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12월, 17:07www.fnnews.com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을 빼면 국내 대기업 중 인수합병(M&A) 여력이 있는 곳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M&A업계 관계자가 지금의 시장을 단적으로 설명해준 말이다. 시장에 매물이 넘치지만 M&A에 적극적인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알짜 기업에만 인수자가 몰리고, 이들만 제대로 몸값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자의 저주' 걱정하는 대기업들
기업들이 M&A에 접근하는 방식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다. 여기에 기존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도 변수로 작용한다.
반면 사모펀드들은 '인수 후 어느 정도의 내부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느냐'와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쉬운가'를 본다. 투자라는 측면에서 일반 기업이 챙겨야 할 부분이 사모펀드보다 훨씬 많다는 얘기다.
특히 인수 후 제기되는 '고가인수' 논란도 전략적 투자자(SI)들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M&A에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던 한 대기업은 인수기업의 실적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고가인수' 논란이 제기됐고 이후 시장에서 극도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M&A를 주도하는 경영진이 보수적으로 방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M&A로 덩치를 키웠던 STX, 웅진, 동부 등 중견그룹들이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것도 SI의 발목을 잡는 부분이다. 이들 그룹은 호황일 때 적극적인 M&A로 그룹의 덩치를 키웠지만 경기가 꺾이면서 대규모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재계 순위 13위와 31위, 17위까지 올라섰던 그룹들이 M&A 후유증으로 되레 회사를 매각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오너의 부재…M&A 쉽지 않다.
결국 M&A를 결정하는 것은 누가 뭐래도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다. 시장에 아무리 좋은 매물이 나와도 CEO의 시각이 부정적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지만 적자기업이라도 경영적 판단으로 M&A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고가인수 논란, 중견그룹들의 후유증 등 악재 속에서도 뚝심 있게 M&A를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CEO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문제는 상당수 대기업이 사실상 CEO 부재 상황이라는 점이다. 현재 SK, 한화, CJ그룹이 오너 공백으로 M&A시장에서 2선으로 물러나 있고 일부 기업은 CEO 교체로 당분간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기 힘든 모습이다. 실제로 올해 M&A 시장에서 이들 그룹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결국 수십개의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SI들은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 힘든 것이다.
■PEF 'M&A 본능' 어디까지
SI들의 몸 사리기 속에서 M&A시장 무게추는 사모투자펀드(PEF)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올해 대부분의 M&A에서 SI인 기업들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들이 격돌했지만 핵심은 사모펀드의 자금력을 일반 기업들이 얼마나 따라갈 수 있느냐로 갈렸다.
16곳에 달하는 예비입찰자가 참여했던 웅진식품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빙그레, 신세계푸드 등 중견기업을 누르고 인수에 성공했고 MBK도 한화생명, 교보생명과의 경쟁끝에ING생명을 품에 안았다. 특히 동양생명과 동양매직은 사모펀드에 우선협상자 자리를 내주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사모펀드가 인수전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매각가격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매도자 측에서는 사모펀드의 가세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모펀드라고 해서 모두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이엠투자증권, 예성저축은행, 동부익스프레스의 우선협상자였던 CXC와 키스톤, 큐캐피탈파트너스는 인수자금 조달에 차질을 겪으며 우선협상자 자격을 잃거나 박탈될 위기다. 경쟁입찰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자가 됐지만 자금줄인 기관이 밸류에이션 고평가, 업황 불안 등을 지적하며 투자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우선협상자 선정과 최종 인수는 별개의 문제가 된 셈이다.
M&A에서 일반 기업과 사모펀드의 대결구도는 이미 굳어졌다. 결국 쏟아져 나오는 매물들의 인수전은 대형 사모펀드들이 가세하느냐에 따라 흥행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하지만 사모펀드들마저 메리트를 느끼지 못하는 매물은 결국 매각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다.
특별취재팀 김병덕 팀장 박신영 강재웅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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