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이윤규 사학연금공단 운용관리단장 "우량기업은 죽지 않는다 확신"2009.12.

Bonjour Kwon 2010. 1. 17. 08:18

[그의 책상 위엔 신문 뭉치와 일주일치 비타민, 보리차 한 병이 놓여 있었다. 단출하고 수수한 사무실 벽면에는 장락무극(長樂無極)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다.

사무실을 찾은 기자를 만나자 이윤규 사학연금관리공단 자금운용관리단장은 붓글씨를 가리키며 "저 글처럼 25년 동안 펀드운용업에 몸담아 오면서 즐거운 일이 참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내가 운용하고 관리하는 펀드 수익률이 항상 좋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붙여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이 단장이 이끄는 사학연금관리공단은 양호한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총 자산 10조원 수준인 사학연금은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12.68%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이 단장은 연초 공포스러운 급락장을 넘어서서 10% 이상 수익률을 거둔 데 대해 두 가지 결단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지난해 말부터 회사채 금리가 급등했는데 채권 가격이 싸졌을 때 우량 회사채를 많이 매입해 둔 게 올 들어 많은 이익을 남겼다. 사학연금이 올해 11월까지 거둔 이익 총 7559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3083억원이 우량 회사채와 관련된 이익이다.

이 단장은 "당시 비이성적 공포가 지배하던 상황에서 회사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IMF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량 기업은 죽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재무구조와 시장지배력을 판단했을 때 당시 현대차대한항공 등은 회사채 가치가 향후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했다는 것.

이 단장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 바구니 중 30% 정도는 안전자산인 채권을 채우라고 주문했다. 그는 "요즘에는 리테일 채권이 많이 팔려 개인들도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며 "금호나 동부도 사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둘째는 지난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관들이 로스컷(손절매)에 걸렸지만 이를 유예하고 오히려 올 상반기 주식 비중을 늘린 게 반등장에서 큰 이익이 됐다. 기관들은 들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떨어지면 손절매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팔지 않고 보유했다는 말이다.

이 단장은 "비정상적인 급락장을 지켜보면서 국내 우량기업 주가가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앞으로 있을 단기 급락장에서도 우량주 매수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단장은 내년 증시를 상당히 밝게 내다봤다. 올해 하반기 들어 주가조정이 있었기 때문에 내년에는 다시 상승장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단장은 "내년 말까지 현재 대비 20~30%는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코스피로 얘기하면 1900~2000 사이까지는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같은 횡보장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다가 기업들 실적이 나오고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확신이 들면 하반기부터 나아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금이 바닥 수준이고 내년에는 큰 등락 없이 꾸준히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은 우량주 위주로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게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펀드매니저답게 개인들의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추천했다. 개인투자자는 너무 민감하게 시장에 반응해 상승 국면에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르는 `거꾸로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장은 2010년 사학연금 운용 방침에 대해 "채권은 줄이고 주식, 부동산, 해외 투자는 늘리겠다"고 밝혔다. 내년에도 저금리 기조는 지속되겠지만 채권보다는 주식시장 전망이 좋고, 출구전략이 시작된다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늘려야한다는 게 그 이유다. 또 뮤추얼펀드나 실물펀드, 해외부동산 등 마땅한 해외 투자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생각이다.

■ He is…

△1956년생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운용본부장(CIO) △한국투자신탁증권 자산운용실장 △한국투자신탁증권 법인영업본부장 △한국투자신탁증권 IB 사업본부장 △한국투자증권 기획조정부이사 △동부자산운용 부사장 △메가마이다스투자자문 대표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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