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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법이 낳은 폐차산업의 위기와 기회2013.07.17

Bonjour Kwon 2014. 3. 4. 11:23

95%에 집착 말고 한국 실정 맞는 제도정비 우선돼야
자원순환법이 낳은 폐차산업의 위기와 기회
환경부 자동차재활용 시범사업 2년
완성차-재활용업계 의사소통 길 열려
재활용 산업발전에 큰 밑거름 될 것
官주도 법개정 영세업자 설자리 위협
완전 EPR보다 제한적인 EPR 바람직

전기·전자 및 자동차 자원순환에 관한 법시행 6년을 맞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와 수입사, 관련재활용업계는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해가고 있지만 특히 폐차업계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현재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EPR(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즉 생산자재활용책임제도가 자동차자원순환법의 운영핵심이 되면 향후 폐차업계에 쓰나미급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 같다.

◆자동차자원순환법은 왜 만들어 졌나
자동차자원순환법은 폐자동차의 발생량 증가로 야기할 수 있는 환경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EU와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들은 이미 자동차 제작단계에서부터 사용 후 폐기까지의 전 과정을 통해 유해물질 사용제한과 재활용 촉진을 위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우리도 그런 자원순환체계를 지역별로 구축하겠다는 것이 법의 핵심이자 목적이다.

자동차자원순환법과 연계된 관련 법으로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법, 생산자 재활용 책임제도(extented producer responsibility)가 있다. 외국사례로는 EU의 유해물질 사용제한 지침(RoHS), 유럽의 폐차처리 지침(ELV) 규정이 참고가 됐다.

◆2015년 재활용률 95% 목표
자동차자원순환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 목표설정이 중요했다. 우선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재활용률을 85%로 정했고 2015년 이후에는 선진국 수준인 9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재활용률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재활용 단계별(4단계) 이행주체가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이행체계가 구축됐다. 이행체계는 크게 네 단계로 폐차장(해체재활용), 슈레더(파쇄재활용), 파쇄잔재물 재활용(슈레더 부산물-ASR), 폐가스처리(에어컨 냉매처리) 등이다. 그리고 환경공단이 네 단계에서 생성되는 정보들을 취합하고 전반적인 관리 운영을 맡는다. 환경부와 완성차업계는 폐자동차 선진화 시범사업을 실시해 법 시행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찾는 역할을 한다.

시범사업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재활용의 책임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자동차 자원순환법에 따라 폐자동차를 처리했을 때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명이 될 경우 폐차장과 파쇄재활용업자가 재활용의 책임주체가 되는 것이다. 반대로 폐자동차의 유가성보다 더 큰 처리비용이 발생된다면 제조사와 수입사가 재활용의 주체가 되다.
그러나 환경부의 입장은 ERP쪽에 기울어 있다. 재활용 목표의 조기 달성을 위해 생산자를 책임 주체로 정하자는 것이다. 현행 전기전자 재활용 방식(생산자에게 전체 책임을 부과)과 동일하게 가려고 자동차자원순환법의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폐자동차 재활용시장에 드리운 명암
자동차자원순환법 시행 후 관련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까. 우선은 친환경 재활용 처리방법과 비용부담 주체결정문제로 인해 자동차제조사 폐차장 재활용사업자간의 소통이 이루어졌다. 각 폐차장에서 환경적인 처리에 대한 인식 변화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자동차의 판매 후 적정 책임에 대한 의식이 강해졌다.

전에 없었던 자동차제조사와 재활용업계간 소통은 향후 자동차재활용산업에 매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폐차장 역시 해체기술, 부품의 재사용, 제조사와 공동협력, 재활용업계간 유통경로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산학 연계를 통한 재활용 연구도 활발해져 재활용률이 법 시행 후 8~9% 가량 상승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반면 부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관(官)이 주도하는 급진적인 재활용 정책은 영세사업자의 설자리를 빼앗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대기업이 재활용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대기업의 막강한 자금력을 이용한 자원독점화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 오직 규제라는 잣대를 갖고 정부가 폐차와 재활용업계를 흔들 수 있다는 점도 재활용업계로서는 걱정스런 대목이다.

법은 앞서 가고 재활용 시장에는 양성된 인력이나 기술지원이 없어 뒤쫓아가기 벅찬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원순환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어찌 보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폐차업계가 몹시 당황해 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부에서는 자원순환법을 업계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현장과 연결된 소통 정책을 펴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형 자동차제조사와 연결된 통로를 통해서만 자원순환법을 추진하다 보니 정작 현장에서는 향후 닥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많은 두려움을 갖고 있다.

◆ 위기의 폐차산업 새판 짜기…한국형 재활용제도 도입을
폐차업계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호황기를 누렸다. 우리나라 자동차브랜드가 해! 외시장에 서 인정을 받으면서 덩달아 폐차와 중고부품 수출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그 바람에 이 기간 폐차장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현재 폐차장은 폐차발생량 대비 적정수준보다 2.5배가 많다. 과도한 시장경쟁에 철스크랩 가격까지 폭락하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갈 방향을 못 찾고 있는 실정이다.

2008년 자동차자원순환법이 시행되면서 친환경 폐차처리 요구가 커졌고 제조사에게는 판매 후 책임까지 의무화됐다. 현대기아차에서는 ‘오토인프라라’는 재활용 대행법인이 만들어져 자원순환법을 수행하고 있다. 또 한국지엠 쌍용차에서는 하마(HARMA)라는 자동차재활용 서비스법인이 사업수행을 하면서 폐차공급자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2012년 환경부는 자동차 제작사별로 재활용 목표달성과 수익구조 분석을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하도록 요청했다. 이 결과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95.9%(환경공단자료)의 재활용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정부의 2015년 최종 재활용률 목표 95%를 넘어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폐자동차의 부가가치를 개발할 수 있는 재활용 목표와 제조사와 폐차업계가 협력하여 생산자에게 전체의 책임을 부가하는 방법보다는 폐차장이나 재활용업계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폐냉매, 유리, 에어백, ASR등에 대해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제한적 EPR이 추진되기를 기대해본다.

또 폐차업계가 정상적인 사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국민 홍보를 통해 친환경적 폐차처리에 드는 비용을 소비자가 함께 부담하는 제도 도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서는 재활용 목표달성을 위해 올해에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2015년 재활용률(95%) 적용까지 1년 6개월이 남아 있다. 폐차업계는 자원순환법에 맞는 시설과 95% 재활용률에 적용되는 시스템에서(이행체계) 생존하기 위해 어려운 시기를 지날 것이다. 우리보다 선진화된 유럽에서도 2015년 95% 재활용율 달성이 어려워 법규를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한국 시장에 맞는 자원순환법이 필요하다. 즉 한국의 재활용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법규의 완화로 생존과 상생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