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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백기사' 연이은 지분 매각 이유는 나티시스, 케이프포춘 상선지분 대거 매도..현대엘리 파생 해소 방침 탓

Bonjour Kwon 2014. 9. 19. 07:46

 

 

 

2014년 09월 15일 08:35 더벨

 

현대그룹 경영권 방어에 백기사 역할을 해줬던 나티시스(Natixis)와 케이프포춘(Cape Fortune B.V)이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을 잇따라 매각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그룹이 결정한 파생상품 계약 해소 방침에 따라 이뤄진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나티시스는 지난 8월 21일부터 27일 사이 장내에서 현대상선 주식 105만5855주를 매각했다. 이로써 나티시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수는 기존 425만4489주에서 319만8634주까지 줄었다. 매각 대금은 총 130억 원가량이다.

 

 

 

프랑스계 금융회사인 나티시스가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은 지난 6월경이다. 손자회사격인 넥스젠캐피탈(Nexgen Capital Limited)이 확보하고 있던 현대상선 주식을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주요 주주가 됐다.

 

모기업 나티시스로 지분을 넘겼던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현대그룹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모종의 계약관계를 맺고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만기일까지 현대상선 지분을 매각 없이 보유해주는 조건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를 부진한 현대상선 지분(23.73%)을 안정적으로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지난 9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동안에는 장기간 현대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해줬던 케이프포춘 역시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 95만8243주를 매각하고 나섰다. 이를 통해 케이프포춘 주식은 201만1798주에서 105만3555주까지 줄게 됐다. 총 매각가는 107억 원 정도다.

 

케이프포춘은 현대그룹의 대표적인 우호세력으로 어떤 주주보다 앞서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해줬던 곳이다. 지난 2004년 처음으로 현대상선 주식 1236만5040주를 확보한 이후 해마다 재계약을 맺어주며 경영권 방어에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하는 대가로 매입할 당시 주가와 매각시 주가 차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해주는 파생상품 계약을 현대엘리베이터와 맺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계약관계는 나티시스 역시 비슷했다. 만기일까지 주식 매입 대금에 변동요율을 적용한 이자를 매 분기말 지급하는 조건이 걸렸다. 만기일이 돌아오면 주식 매입대금과 만기시점의 주가 차액을 환산해 현금 또는 현물로 정산해주는 조항도 있다. 사실상 금융권에서 차입을 통해 주식을 매입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구조다.

 

백기사 역할을 하던 이들 재무적투자자(FI)들이 갑작스럽게 지분을 매각하고 나선 것은 사실 올해 초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속된 파생상품 손실 압박에 올해 초 향후 돌아오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넥스젠캐피탈, NH농협증권, 교보증권, 메리츠증권 등 일부 계약을 연장 없이 끝냈다. 아울러 향후 만기가 돌아오는 파생상품 계약들 모두 해소할 계획을 세웠다.

 

불안정한 지분율을 안정적으로 방어하던 파생상품 계약을 해소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양한 이유가 있다. 우선 2대주주인 쉰들러홀딩AG(쉰들러)와 그룹 지주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다툼이 가장 컸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무리한 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있어 주요 주주로서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며 법원에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

 

이사회의사록 열람 소송은 대법원에서 최종 파기환송을 통해 사실상 최종 승소를 확정 지은 상태이고, 나머지 본안 및 손해배상 소송 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같은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파생상품 계약을 향후 종료하는 것이 긍정적이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쉰들러의 대표적인 공격 대상이 바로 파생상품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채권단과 현대그룹이 3조 원대 달하는 자구안을 약속했다는 점도 파생상품 계약 해소를 결정한 중요한 배경이 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향후 안정적 경영활동을 위해 파생상품 해소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파생상품 자체가 향후 자금운용 계획을 세우는데 걸림돌이 된다는 압박이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는 자구안을 상당수 마무리한 상태다.

 

 

 

결정적으로 파생상품이 없더라도 현대엘리베이터가 이전처럼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계약 해지를 결정하게 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 계약 대신 자본유치 등 방식으로 우호주주를 확보하는 경영권 방어 전략을 선택하고 나섰다. 지난 6월 마켓밴티지를 대상으로 1140억 원대 현대상선 전환우선주 발행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고, 하반기 모든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계획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우호지분율은 35.7%까지 올라서게 된다. 파생상품 계약에 묶여 있는 지분(약 5%)을 모두 해소하더라도 안정적 경영권 방어가 가능해진 셈이다. 과거 경영권 분쟁을 낳았던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현대상선 지분율은 18.5%에 그친다. 아울러 현대엘리베이터를 지속적으로 공략해왔던 쉰들러는 잇따른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지분율이 크게 약해졌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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