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08 03:13
공무원연금공단 감사실은 지난 2월 12일 자금운용단에 예정에 없던 감사 실시를 통보했다. 2011년 2월부터 3년간 특정금전신탁(특금)에 투자한 모든 내역이 감사 범위였다. 연금급여 지급을 위해 1년 전 현대증권에 투자한 수백억원대의 특금을 회수하려 했지만 “유동성 악화로 현금화가 곤란하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 감사 배경이었다.
◇“수십억 손실, 그래도 매각할까요”=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투자절차 부적정, 위탁운용사 선정기준 부적정, 사후관리 부적정, 계약변경 회계처리 부적정, 리스크 관리체계 부적정…. 감사실의 처분 요구가 다섯 분야에 걸칠 정도로 관리 실태가 심각했다.
7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모든 사달은 담당자가 부주의하게 신탁 기간을 늘려 계약한 데서 벌어졌다. 내부 투자검토보고서에는 신탁 기간이 ‘계약일로부터 1년’으로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현대증권과의 실제 특금 계약서에는 이 기간이 ‘2013년 2월 5일부터 2020년 2월 4일까지’ 7년으로 적혀 있었다. 인감 날인도 계약일인 지난해 2월 5일이 아니라 3월 11일에야 찍힌 것으로 확인됐다.
허술한 관리의 대가는 컸다. 현대증권은 특금 편입자산의 90%를 지난해 4월 25일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채웠다. ABCP는 기업의 매출채권, 회사채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어음으로, 최근 국내 ‘그림자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유사 신용중개활동)’ 증가 주범으로 꼽힌다. 1년 신탁이었다면 편입이 불가능했을, 기초자산이 3년·5년 만기 회사채로 된 상품이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회수를 요청했을 때 이 ABCP는 시장에서 매매가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현대증권은 기금을 돌려주는 대신 “지금 매각하면 수십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통보를 해 왔다. ABCP가 워낙 장기물로 구성돼 시장에서 사들이려는 수요가 없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5월부터 장기 기업어음(CP) 발행 시 200페이지 분량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토록 규제한 것도 매매를 부진하게 만들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부랴부랴 고문변호사의 자문을 얻었지만, 증권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계약기간을 1년으로 주장할 근거가 미흡하다. 증권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결국 공무원연금공단은 원하는 시기에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특정금전신탁, 끝없는 시비=특금은 지난해부터 동양 사태와 KT ENS 협력업체의 사기대출 이슈 등에서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동양 사태 이후에는 CP가 특금과 묶여 판매돼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해 특금 투자금 1000억여원이 손실될 우려가 커지자 이를 판매한 4개 은행에 대해 불완전판매 검사에 나섰다.
특금에 홍역을 치른 대상은 이제 연기금으로까지 확대됐다. 공무원연금공단 감사실은 “투자 이후 동양 사태, CP 운용 문제점이 이슈화되는 상황에서도 신탁운용보고서를 요구·점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유의 불완전판매 이슈에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되풀이됐다. 감사실은 “‘특금 보유자산이 우량 신용등급이라서 안정성이 높다’는 분석뿐이었다. 만기 불일치나 특정종목 편중에 따른 위험 대응이 미흡했다”고 개탄했다. 공무원연금공단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잘못한 부분을 시정한 만큼 향후 자금운용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Key Word : 특정금전신탁(특금)
금융회사가 고객으로부터 예탁받은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운용방법·조건에 따라 운용해 수익을 배당하는 신탁. 특정 국가나 기업의 채권·주식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운용사가 판매하는 펀드와 구별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특정금전신탁의 최소 가입금액을 5000만원으로 설정할 것인지 심사하고 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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