용 발생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롯데는 3년 전 몇몇 지점을 통해 오카도 모델을 시범 테스트했다. 냉장·냉동이 필요 없는 가공식품과 생필품을 시작으로 점차 상품군을 확대해갔다. 이 과정에서 오카도 모델에 확신을 얻고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해보고 통크게 들어가는 전형적인 롯데 스타일" "후발주자지만 정통파 스타일" 등의 평이 나온다.

롯데는 OSP 도입으로 배송의 질을 대폭 끌어올리길 기대하고 있다. 오카도는 단순한 유통기업이 아닌 '테크놀로지 회사'를 표방한다. 로봇들이 창고 내부에 미리 설정된 그리드를 따라 제어된다. 약 5분간 50개 품목의 식료품 주문을 처리, 고객 배송 준비까지 약 15분을 소요한다. '인간의 손길을 다 한번도 거치지 않고 문밖으로 제품을 내보내는 것'이 이 회사의 최종 목표다. 기존 마트가 시간당 120개의 주문을 처리할 때 오카도의 CFC는 550개를 처리하는데, 정확도가 97~99%에 이른다. 식품 폐기율은 0.4%에 그친다. 마켓컬리가 1%, 대형마트가 3%, SSM이 4%, 편의점이 12%인 점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있다.


남은 문제는 이번 제휴가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냐다.

오카도는 글로벌 CFC를 확장하면서 판관비가 크게 늘었고 적자폭도 커졌다. SKU(재고보관단위)가 늘수록 재고 분류·보관·주문처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비례해 늘기도 한다. 다만 오카도는 5만개의 SKU에도 불구 주문당 비용이 주는 추세고,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물류센터와 비교해 인건비 투입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전제에서다.

국내 유통사들 역시 오카도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왔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자동화 체계는 구축하지 못했다. 저마다 수천억에서 수조원을 쏟았지만, 기대만큼의 실질 효율은 나오지 않아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오카도의 경우 무료배송 기준이 120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바구니'를 팔아 남길 수 있는 이익이 크니, 다소간의 배송 비용도 감수할 수 있지만 이를 한국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쉽지 않다. 쿠팡을 제외하면 한국 유통사의 무료배송 기준은 4만원 안팎으로 정립돼 있다.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상품을 한 번에 구매해줘야 물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롯데는 '다양한 배송시간 적용'을 내걸었는데, 라스트마일이 많을수록 비용도 많이 발생한다. 자동화됐다는 국내 물류센터 대부분이 상품 피킹·패킹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까지는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유통사들도 '자동화를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인건비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교훈을 얻고 있다. 롯데와 오카도의 성패는 사람의 손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완벽한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린 셈이다.

시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혼재된 모습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카도는 한국 기업 거의 모두가 벤치마킹하는 곳이고, 여전히 적자지만 꽤나 자동화가 많이 이뤄져 있어 현재 가용한 물류 솔루션 중 최선의 선택지일 수도 있다"며 "롯데가 새벽배송 실패 등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통 관련업체에 투자한 사모펀드(PEF) 관계자는 "업계 선두인 오카도의 그 기술을 가져오는 건 분명 의미가 있지만 당장이 아니라 2025년 이후에야 적용된다는 점은 문제"라며 "이미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거세고 1~2년이 급한데 오카도의 기술을 접목하는 시점에는 이미 업계가 재편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2022년 11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