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4
경기도 판교에 문을 연 코리아벤처타운. 용도, 임대 비율 제한이 입주사들의 현실에 맞지 않지만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매경DB>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규제 개혁’을 주문하고 나섰지만 지자체 단위로 내려가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갈라파고스 규제’에 국회의원 입법으로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없이 손쉽게 통과되는 ‘의원입법’도 넘쳐난다.
1. 눈에 보이지 않는 ‘홍길동’ 규제
경기도 판교 코리아벤처타운 입주업체인 다산네트웍스 권태홍 상무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애초 이곳에 입주할 때만 해도 경기도가 제시한 각종 혜택 때문에 기대에 부풀었다. 코리아벤처타운은 회사 소유 빌딩이 없는 벤처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싼값에 입주할 수 있도록 조성한 지자체 주도 단지다.
하지만 막상 입주해보니 기대와는 달랐다. 현실과 맞지 않는 임대 비율(연면적 대비 임대 가능한 면적 비율), 용도 제한 규제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다산네트웍스가 입주한 엠텍비젼컨소시엄 건물의 경우 총면적(16만7995㎡) 중 최초사업계획서상 임대 비율이 3.11%였지만 실제 임대 비율은 35.96%로 늘었다. 이에 경기도는 임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딴죽을 걸었다.
처음에 각종 당근책을 내놓은 경기도를 믿고 입주했던 업체들은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태홍 상무는 “사업계획서를 제시했을 때와 임대 비율이 달라졌지만 막상 회사를 운영해보니 어쩔 수 없었다. 가까이 있으면서 협업을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 협력사들을 끌어오고 직장 어린이집, 피트니스센터 등 직원 복지시설도 설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 비율이 높아졌다. 법인이 다르니 무조건 다른 회사라면서 규정 위반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분양 시 연구, 업무, 복지시설만 가능한 부지와 상업용 부지로 구분 분양했는데 복지시설의 경우 카페테리아나 운동시설이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운동시설과 카페테리아는 근린생활시설이어야 인허가가 나오기 때문. 현재 이 건물에선 입주사 직원들을 위해 일단 이런 시설을 운영하긴 하는데 무허가 상태로 운영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권 상무는 “경기도가 벤처기업을 보다 많이 유치하려면 얽히고설킨 규제를 풀고 보다 확실한 지원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법적 근거가 없는 내부지침을 내세워 인허가를 막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규제를 규제라 부르지 못하는’ 이른바 ‘홍길동 규제’다. 명시적 규정 없이 행해지는 구두 지도, 관행, 권고, 지침 등 ‘그림자 규제’도 많다.
지자체들이 홍길동 규제를 남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입장에선 개발 사업을 허가해주는 대신 각종 기부채납을 받아 ‘지자체장의 치적’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법에 기부채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선 무리한 요구를 받아도 인허가를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법적 요건을 갖춘 인허가를 지자체 공무원 마음대로 반려한 사례가 넘쳐났다.
경남 김해시에서 공장을 설립하려던 정 모 씨는 지자체 횡포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 씨는 지난해 김해시에 공장 설립 승인 신청을 했는데 김해시는 법률상 근거가 없는 진입로 소유자 동의서, 가처분권자 동의서 등을 제출하도록 통보했다. 김해시가 내세운 근거는 이렇다. “난개발뿐 아니라 개발 행위 허가 기준과 주변 여건 부조화, 교통 소통 문제가 우려된다.” 어이없던 정 씨가 법률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자 김해시는 결국 공장 설립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말 경남 김해시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 대표 A씨 사례도 비슷하다. 부산 서구 유휴부지에 빌라를 짓기 위해 지난해 3월 관할구청인 부산 서구청에 ‘공동주택 및 업무시설 건축허가서’를 냈다. A씨는 건축법 등 관련법상 저촉 사항이 없어 무난히 허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구청장이 인근 지역 주민 반발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 급기야 A씨는 서구청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1. 눈에 보이지 않는 ‘홍길동’ 규제
경기도 판교 코리아벤처타운 입주업체인 다산네트웍스 권태홍 상무는 요즘 골치가 아프다. 애초 이곳에 입주할 때만 해도 경기도가 제시한 각종 혜택 때문에 기대에 부풀었다. 코리아벤처타운은 회사 소유 빌딩이 없는 벤처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싼값에 입주할 수 있도록 조성한 지자체 주도 단지다.
