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합투자기구관련 제도,법규등

사모펀드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거나 부정적 태도를 대체로 보여온 진보진영에서 사모펀드를 제대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Bonjour Kwon 2013. 12. 19. 03:19

경제개혁연대 이끄는 김상조 교수

 

18 12월, 20:38www.hani.co.kr

‘사모펀드 우군’ 역을 자임한 인물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무역학)다. 그는 10여년 동안 경제개혁연대를 이끌며 재벌개혁 등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진보적인 견해를 피력해온 대표 학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17일 자본시장연구원이 주관한 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사모펀드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김 교수는 “경제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험자본의 육성이 필요하다”며 사모펀드 육성 쪽으로 방향을 잡은 정부 방침에 공감을 드러냈다.

 

 그는 또 “무엇보다 그간 사모펀드에 대해 진보세력이 가졌던 세가지 우려가 완화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가지 우려란 사모펀드를 재벌기업들이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활용하거나 우회적으로 은행을 소유하는 수단으로 이용(금산분리 형해화)할 위험성, 또 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된 만큼 재벌들이 사모펀드를 경유해 지배력을 확장할 유인은 줄어들었다. 또 ‘론스타 사건’ 교훈으로 어떤 관료들도 사모펀드들이 은행을 편법 소유하는 걸 허가해줄 가능성도 낮아졌고, 오버뱅킹(은행 과잉 현상) 상황에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들이 은행을 갖기 위해 수조원 투자를 할 이유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우려가 낮아졌으니 반대할 이유도 줄었다는 취지다.

 

 정작 김 교수의 걱정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는 “사모펀드 등록제로 전환해놓고 금융위가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창구 지도를 해서는 제도 개선의 취지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 정도현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업계를 대표해 나온 토론자들이 투자자 보호와 펀드 난립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며 “사모펀드 운용업자의 등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데 대한 반론이었다. 김 교수는 “사모펀드는 투자자 책임을 기반으로 운영돼야 한다. 이런 특성을 갖는 사모펀드에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운용업자 등록 요건 강화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이미 시장에 진입한 기득권자의 논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 방안 중 또다른 쟁점인 개인투자자 최저 출자한도(5억원) 규제 도입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주목할 만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사모펀드는 손실이 크게 나더라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에 한정해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저 출자한도를 5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의 긍정성에 대해 진보진영 쪽 학자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물론 “사모펀드 활성화는 기업 구조조정 등에 도움이 된다”(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 사모펀드의 순기능을 강조하는 시각도 진보진영에 존재하지만, 사모펀드를 신자유주의의 첨병쯤으로 보면서 백안시하는 태도가 여전히 진보진영 일부에 많이 남아 있다. 김 교수는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나의 입장은) 진보진영 내 토론이나 공감대 속에 나온 것은 아니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진보진영 내에 존재하는 금기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