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3월 10일 08:50 더벨
주요 공제회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급여율에 시름하고 있다. 많은 공제회가 5%대에 달하는 급여율을 제시하고 있지만,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웬만해서는 급여율을 웃도는 운용 수익을 내기 어렵다.
경찰공제회 역시 최근 급여율을 5%대 초반으로 낮췄지만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10만 경찰공무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경찰공제회는 급여율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해 9월부터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아 온 김윤환 사업관리이사(사진)를 집무실에서 만났다.
◇ 경찰관 출신 CIO…해외 기금 네트워크 확보에 '집중'
"업무를 맡은 지 6개월이 채 안 됐다. 아직까지는 시장을 신중하게 살피고 있다. 물론 그 와중에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그동안 상당히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왔고, 향후 시장을 상대하려면 이 같은 운용 전략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 트렌드를 놓치면 결코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없는 법이다." CIO를 맡은 이후 느낀 점을 묻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입을 뗐지만, 표정과 말투에서 힘이 느껴졌다.
김 이사는 경찰공무원 출신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장, 경찰청 수사기획관, 인천경찰청장 등을 거쳐 지난해 9월 이곳에 왔다. 이력만으로는 자산운용 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그는 "평소 금융 관련 공부를 많이 해왔고,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홍콩이나 런던 등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구조화하는 일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급여율을 내리기보다는 최대한 많은 수익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대다수 공제회들이 급여율을 낮추는 데 힘쓰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김 이사는 "변동금리 도입을 고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급여율을 한 차례 조정했기 때문에 당분간 이 상태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그보다는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경찰공제회는 해외 경찰기금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설립 목적이 같기 때문에 서로 정보 교류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선진 해외 기금의 경우 회원들의 자산관리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어, 그들이 가진 경영 기법이나 금융상품 개발 노하우 등을 지속적으로 벤치마킹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이사는 "해외에서는 회원들이 자산 대부분을 기금에 일임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 예금을 주로 이용하면서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공제회 상품을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경찰공무원 3명 중 2명이 이용할 정도로 가입률이 높은 데 비해 금융상품 등의 서비스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찰공제회는 상반기 내 목돈 수탁 저축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회원들이 자유롭게 여유자금을 맡기면 공제회가 그 자금을 알아서 불려주는 식으로, 블라인드 펀드와 유사한 상품이다. 금리는 대략 4%대로 예상하고 있다. 공제회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회원들은 은행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포트폴리오, 전년과 '정반대'…주식·채권 확 줄였다"
올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수익률을 높이고 싶은 김 이사의 의지가 보인다. 경찰공제회는 금융투자와 사업투자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금융투자에는 채권(CP·채권형 및 채권혼합형 펀드 등), 파생상품(ELS·DLS), 주식, 대체투자(헤지펀드·SOC·PEF 등) 등이, 사업투자에는 부동산(실물·PF 등) 등이 속한다. 지난해 투자 비중은 각각 6대 4 정도였지만, 올해는 그 반대인 4대 6가량으로 정했다.
그중에서도 해외 부동산을 포함해 대체투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경찰공제회는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워싱턴하버 빌딩에 300억 원을 투자했다. 설립 이래 최초 해외부동산 투자였다. 연간 예상수익률이 8%대에 달하고 있어 5%대 후반인 목표수익률을 맞추는 데 이만한 투자 대상이 없다고 본 것이다. 동시에 사모펀드(PEF), 사회간접자본(SOC), 벤처, 헤지펀드 등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졌다. 지난해 투자 목표치는 금융투자가 1900억 원이고, 사업투자가 1100억 원가량이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금융투자가 1500억 원으로 줄어든 반면, 사업투자는 1600억 원까지 늘어났다. 특히 금융투자 중에서는 채권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 줄었고, ELS·DLS 등 파생상품이 23% 이상 증가했다.
김 이사는 "지난해 한 차례 해외부동산에 투자를 했는데, 올해는 그보다 2~3배는 많이 할 생각"이라며 "부동산은 물론, 기타 대체투자 규모를 확대한 데는 지난해 주식과 채권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찰공제회는 다른 연기금처럼 국채를 매입해 보유하는 식으로는 운용하기 어려운 조직"이라고 부연했다.
포트폴리오에서 안전자산의 비중이 줄어든 만큼 리스크 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기존에는 사업투자 리스크 관리 인력들이 금융투자 파트까지 담당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별로 리스크 관리 인력을 보강했다. 외부전문가 풀 역시 대폭 확대했고, 투자심의 과정에서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 김윤환 사업관리이사 주요 약력
△ 1999년 3월 서울청 수사과장, 경찰철 수사과장
△ 2006년 12월 경찰청 수사기획관
△ 2009년 3월 경무기획국장, 인천경찰청장
△ 2010년 12월 치안정감
△ 2013년 9월 경찰공제회 사업관리이사 취임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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