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0 06:00+크게
(머니투데이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달 27일 금융위원장은 10년간 금융업 부가가치 비중을 10% 높인다는 이른바 '10-10밸류업'을 제시하면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부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자본시장의 역동성 제고'와 '경쟁력 있는 금융투자산업' 육성도 그 중에 포함된다.
자본시장의 활력은 경제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데 과거 10여 년 동안 자본시장의 자금중개기능은 오히려 부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기업들은 오히려 자기자본조달비용을 더 부담스러워하고 있고,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까지 겹쳐 자본시장의 기능이 위축된 데다 증권업 수익의 절반이 위탁수수료인데서 자명하게 자본중개역량도 그리 높지 않다.
그렇다면 이달 2일 발표한 '자본시장의 역동성 제고 상세추진계획'은 자본시장의 자본중개기능을 활성화하고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게 할 수 있을까. 이 계획에 의하면 수요, 공급, 플레이어, 인프라 면에서 각각 자본시장의 투자수요 기반 강화, 자본시장의 투자상품 확충,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역량제고 및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라는 4대 전략 하에 사모펀드 제도개편 등 12개 과제가 우선 추진되고, 금융투자업 중심의 금융전업그룹 육성 등 8개 과제가 중·장기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들의 배경에는 현재 출산율의 저하와 고령화의 빠른 진전 그리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커지는 투자자기반의 변화가 고려되었고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된다는 예측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산업에 대한 정책방향 설정 때 수요와 공급, 그리고 플레이어와 인프라를 함께 정비하려는 금융정책당국의 진단과 대책에 크게 공감한다. 왜냐하면 신뢰받는 자본시장과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수요와 공급 못지 않게 역량 있는 플레이어와 인프라 정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계획의 추진이 자본시장의 역동성 제고 및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다음 사항들에 대한 고려와 검토가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우선, 수요전략에 의하면 향후 투자자 수요기반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자본시장의 주된 참여자는 개인보다는 기관투자자 내지 전문투자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갈수록 상품의 전문화 내지 복잡화를 고려한다면 시장의 주된 참여자로서 기관투자자 등 전문투자자의 비중을 높이는 수요구조의 재편은 바람직하다. 다만, 기관투자자의 투자성과는 곧 이들에게 자금을 맡긴 일반투자자의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의 위험관리 및 수탁자 책임에 기초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며 이를 담보하는 법제도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공급전략 측면에서 중위험·중수익투자상품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에서 혹 ETN(상장지수채권)을 중위험상품으로 판단하였다면 이는 위험한 판단이 될 수 있다. 향후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가 도입되면 변동성지수를 거래대상으로 하는 ETF(상장지수펀드)와 ETN의 등장도 쉽게 예상된다. 그러나 이들 상품들의 경우 장기투자자에게 오히려 손실을 입힌다는 연구결과가 적지 않으며 더욱이 레버리지 변동성지수를 거래대상으로 하는 ETN은 변동성지수선물시장의 거래유동성 확대에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셋째, 증권회사 M&A촉진 및 IB역량 제고와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개선 등 자본시장 플레이어의 역량제고방안은 앞으로 금융투자산업과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NCR완화는 기업대출을 포함한 IB업무의 원활한 영위를 지원하기 위함이다. 다만, NCR 완화는 합병을 통한 대형증권사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정책적 인센티브가 될 수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경기 악화 때 부작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특히 기업대출심사경력이 일천한데다 장부에 잡히지 않는 부외채무의 다종다양한 기업신용공여가 있는 경우라면 급작스런 경기 악화 때 NCR완화조치는 기대한 것과는 매우 상이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프라 개선을 위한 불공정거래행위 근절방안인 과징금제도는 조속히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위원회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향후 자본시장에서 전문플레이어들의 참여와 첨예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에 기초한 거래가 담보되지 않으면 오히려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들이 빈발할 수 있다.
특히 헤지펀드 활성화와 변동성지수선물시장의 도입 및 변동성지수를 거래대상으로 하는 ETN 같은 구조화증권은 파생상품과 레버지리의 이용을 지금보다 증대할 것이며 이들을 이용한 다양한 구조로 설계된 거래들이 시장에서 과연 허용되는 거래인지 의문시되는 경우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의 사전정립과 함께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할 경우 신속히 제재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과징금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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