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공제회, 고수익 좇아 대체투자…부동산PF 덥석 물었다 낭패위험한 투자로 궁지에 몰려 전담조직·인력도 없이 보장수익 맞추려 무리수.

Bonjour Kwon 2014. 7. 2. 21:42

 

2014.07.02

 

 

저금리 시장상황에 맞게 목표수익률 낮출 필요

 

◆ 2014 공제회 대해부 ② 대체투자로 몸살앓이 ◆

 

국내 한 공제회가 최대주주로 참여해 개발하려던 서울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사업이 착공도 하지 못한 채 무산돼 출자사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133층 빌딩이 모습을 드러냈어야 하지만, 현재 빈 땅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박상선 기자]

 

133층 높이의 마천루를 지어 서울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겠다며 야심 차게 출발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DMC 랜드마크빌딩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총 4조원을 투입해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이 일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것은 뜻밖에도 A공제회였다. A공제회는 이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된 서울라이트타워의 지분 20%를 가진 최대주주였다. A공제회와 출자사들은 총 2400억원의 자본금 중 토지중도금은 돌려받지만 토지계약금 400억여 원과 운영비 등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라이트타워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1233억원의 대금 반환 요구 소송을 진행 중이라 손실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A공제회는 이미 투입한 200억원 가운데 상당액을 손실처리해야 한다.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된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출자자 명단에는 어김없이 공제회가 끼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공제회들은 부동산 PF 시장의 큰손이었다.

 

저금리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보다 높은 수익을 찾아나선 공제회들이 대체투자로 눈을 돌린 결과다. 하지만 경기 변동이나 위험에 대한 예측 없이 전문 분야도 아닌 부동산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든 게 화근이 됐다.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면서 사업 진행이 잘 안 됐고 이에 따라 손실을 보는 공제회가 잇따랐다.

 

국민연금도 2008년 3.7%에 불과하던 대체투자 비중을 지난해 말 8.4%까지 늘렸고, 앞으로도 이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대체투자를 늘리는 것은 전 세계 기관투자가의 공통된 행보인 만큼 그 자체를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분석이나 위험자산 투자 비중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없이 막연한 수익을 좇아 대체투자에 나서는 공제회가 여전히 많다는 게 문제다.

 

B공제회는 예금과 채권만으로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한다며 대체투자 심사나 평가를 위한 조직이나 전담 직원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공제회는 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은평뉴타운 부동산 PF 개발사업에 최대주주(지분 25%)로 참여했다가 손실을 입게 됐다. 사업은 무산됐고 손실 확정을 위해 출자사 간 협의가 지연되면서 사업 청산마저 늦어지고 있다. B공제회가 이 PF에 이미 투입한 자금은 300억원이다.

 

매일경제신문 공공자산운용평가단이 들여다본 27개 평가 대상 공제회 가운데 관련 지침이나 투자심의위원회, 대체투자위원회, 전문 운용인력 등을 두고 대체투자에 나서고 있는 곳은 과학기술인공제회,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10여 곳에 불과했고 대체ㆍ해외투자의 적정성 분야에서 `양호` 등급을 받은 공제회는 4곳뿐이었다.

 

박상수 경희대 교수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면서 "대체자산에 투자해 원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전문성 있는 인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제회는 전문인력과 조직을 정비할 필요가 있고, 비용이나 효율 면에서 전담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공제회라면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찬우 국민대 교수는 "대체투자는 주식이나 채권 투자에 비해 고위층 인사나 외부 입김이 작용할 여지도 큰 만큼 투자를 결정하는 조직에 외부 인사가 참여해 로비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체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공제회들이 앞다퉈 위험한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결국 수익률 때문이다. 회원들에게 약속한 높은 수익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한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체투자 비율이 높은 공제회들은 실제로 목표수익률이 높았다.

 

목표수익률이 7.4%에 달하는 군인공제회의 지난해 대체투자 비중은 72.79%에 달했고, 목표수익률이 6.5%로 높은 과학기술인공제회 역시 대체투자 비중이 73.85%나 됐다. 이 가운데 부동산 투자 비중은 62.2%에 달할 정도로 쏠림 현상도 심했다.

 

이 밖에도 경찰공제회,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 교직원공제회 등 목표수익률이 5% 이상인 공제회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2%대에 불과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높은 지급률을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해 대체투자를 늘리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김병덕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환경에 비해 적정 이상의 높은 수익률 또는 지급률을 보장하는 경우 과도한 위험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중장기 자산운용 전망에 연동해 보장수익률 또는 지급률을 주기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공제회가 보장수익률을 낮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공제회가 보장수익률을 낮추려면 일종의 주주총회인 대의원 결의를 거치거나 회원들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회원 스스로 받아야 할 보장수익률을 낮추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급여율 체계는 과거 고금리 시절 안정적인 채권 투자만으로도 어렵지 않게 급여율을 맞출 수 있던 때를 기준으로 설계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회원들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또 일부 공제회는 최악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지급률에 대한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조성일 공공기관자산운용평가단장(중앙대 교수)은 "회원 스스로 노후에 받아야 할 돈의 이자율을 낮추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지만 공제회 자산운용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 <용어 설명> 

 

▷대체투자 : 주식, 채권, 은행 예금과 같은 전통적인 투자 상품이 아닌 다른 대상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 대상은 부동산, 헤지펀드, 원자재 등으로 다양하다.

 

[이은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닷컴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