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고 소송등

공시 사각지대 상장펀드, '투자자 울린다'

Bonjour Kwon 2010. 1. 20. 07:38

상장이후 공시의무 없어...정보취득 어려워 '묻지만 투자'등 피해 우려

 

환금성을 위해 증시에 상장된 상장펀드들이 공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 자본시장법에 의해 설립된 상장펀드들은 청산 등과 관련된 몇 가지 신고의무만 있을 뿐 공시의무는 없는 실정이다. 명문화된 공시규정도 없다. 일부 상장펀드가 '묻지마 투자'의 타깃이 되고, 이로 인해 선의의 투자자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상장 후는 투자자가 알아서?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아태특별 (165원 상승25 -13.2%)이다. 이 상장펀드는 부동산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특별자산펀드로 지난 2007년 9월 미국 호텔 개발사업에 투자했으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80%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현재 이 펀드에 남아있는 자산은 예금 등에 운용되고 있어 사실상 특별자산펀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문제는 이 상장펀드의 주요 자산이 부실로 처리되는 등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투자자들은 정보를 제 때 취득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일반 상장기업이나 부동산펀드(리츠), 선박펀드와 달리 자본시장법에 의해 만들어진 상장펀드의 경우 공시의무가 없는 탓이다.

거래소 공시담당자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설립된 상장펀드는 자산운용보고서 등 법에서 정한 고지의무가 있어 별다른 공시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공시의무가 없다보니 투자자들은 운용사나 판매사가 제공하는 자산운용보고서를 통해서만 운용 정보를 취득해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관련법상 상장펀드 설정 당시의 투자자가 아닌 상장이후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에게는 운용보고서가 제공되지 않는다. 투자자가 직접 운용사 홈페이지 등에서 운용보고서를 찾아봐야 하는 것.

더욱이 운용보고서는 분기당 1번 작성되다 보니 시의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이미 발생한 이슈를 한두 달 지나서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한 관계자 “현재 상장펀드의 운용현황은 일반 펀드처럼 운용사 홈페이지나 협회에 고지된 운용보고서만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주식 거래는 실시간으로 이뤄지는데 정보는 시차를 두고 제공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펀드도 공시규정 마련해야"

현재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는 상장펀드는 총 9개로 설정규모는 1조원에 육박한다. 이중 일부는 공시의무가 없음에도 투자정보 제공차원에서 주요 운용사항을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실례로 국내 최대 공모형 해외 부동산펀드인 ‘맵스리얼티1 (3,100원 상승5 0.2%)’을 운용하는 미래에셋맵스는 부동산 매매 및 자산가치 변화 등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있다. 또 국내 최초 블라인드펀드인 ‘골든경매일호 (2,710원 보합0 0.0%)’를 운용하는 골든브릿지자산운용도 자율공시를 통해 펀드 운용현황을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 관계자는 “공시의무는 없지만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되고 있는 만큼 일반 종목들처럼 주요사안에 대해선 투자자들에게 알려야 할 책임이 있어 자율적으로 공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은 상장펀드의 건전한 투자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운용 결과와 관련된 주요사항은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처럼 업계 자율에 맡길 경우 자의적으로 적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1,285원 상승10 -0.8%) 펀드애널리스트는 "일반펀드와 달리 상장펀드는 주식 거래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만큼 운용상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공시규정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시와 함께 상장폐지 규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상장펀드는 영업보고서 또는 결산서류 미제출, 업무정지, 해산 등의 경우 상장 폐지할 수 있지만 광의적인 해석 탓에 운용사들이 실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업계관계자는 "투자실패로 자산가치가 급감하거나 당초 펀드 설립 목적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상장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폐지하는 것이 났다"며 "현재는 운용 행위와 관련된 상장폐지 규정이 없는 상태라 아무렇지 않게 방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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