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국부펀드 전쟁'에 진퇴양난 국민연금.동양의 기금영향 영향확대도 꺼려? 국부펀드들이 일제히 채권을 덜어내고 대체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

Bonjour Kwon 2014. 7. 4. 12:15

2014.07.04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국민연금이 수익률 제고를 위해 대체투자 확대를 노리고 있으나 매물 확보를 위한 국부펀드간 경쟁이 치열해 운신의 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대체투자 매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국부펀드간 협력보다는 경쟁이 우선되면서 국민연금이 끼어들 여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그간 진행해왔던 미국 워싱턴 D.C. 부동산에 대한 투자 검토를 최근 백지화했다. 아부다비투자청(ADIA)과 공동투자를 노렸지만 아부다비투자청이 일방적으로 투자 논의를 중단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대체투자 대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아부다비투자청도 투자할 곳이 부족해 국민연금과 공동투자 계획을 중지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최근 이같은 상황을 연달아 맞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가 모집한 세컨더리펀드(벤처캐피탈이 보유한 벤처 주식을 매입해 수익을 올리는 펀드) 관련 딜은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입김에, 해외 사모투자펀드(PEF) 투자건은 캐나다 온타리오교직원연금(OTPP)의 반대에 국민연금이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기금 고위관계자는 "5조원에서 10조원 정도의 중형 PEF에 투자하고 싶지만 해당 PEF 운용사와 관계를 이어온 현지 연기금들이 펀드 확대를 원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동양의 연기금이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대해 문화적으로 꺼리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수년전만 해도 국민연금은 해외 유수의 기금들과 손을 잡는 방식으로 해외투자를 확대해 '짭짤한' 수익을 올려왔다. 201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아부다비투자청 등과 함께 1740억원을 모아 영국 런던에 위치한 개트윅공항에 투자했다. 부족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에 이같은 제휴 방식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자 상황이 변했다. 전세계적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이 일제히 채권을 덜어내고 대체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부동산과 PEF 등 대체투자 부문에서 괜찮은 매물이 부족해진 탓이다.

 

예를들어 3년 전만해도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았던 노르웨이 글로벌정부연금펀드(GPFG)는 최근 부동산 투자를 67억 달러(약 7조원)로 늘렸다. GPFG의 운용규모는 총 750조원대에 달해 향후 부동산 투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약 170조원을 운용하는 캐나다연금(CPPIB)의 부동산 투자 비중은 2007년 4.3%에 불과했지만 현재 11% 이상으로 늘었다.

 

국내 대체투자 시장도 이같은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에는 중국, 중동 등지의 국부펀드들이 국내에 쓸만한 부동산을 쓸어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최근들어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이 그동안 소홀했던 대체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자 시장이 술렁이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외 시장에서 모두 투자할 곳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국내 투자여건이 좋지 않을 때 해외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탄력적인 운용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현재 대체투자 규모는 41조5000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체 기금대비 비중은 9.6%로 전술적 자산배분(TAA)이 허용하는 하한선을 0.1%포인트 밑돌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5월 열린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내년 대체투자 목표비중을 11.5%로 기존 대비 0.4%포인트 낮췄다. 무리한 자금집행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내년말 기금규모(532조원)를 고려했을 때 현재보다 20조원을 더 대체투자에 쏟아 부어야 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글로벌 국부펀드간 경쟁 심화로 대체투자 매물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며 "특히 뉴욕,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새로운 투자지역과 상품을 발굴하는 수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