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4 (월) 07:35:02 | 곽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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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삼성 브랜드에 걸맞은 1위 운용사를 만들려던 삼성자산운용은 '인사의 덫'에 걸렸다.
외부에서 높은 몸 값을 주고 영입한 인재는 이름 값을 하지 못하고 교체됐고, 외부 인재에 대항마로 키웠던 차세대 내부 인력들은 최근 회사를 줄줄이 빠져 나갔다.
삼성운용이 최근 팀장 등 허리가 빠진 자리를 다른 중소형사의 스타 펀드매니저로 채우려고 하자, 펀드매니저 전문 공채 한명 뽑지 않으면서 좀 키워놓으면 사람만 빼간다는 비난까지 고조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에 4년간 4명이 거쳐갔다. CIO는 운용의 방향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운용사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이다.
짧아도 3년, 길면 5년 이상을 한 CIO가 맡는 업계의 평균과는 차이가 난다.
삼성운용의 CIO 잔혹사는 201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운용은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출신 금융전문가인 김준성 이사를 전무로 영입, CIO를 맡겼다.
삼성운용은 김 이사의 뉴욕과 싱가포르 등 20년에 걸친 선진금융시장 경험을 살려 주식운용역량을 강화하고, 해외에서의 '삼성자산운용' 이름 알리기와 자금유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고 데려왔다.
김준성 전무가 받은 연봉은 당시 업계의 단연 화제가 될 정도였다.
별다른 실적 없이 김 전무가 물러났고, 현재는 KTB자산운용 CIO로 있는 전정우, 삼성운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남동준 상무 등이 거쳐갔다.
올해 3월부터 삼성운용의 CIO는 이승준 전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이 맡고 있다.
연기금 등에서는 1년에 한 번 꼴로 바뀌는 CIO를 보고 불안해서 어떻게 자금을 맡기겠느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CIO의 잦은 교체와 맞물려 펀드매니저 생활의 대부분을 삼성운용에서 지낸 팀장급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남동준 본부장이 수익률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 뒤 남 본부장의 국민연금 자금을 이어받아 운용하던 매니저 팀장급 2명이 회사를 옮겼다.
대표 펀드매니저 중 한 명도 최근 KT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고, 내부적으로 이동을 고려하고 있는 시니어급 펀드매니저들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남 본부장은 아래 팀장급 등 시니어부터 주니어 매니저들까지 따랐던 수장급이어서 연쇄 이탈이 있었다"며 "주니어 매니저들은 선배 매니저들의 이동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지만, 회사에 대한 마음이 많이 떠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빠져나간 팀장급 펀드매니저 모두 매니저 경력 대다수를 삼성에서 보낸 삼성인들인데, 이들을 보낸 조직의 문화는 생각하지 않고 밖에서 스타급 매니저를 데려와 이름 값으로 채워보려 한다는 비난이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운용은 빈 자리를 스타 펀드매니저로 채우기 위해 무차별적인 접근에 나서고 있다.
삼성운용은 한 운용사의 대표 펀드매니저에게 본부장, 억대 연봉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영입에는 실패했다. 삼성운용이 내건 조건은 밑에 잘하는 매니저 2명과 함께 팀으로 옮겨달라는 것이었다.
중소형사들은 삼성운용발 스카우트 전쟁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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