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0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국민연금은 규모면에서 '세계 4대 연기금'으로 불리지만 구조적인 면에서는 여전히 후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상위기관의 지나친 간섭, 적시성이 떨어지는 감사 등이 기금운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전문성 부족 기금위, 투자 다변화 '발목'=국민연금은 대체투자를 강화하는 추세 속에서도 헤지펀드에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금위는 헤지펀드를 '위험자산'으로 간주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수익률·안정성 측면에서 연기금이 분산투자하기에 알맞은 상품이다. 기금규모 400조원으로 국민연금과 비슷한 네덜란드공적연금(ABP)은 2011년말 기준으로 기금의 4.4%를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공근로자연금(CalPERS)은 2400억 달러 가운데 2.1% 가량인 50억 달러(5조3000억원) 이상을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체투자 확대 속도를 고려했을 때 헤지펀드 투자를 통한 투자대상 다변화가 절실하지만 기금위가 허가를 해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위기 때 일부 헤지펀드들이 천문학적인 손실을 봤던 이미지를 아직 지우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금위의 '비전문성'이 국민연금의 투자대상 다변화를 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금위는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측 당연직위원 6명 외에 민간 위촉위원 14명이 참여한다.
위촉위원들 중에서 금융 및 시장전문가는 전무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각계에서 위원들이 확정되기 때문에 가입자 대표성은 높지만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금위를 민간상설화해 위원을 모두 금융전문가로 대체하고 기금운용본부를 국민연금공단에서 분리시키기 위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기금위 위원을 모두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다면 가입자 대표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위원장인 복지부 장관이 가운데 앉아 보고만 받는 경직된 구조로 기금위 회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측 인사들의 참석률도 떨어지는 편이어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위촉위원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대체투자를 늘려야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역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 연연 감사 그만둬야"=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적시성 있는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비리나 부조리를 발견해야 할 감사가 운용성과와 수수료에 딴죽을 거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운용역들 사이에서 "일할 시간이 없다"는 푸념마저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올 초 국민연금 감사결과를 발표했으나 주로 사후적인 수익률 및 관리부족을 지적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사원 지적 사항 중에서는 급락한 주식에 대한 추가 매수가 수익 측면에서 실패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감사의 '단골손님'인 위탁운용 수수료를 낮추라는 압박도 빠지지 않았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외부 위탁운용 수익률이 낮다"는 추궁이 이어졌다.
무리한 감사로 인해 자본시장이 받는 피해도 막대하다. 국민연금은 기금규모가 400조원에 달해 정책 변화가 자본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감사원과 국회의 감사 결과를 이유로 위탁운용 수수료를 낮추면 다른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 전체적으로 자산운용사에 수수료를 인하하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국내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가 언제부터인가 국민연금 수익률에 대한 꼬투리 잡기가 됐다"며 "외국의 경우 감사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비리 적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 내부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을 점검해 성과가 부진한 운용역을 교체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는 게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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