하지만 막상 입주해보니 기대와는 달랐다. 현실과 맞지 않는 임대 비율(연면적 대비 임대 가능한 면적 비율), 용도 제한 규제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다산네트웍스가 입주한 엠텍비젼컨소시엄 건물의 경우 총면적(16만7995㎡) 중 최초사업계획서상 임대 비율이 3.11%였지만 실제 임대 비율은 35.96%로 늘었다. 이에 경기도는 임대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딴죽을 걸었다.
처음에 각종 당근책을 내놓은 경기도를 믿고 입주했던 업체들은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태홍 상무는 “사업계획서를 제시했을 때와 임대 비율이 달라졌지만 막상 회사를 운영해보니 어쩔 수 없었다. 가까이 있으면서 협업을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는 협력사들을 끌어오고 직장 어린이집, 피트니스센터 등 직원 복지시설도 설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임대 비율이 높아졌다. 법인이 다르니 무조건 다른 회사라면서 규정 위반이라고 몰아붙이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것뿐이 아니다. 분양 시 연구, 업무, 복지시설만 가능한 부지와 상업용 부지로 구분 분양했는데 복지시설의 경우 카페테리아나 운동시설이 들어오기 힘든 상황이다. 운동시설과 카페테리아는 근린생활시설이어야 인허가가 나오기 때문. 현재 이 건물에선 입주사 직원들을 위해 일단 이런 시설을 운영하긴 하는데 무허가 상태로 운영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권 상무는 “경기도가 벤처기업을 보다 많이 유치하려면 얽히고설킨 규제를 풀고 보다 확실한 지원책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마다 법적 근거가 없는 내부지침을 내세워 인허가를 막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적용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규제를 규제라 부르지 못하는’ 이른바 ‘홍길동 규제’다. 명시적 규정 없이 행해지는 구두 지도, 관행, 권고, 지침 등 ‘그림자 규제’도 많다.
지자체들이 홍길동 규제를 남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 입장에선 개발 사업을 허가해주는 대신 각종 기부채납을 받아 ‘지자체장의 치적’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법에 기부채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선 무리한 요구를 받아도 인허가를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해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법적 요건을 갖춘 인허가를 지자체 공무원 마음대로 반려한 사례가 넘쳐났다.
경남 김해시에서 공장을 설립하려던 정 모 씨는 지자체 횡포에 답답함을 토로한다. 정 씨는 지난해 김해시에 공장 설립 승인 신청을 했는데 김해시는 법률상 근거가 없는 진입로 소유자 동의서, 가처분권자 동의서 등을 제출하도록 통보했다. 김해시가 내세운 근거는 이렇다. “난개발뿐 아니라 개발 행위 허가 기준과 주변 여건 부조화, 교통 소통 문제가 우려된다.” 어이없던 정 씨가 법률상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자 김해시는 결국 공장 설립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말 경남 김해시에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부산의 중견 건설업체 대표 A씨 사례도 비슷하다. 부산 서구 유휴부지에 빌라를 짓기 위해 지난해 3월 관할구청인 부산 서구청에 ‘공동주택 및 업무시설 건축허가서’를 냈다. A씨는 건축법 등 관련법상 저촉 사항이 없어 무난히 허가를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구청장이 인근 지역 주민 반발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 급기야 A씨는 서구청을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2. 책임 미루는 떠넘기기 규제
지자체 공무원이 행정 절차를 누락해놓고 정작 책임은 민원인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북 포항시에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통해 기업 창업 계획을 승인받고 꿈에 부풀어 있던 C씨. 그는 지난해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사업 계획 승인을 받을 때 공장 진입로를 만들고 공장 등록을 한 후 이 도로를 사용했는데 포항시에서 갑자기 딴죽을 건 것. 사정을 알고 보니 공장 진입로에 대해 농지전용(農地轉用) 허가를 받은 후 도로를 내야 했는데, 포항시 담당 부서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처 농지전용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척이 된 것. 이에 포항시는 뒤늦게 C씨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어이가 없던 C씨는 즉각 농지전용 허가를 신청했지만 농지 담당부서에서 나온 담당자 대답은 더욱 기가 막혔다. 이미 개설된 도로를 철거해야만 농지전용을 허가할 수 있다고 막아섰기 때문. 어쩔 수 없이 C씨는 애꿎은 도로를 다시 철거해야 했다. C씨는 “포항시가 행정 절차를 잘못 처리한 건데 왜 죄 없는 내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답답해했다.
