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분석)해외부동산 매입 열올리는 국민연금..왜?: 2009-11-24

Bonjour Kwon 2010. 1. 17. 08:22

이달에만 3건 성사..7300억 규모 호주 부동산 매입 추진
올 대체투자비중 5%..작년비 1.3%P 확대 계획
연말 목표 맞추기 급급..무리한 매입 부작용 우려
입력 : 2009-11-24 17:55

[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국민연금이 쉴새없이 해외부동산을 사들이고 있다. 이달에만 세 건을 사들인 데 이어 호주 부동산 매입도 검토 중이다.
 
24일 국민연금공단과 외신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호주 시드니의 업무용 건물 '오로라 플레이스' 매입 협상을 시작, 상당부분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국민연금은 호주에서 처음으로 부동산을 사들이게 되는 것이고 호주에서는 지난 2007년 12월 이후 가장 큰 거래를 성사시키게 되는 셈이다. '오로라 플레이스'의 매입단가는 6억8500만 호주달러, 우리 돈으로 약 7300억원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7월부터 해외부동산 매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해외 부동산 투자에 주춤하던 것에서 다시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최근 해외 부동산 매입 추이를 살펴보면 ▲ 7월 일본 도쿄 'KDX Toyosu 그랜드 스퀘어'(4600억원) ▲ 8월 미국 피닉스 '프리홀드(freehold) 몰'·뉴저지 레이스웨이(raceway) 몰'(총 1600억원) ▲ 11월 영국 런던 '40 그로스버너 플레이스(1700억원)·'88 우드 스트리트'(1800억원) ▲ 영국 런던 HSBC타워(1조5000억원) ▲ 호주 시드니 '오로라 플레이스'(7535억원) 등이다.
 
주식, 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를 넘어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대체투자'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상태. 국민연금기금 운용위원회는 올해 6월 지난해 총 투자액의 3.7%였던 대체투자비중을 높여 올해 5%, 내년 6.4%까지 올리기로 했다.
 
◇ 한달 새 4건 매입
 
국민연금이 해외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는 이유는 '투자다변화'. 지난해 주식비중을 늘렸다가 마이너스 42%가량의 손실을 보면서 전체 수익률 마이너스 0.18% 기록한 데 따른 타격이 컸다.
 
그러나 한달 새 4건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연말 집중적인 부동산 매입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환율에 따라 수익 차가 커지기 때문에 향후 매각 때 환율 변동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국내부동산 시장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해외부동산 매입은 더욱 변수가 많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계약 당시 환율과 나중에 매각할 때 환율 변동이 커 환차손이 발생하면 크게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에 이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해외대체투자팀 관계자도 "기금운용위원회 결정사항에 따라 해외부동산의 70%는 선물환을 통한 환헤지를 한다"고 해명하면서 "하지만 나머지 30%는 환차손에 대한 위험부담이 열려있는 사항"이라고 손실 가능성을 인정했다.
 
◇ 해외부동산 시장도 불안
 
해외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도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국 주택시장은 급격한 하락세에서 다시 반등,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상업용 부동산가격 하락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제신용평가 기관 무디스 상업용 부동산 가격지수(CPPI)는 지난 2006년 최고치 대비 41%나 폭락한 상태. 같은 기간 일반 주택 가격지수는 30.5% 하락했다.
 
영국 부동산 시장도 올해 3분기 오름세로 돌아섰지만 일시적인 반등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하락 여파가 영국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런던 등 주요도시의 1급 상업용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은 연초 6.8%에서 5.5%로 떨어졌다. 공실률도 증가추세로 비어있는 건물이 부지기수다. 공실률 하락은 수요가 그만큼 약하다는 것이어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우려된다.
 
올해 대체투자비율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이달 들어 집중 매입에 들어갔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대체투자비율 목표를 5%(±2%)로 설정, 지난 9월 기준 3.7%를 달성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올해 국민연금기금이 세운 대체투자비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연말인 11월에 잇달아 4건을 매입하는 무리수를 두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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