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 물류창고등

‘택배 공룡’ CJ대한통운의 공습, 점유율 50% ‘ 너끈 ’…경쟁사 ‘ 전전긍긍’ 택배 업계에 ‘공룡’이 탄생했다.

Bonjour Kwon 2014. 7. 23. 09:40

 

2013.4.8

지난 4월 1일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통합 법인이 출범했다. 통합 법인의 이름은 CJ대한통운이다. 국내 택배 시장은 CJ대한통운·CJ GLS·한진·현대로지스틱스·우체국택배 등 이른바 ‘빅5’가 장악하고 있었다. ‘빅5’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71%였다. ‘빅5’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등 진흙탕 싸움을 벌여 왔다.

 

최근 몇 년간 ‘빅5’의 몸집이 커지면서 로젠·동부택배·KGB택배·KG옐로우캡 등 중견 택배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말 인터넷 도서 배송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던 이노지스가 극심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고 경영난을 겪던 KGB택배는 아파트 관리비 정산 업체인 이지스엔터프라이즈에 매각됐다.

 

업계 1, 2위인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통합은 국내 택배 시장에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국내 택배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면서 도약대에 오른 뒤 2000년대 들어 해마다 2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

 

한국통합물류협회가 발표한 ‘2012년 택배 성장률 분석’에 따르면 2000년 2억269개였던 물동량은 2012년 14억598만 개까지 증가했다. 15세 이상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횟수도 2000년 3회에서 2012년 33.6회로 늘어났다. 지난해 택배시장 규모는 3조5000억 원 정도다.

 

급속한 성장은 부작용을 동반할 때가 적지 않다. ‘블루오션’으로 여겼던 신시장이 순식간에 ‘레드오션’으로 변해 있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택배 사업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시장은 금세 과열됐다. 삼성·현대·CJ·KT·두산·동원·동부·유진 등 굴지의 그룹사들이 줄지어 뛰어들면서 2006년 택배 업체 수가 31개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다른 기업에 인수됐거나 스스로 그만둔 업체가 속출했다. 택배 업체는 2012년 17개로 줄었다. 그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을 비롯한 ‘빅5’가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CJ대한통운과CJ GLS의통합으로 ‘택배공룡’ 이 탄생하면서 국내 택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CJ대한통운 점유율 37% ‘압도적 1위’

 

국내 택배 시장(2012년 말) 점유율은 CJ대한통운 21%, CJ GLS 16%, 현대로지스틱스 12%, 한진택배 11%, 우체국택배 11% 등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기서 CJ대한통운과 CJ GLS를 합하면 37%다. 2위 그룹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도적인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택배 공룡’의 등장으로 업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 이유는 택배 업계의 경쟁 포인트가 결국 ‘단가’이기 때문이다. 누가 더 낮은 단가를 제시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는 뜻이다.

 

대형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A사 J대표는 ‘택배 업체 선정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단가”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형 택배 업체들의 서비스 수준은 대동소이하다”며 “낮은 단가를 제시한 곳을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단가 싸움에서 CJ대한통운은 이전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이미 합병 이전 CJ대한통운과 CJ GLS의 평균 운임 단가가 건당 약 2100~2200원으로 업계 최저 수준이었다. 이는 국내 평균 단가 대비 약 300원 정도 낮다.

 

택배 단가는 같은 시간에 물량을 누가 더 빠르고 많이 배송하느냐에 달려 있다. 물류센터가 많고 자동화가 잘돼 있는 업체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자금력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최근 대전시 문평동에 있는 메인 허브 터미널을 증축한데 이어 경기도 군포시 수도권 지역 허브 터미널에 최신 자동 화물 분류기를 설치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시설 증축으로 기존에 하루 250만 상자였던 택배 화물 분류량이 300만 상자 이상으로 20%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2014년 4월까지 경기도 광주에 1592억 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규모의 메가 허브 터미널을 짓고 있다. 택배 물량의 6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류 효율성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경쟁 업체들이 CJ대한통운의 약진을 막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도 사정이 그리 나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진은 2012년 10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11년(당기순손실 295억 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봤다. 부채 규모도 1조 원에 달한다. 무한 경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자금 동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진 관계자는 “운영의 효율성과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견 택배 업체, 틈새 공략으로 돌아서

 

주요 업체들의 2013년 투자 계획을 봐도 업계의 판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2012년 감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합병 전인 CJ대한통운은 2013년 택배 사업과 관련해 968억 원의 투자 계획을 잡아 놓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로지스틱스는 369억 원, 한진은 160억 원에 불과하다.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CJ대한통운의 점유율은 향후 50%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2012년 매출액 기준 중견 택배 업체는 로젠·KG옐로우캡·동부택배·KGB택배 등 4곳이다. 지난해 경영 실적은 중견 택배 업체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매출액 규모가 가장 큰 로젠택배는 2012년 2209억 원의 매출을 올려 겨우 52억 원의 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KGB택배도 매출 819억 원에 순이익 5억4800만 원으로 가까스로 적자를 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KG옐로우캡과 동부택배는 각각 57억 원(매출 1021억 원), 196억 원(매출 99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울상을 지었다.

 

중견 택배사들의 어려움은 향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흐름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의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야마타운수·시가와큐빈·일본통운 등 ‘빅3’가 8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견 택배사들은 대형 업체와의 정면 대결보다 틈새 공략에 역량을 집중하거나 인터넷 쇼핑몰 등 연관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예를 들어 KGB택배는 도농 농산물 직거래 쇼핑몰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형 업체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내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택배 업체들이 살기 위해서는 합종연횡을 통해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강성진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택배 산업은 규모의 싸움으로 전환했다”며 “작은 회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규모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싸움은 덩치로 하는 게 아니다. 기업 간 경쟁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규모의 열세를 뒤집고 순위 바꿈을 하는 사례는 숱하다. CJ대한통운이 압도적인 규모를 갖췄다고 해서 마냥 성장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