불필요한 지자체 규제 탓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구로구는 2012년 3월부터 ‘트인 담장 열린 마을’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로구는 일조량 증대, 이웃 간 소통과 화합 증대, 골목길 주차난 해소 등의 효과를 내세웠다. 심지어 담장을 설치하려는 건축물의 경우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새로 집을 지으려는 주민 불만이 쏟아졌다. 구로구에서 주택을 지으려던 이 모 씨는 최근 담장을 올리려다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씨는 “가뜩이나 구로구에는 중국인들이 많아 밤에 다니기 불안한데 담장까지 짓지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를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 대안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구로구가 코드를 맞추려는 모습이지만 자칫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향토 기업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지자체 규제도 넘쳐난다.
대전시는 지역 건설업자의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으로 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 충남도 역시 지역 건설자재와 장비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규정을 둬 다른 지역 건설업자 불만이 많다.
3. 불합리한 ‘갈라파고스’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도 지자체 규제의 단골 멤버다.
롯데쇼핑 리츠(Real Estate Invest ment Trusts·부동산투자회사) 담당자 D씨는 지난해 리츠 상장을 준비하다 결국 포기했다. 워낙 국내 관련법이 까다로워 리츠를 상장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외국으로 눈을 돌린 그는 싱가포르에 리츠를 상장하기로 했고 올 2월 싱가포르거래소는 롯데쇼핑이 백화점, 마트 점포 매각을 위해 설립한 리츠 상장을 승인했다.
롯데쇼핑 외에도 7개 국내 리츠사들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리츠는 2001년 제정된 국토교통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근거한 회사로 애초 설립 때만 해도 취지가 좋았다. 일반 국민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회를 늘리고 부동산에 대한 건전한 투자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미 선진국에서 인기를 끈 리츠는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반까진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며 주목받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엄격한 잣대 탓에 상장을 준비 중인 8개 회사 중 하나도 상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규제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에서는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도록 규정했고, 리츠 중 하나인 자기관리리츠는 인가를 받은 후 1년 6개월 내에 증권 시장 상장을 의무화했다.
김곤중 아벤트리리츠 대표는 “리츠는 법 제정 이후 2011년까지 약 10년 동안 연평균 15% 이상 수익률을 내고 있다. 부동산펀드처럼 금융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도록 리츠 역시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상장 요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수도권 규제 역시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힌다. 현재 수도권에는 신공장 건설 제한, 과밀부담금 부과 등 투자를 억제하는 19개 법률, 58개 규제가 적용된다. 넘쳐나는 규제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하거나 아예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분위기가 농후하다.
