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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현대상선 "배, 팔긴 파는데…" 사업 '방호막' 벌크 전용선 정리…자구안이 '자충수' 될 수도

Bonjour Kwon 2013. 12. 24. 20:34

2013.12.24 16:03+크게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한진해운 (6,570원20 -0.3%)과 현대상선 (10,950원650 -5.6%)의 벌크 전용선 사업부 정리로 두 해운사 회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벌크 전용선 사업부 정리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속한 한진그룹, 현대그룹 자구안의 한 축이다. 이를 통해 두 해운사를 유동성 위기에서 구한다는 것이 자구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두 회사 사업의 '방호막' 격인 벌크 전용선 사업이 정리되는 경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존립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벌크전용선 사업부문을 매각해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키로 했다. 현대상선 역시 벌크 전용선부문의 사업구조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구체적인 구조조정 방안은 추후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매년 벌크선 사업을 통해 각각 1조5000억원, 1조7000억~2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철광석과 석탄 등을 운송하는 전용선을 통한 매출은 절반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크선 사업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전체 연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5%, 30% 수준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매출은 컨테이너선 운용을 통해 올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벌크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셈이다.

 

하지만 벌크선 사업은 경기에 관계없이 고정적 매출을 올릴 수 있어 두 해운사에는 일종의 사업 '방호막' 격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벌크선 사업은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현대제철, 글로비스 등과 1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맺고 진행 중이다. 원가에 마진을 붙여 수익을 내는 구조로 사실상 원가가 보장되며 운임률도 장기 운송 계약에 따라 결정된다. 국내 고객사로부터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받는 '알짜' 사업이다.

 

더구나 최근 벌크선 사업의 국제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도 급등하며 앞으로 업황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벌크 전용선 사업부 정리가 자구안에 포함된 것 역시 이 사업이 해운 경기와 무관하게 적정 마진이 보장되는 사업이므로 시장에서 팔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벌크 전용선 사업부 정리 결정 과정에서 채권단의 압력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유동성 위기라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하는 상황"이라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벌크 전용선 사업 정리가 마무리되고 컨테이너선 사업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우 두 해운사 사업 리스크는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테이너선 사업은 벌크선 사업과 달리 해운 시황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고 경기의 영향도 그만큼 크게 받기 때문이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구안이 장기적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두 해운사의 실적이 회복돼야 한다"며 "하지만 벌크선 사업이 정리되는 상황에서 내년 컨테이너선 시황도 오리무중인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