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현대상선그룹

한전부지 . 현대차. 10조 5천억, 삼성전자는 5조원 초중반···현대차 ‘당혹’. 7만9342㎡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4억879만원. 기부 채납 약 40%

Bonjour Kwon 2014. 9. 18. 14:45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입력 : 2014-09-18

한국전력 부지 낙찰에 실패한 삼성전자가 써낸 입찰가액이 5조원대 초중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조5500억원을 써낸 현대차그룹의 절반에 불과한 액수다.

결국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삼성그룹과의 자존심 대결에 적정 입찰가액을 과도하게 초과한 금액을 제시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98년 현대차가 기아자동차를 인수할 당시 금액(1조1781억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에대해 한전부지의 미래가치를 생각해 가격을 책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삼성의 입찰가액이 알려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가격은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인데다 적정 낙찰가액으로 4조원 안팎을 예상한 시장의 예상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다.

한전부지 면적이 7만9342㎡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4억879만원을 지불한 셈이 된다.

게다가 현대차가 한전부지를 매입하려면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종상향에 따른 기부채납으로 땅값의 40% 안팎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기부채납 규모는 1조3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때문에 부동산업계 등에서는 인수금액이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입찰 결과만 의식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한전부지가 10조5000억원을 들여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사내유보금이 아무리 넉넉하다고 하더라도 과열된 경쟁으로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소진해 자칫 현대차그룹 자체의 경쟁력 약화까지 초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한전부지에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짓고 그룹사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는 동시에 문화와 생활, 컨벤션 기능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조성해 한국판 아우토슈타트를 만들 계획입니다.

아우토슈타트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그룹 본사입니다. 아우토슈타트는 출고센터,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을 연계해 연간 250만 명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명소입니다.

이영규 현대차그룹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제2도약을 상징하는 차원의 다른 공간을 만들 것이다. 100년 앞을 내다본 글로벌 컨트롤타워로서 그룹 미래의 상징이 될


 

것이다"라며 포부를 드러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과 오는 26일까지 부지매각 계약을 체결한 뒤, 1년 내 대금을 내면 소유권을 이전하게 됩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한전부지 인수로 정 회장의 4대 숙원이 모두 해결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4대 숙원이란 글로벌 상위 5위 진입, 현대건설[000720] 인수로 현대가(家) 적통 계승, 고로제철소 준공 그리고 통합사옥 건립을 말한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위기 이후 기아차[000270]를 인수해 사업을 키우면서 2010년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5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에는 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도 손에 넣었다. 

고로제철소 건설은 고 정주영 회장 시절부터 현대가의 숙원사업이었다. 정 회장은 2010년 4월 충남 당진에 일관제철소를 준공함으로써 오랜 꿈을 이루게 된다.

통합사옥 건립은 정 회장의 마지막 숙원이다. 글로벌 5위 업체라는 위상에 걸맞은 번듯한 사옥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생각이다. 정 회장이 입찰금액을 10조원 넘게 제시한 것은 한전부지를 놓칠 경우 서울 시내에서 그만한 땅을 더 찾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 입찰가"라면서 "그러나 좋은 물건을 제값에 주고 사는 것도 경영능력의 하나"라고 말했다.  

◆ “제2롯데월드보다 더 높게…연 10만명 이상 방문하는 랜드마크 조성”

현대차는 삼성동 부지를 어떻게 개발할까. 우선 현대차는 인근 지역에서 가장 높은 규모의 타워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직 구체적 층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제2롯데타워(123층·555m)보다 높은 건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대차가 뚝섬에 지으려 했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조선일보 DB
현대차가 뚝섬에 지으려 했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조선일보 DB

현대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뚝섬 인근 옛 삼표 레미콘 부지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지하 3층, 지상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지을 계획이었다. 지난 2010년 시공능력평가 1위인 현대건설(000720) (65,200원▲ 1,600 2.52%)까지 인수하면서 2011년 착공 계획은 본격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번번이 서울시의 규제에 막혀 신사옥 건설은 진행되지 못했다. 특히 작년 서울시가 도심과 부도심에만 50층 이상의 빌딩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뚝섬 초고층 빌딩 건설은 사실상 무산됐다. 뚝섬은 초고층 건설이 가능한 도심·부도심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고심하던 현대차는 지방 이전이 예정된 한국전력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 부지 인수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한국전력은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내려간다. 축구장 12개 정도 크기(7만9342㎡)의 한전 부지는 서울 강남에서 대형 건물을 조성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땅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측면에서는 강남의 마지막 금싸리기 땅으로 평가받는 삼성동 7만9천342㎡ 부지에 현대차그룹이 구상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코엑스∼잠실운동장 종합발전계획'과 연계돼 다양한 유·무형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한전 부지 개발로 이 일대가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되고 활력을 찾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역삼동을 중심으로 했던 테헤란로의 축이 삼성동으로 옮겨오는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서울시가 한전 부지의 40%를 기부채납할 것을 요구하면서 3종 일반주거지역인 토지용도를 상업지역으로 상향시켜주겠다고 제시한 데 대한 기대감도 상당했다.

박합수 팀장은 "상업지역이 되면 용적률이 현재 250%에서 800%까지 올라가 5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 개발도 가능해 진다"며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건설중인 잠실 제2롯데월드를 능가하는 빌딩을 이 자리에 짓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센터장 역시 "롯데가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며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회자되며 서울의 랜드마크로 떠오르는 것처럼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가 들어서면 코엑스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랜드마크가 없던 이 지역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동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역 주변 부동산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인근의 오피스 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대로변 건물 시세는 3.3㎡당 1억원, 이면도로 건물도 6천만원에 육박한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센터장은 "최근들어 한전 인근 중소형 빌딩, 상가주택, 오피스 등의 가격이 움직이고, 오래된 빌라촌의 재개발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주변 아파트들도 개발에 대한 기대 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성동뿐 아니라 청담동, 대치동, 잠실동까지 개발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장기적으로 동쪽으로는 잠실5단지 재건축까지도 개발에 대한 영향이 예상된다"며 "남북으로는 청담동에서 대치동 일대까지 현대차 직원의 입주 수요로 인한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박합수 팀장은 "주변 상가와 빌딩 등은 이미 개발에 대한 기대치가 반영된 상황이어서 당장 추가로 가격이 크게 오르진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