코카콜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 만들어지기 전 여주공장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수정법에 의해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이면서 공업용지 조성 면적을 6만㎡ 이내로 제한받고 있다. 주문량이 늘면서 제조시설 부지 1만9000㎡가 더 필요했지만 더 이상 증설이 어려운 실정. 제품을 쌓아둘 창고가 모자라 체육용지를 활용하려 해도 공업용지로 편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 공무원이 행정 절차를 누락해놓고 정작 책임은 민원인에게 떠넘기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북 포항시에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을 통해 기업 창업 계획을 승인받고 꿈에 부풀어 있던 C씨. 그는 지난해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사업 계획 승인을 받을 때 공장 진입로를 만들고 공장 등록을 한 후 이 도로를 사용했는데 포항시에서 갑자기 딴죽을 건 것. 사정을 알고 보니 공장 진입로에 대해 농지전용(農地轉用) 허가를 받은 후 도로를 내야 했는데, 포항시 담당 부서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미처 농지전용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척이 된 것. 이에 포항시는 뒤늦게 C씨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어이가 없던 C씨는 즉각 농지전용 허가를 신청했지만 농지 담당부서에서 나온 담당자 대답은 더욱 기가 막혔다. 이미 개설된 도로를 철거해야만 농지전용을 허가할 수 있다고 막아섰기 때문. 어쩔 수 없이 C씨는 애꿎은 도로를 다시 철거해야 했다. C씨는 “포항시가 행정 절차를 잘못 처리한 건데 왜 죄 없는 내가 책임져야 하나”라며 답답해했다.
불필요한 지자체 규제 탓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서울 구로구는 2012년 3월부터 ‘트인 담장 열린 마을’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로구는 일조량 증대, 이웃 간 소통과 화합 증대, 골목길 주차난 해소 등의 효과를 내세웠다. 심지어 담장을 설치하려는 건축물의 경우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새로 집을 지으려는 주민 불만이 쏟아졌다. 구로구에서 주택을 지으려던 이 모 씨는 최근 담장을 올리려다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 씨는 “가뜩이나 구로구에는 중국인들이 많아 밤에 다니기 불안한데 담장까지 짓지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주민들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를 왜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뉴타운 사업 대안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구로구가 코드를 맞추려는 모습이지만 자칫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향토 기업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지자체 규제도 넘쳐난다.
대전시는 지역 건설업자의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으로 하도록 권장하는 내용을 조례에 담았다. 충남도 역시 지역 건설자재와 장비를 우선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규정을 둬 다른 지역 건설업자 불만이 많다.
3. 불합리한 ‘갈라파고스’ 규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나는 ‘갈라파고스식 규제’도 지자체 규제의 단골 멤버다.
롯데쇼핑 리츠(Real Estate Invest ment Trusts·부동산투자회사) 담당자 D씨는 지난해 리츠 상장을 준비하다 결국 포기했다. 워낙 국내 관련법이 까다로워 리츠를 상장해도 별다른 혜택이 없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외국으로 눈을 돌린 그는 싱가포르에 리츠를 상장하기로 했고 올 2월 싱가포르거래소는 롯데쇼핑이 백화점, 마트 점포 매각을 위해 설립한 리츠 상장을 승인했다.
롯데쇼핑 외에도 7개 국내 리츠사들이 상장을 기다리고 있지만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리츠는 2001년 제정된 국토교통부 부동산투자회사법에 근거한 회사로 애초 설립 때만 해도 취지가 좋았다. 일반 국민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회를 늘리고 부동산에 대한 건전한 투자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이미 선진국에서 인기를 끈 리츠는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반까진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며 주목받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분위기가 달라졌다. 엄격한 잣대 탓에 상장을 준비 중인 8개 회사 중 하나도 상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까다로운 규제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현행법에서는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도록 규정했고, 리츠 중 하나인 자기관리리츠는 인가를 받은 후 1년 6개월 내에 증권 시장 상장을 의무화했다.
김곤중 아벤트리리츠 대표는 “리츠는 법 제정 이후 2011년까지 약 10년 동안 연평균 15% 이상 수익률을 내고 있다. 부동산펀드처럼 금융위원회에 신고만 하면 설립할 수 있도록 리츠 역시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상장 요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수도권 규제 역시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힌다. 현재 수도권에는 신공장 건설 제한, 과밀부담금 부과 등 투자를 억제하는 19개 법률, 58개 규제가 적용된다. 넘쳐나는 규제 탓에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하거나 아예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분위기가 농후하다.
코카콜라는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 만들어지기 전 여주공장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수정법에 의해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이면서 공업용지 조성 면적을 6만㎡ 이내로 제한받고 있다. 주문량이 늘면서 제조시설 부지 1만9000㎡가 더 필요했지만 더 이상 증설이 어려운 실정. 제품을 쌓아둘 창고가 모자라 체육용지를 활용하려 해도 공업용지로 편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4. 포퓰리즘 만연한 의원입법
김도훈 한국규제학회장은 최근 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의원입법을 ‘황사’에 비유했다. 무분별한 의원입법 즉 황사를 막지 못하면 정부가 아무리 규제 개혁을 해봤자 집에서 먼지를 털어내는 수준일 뿐이라 별로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의 입법이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양산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정부 법안과 달리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정치적 합의에 따라 굳이 규제를 담지 않아도 되는 법안이 쉽게 통과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국회는 ‘규제 개혁의 사각지대’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에 판매하는 상품을 지자체가 ‘상생품목’으로 지정하면 이를 팔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만약 지자체가 채소나 달걀을 상생품목으로 지정하면 이 제품 공급자 입장에선 판로가 끊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농축산단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에 상품을 출하하는 농민 판로가 막혀 소득이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무늬만 의원입법일 뿐 실제로는 정부가 우회적으로 입법하는 경우도 많다.
내년 1월부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도입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를 넘는 국산차 구입자는 탄소세를 내야 한다. 환경부가 주도한 정책이지만 정작 법안을 발의한 건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다. 차종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배출량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 규제에 의해 토요타 프리우스나 푸조, 렉서스 CT200h, BMW 520d, 벤츠 E220 등은 보조금을 받는 반면 현대차 쏘나타와 싼타페, 기아차 K5, 쌍용차 코란도C 등은 최대 700만원까지 부담금이 붙게 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형차 대신 배출량 적은 소형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했다지만, 가뜩이나 수입차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부 탄소세 규제까지 더해지면 국산차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을 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런 심의 없이 일사천리로 의원입법이 이뤄지다 보니 나타나게 된 ‘기가 막힌’ 사태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1호(04.01~04.08일자) 기사입니다]
김도훈 한국규제학회장은 최근 규제 개혁 토론회에서 의원입법을 ‘황사’에 비유했다. 무분별한 의원입법 즉 황사를 막지 못하면 정부가 아무리 규제 개혁을 해봤자 집에서 먼지를 털어내는 수준일 뿐이라 별로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들의 입법이 불필요한 규제를 대거 양산하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정부 법안과 달리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정치적 합의에 따라 굳이 규제를 담지 않아도 되는 법안이 쉽게 통과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한마디로 국회는 ‘규제 개혁의 사각지대’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에 판매하는 상품을 지자체가 ‘상생품목’으로 지정하면 이를 팔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만약 지자체가 채소나 달걀을 상생품목으로 지정하면 이 제품 공급자 입장에선 판로가 끊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농축산단체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에 상품을 출하하는 농민 판로가 막혀 소득이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무늬만 의원입법일 뿐 실제로는 정부가 우회적으로 입법하는 경우도 많다.
내년 1월부터 ‘저탄소차협력금 제도’가 도입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기준치를 넘는 국산차 구입자는 탄소세를 내야 한다. 환경부가 주도한 정책이지만 정작 법안을 발의한 건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다. 차종별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차를 사는 소비자에게는 부담금을, 배출량 적은 차를 사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 규제에 의해 토요타 프리우스나 푸조, 렉서스 CT200h, BMW 520d, 벤츠 E220 등은 보조금을 받는 반면 현대차 쏘나타와 싼타페, 기아차 K5, 쌍용차 코란도C 등은 최대 700만원까지 부담금이 붙게 됐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대형차 대신 배출량 적은 소형차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법안을 마련했다지만, 가뜩이나 수입차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정부 탄소세 규제까지 더해지면 국산차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을 거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무런 심의 없이 일사천리로 의원입법이 이뤄지다 보니 나타나게 된 ‘기가 막힌’ 사태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51호(04.01~04.08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