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資産 안팔려 청산 못하는 부동산·선박 펀드들.◇인기 없는 오피스 빌딩… 청산 안 되는 공모형 리츠. ◇선박 펀드, 배당률 0% .원본 이하도 가능!

Bonjour Kwon 2014. 10. 2. 07:10

 

2014.10.02

 

일부 오피스 빌딩 매각 안돼 약속했던 수익 배당 못해 상장된 부동산 펀드 주가 하락

선박 임대 운용하는 펀드도 업황 침체로 선박 가격 하락

대출 원리금 갚기도 빠듯

 

'코크렙8호'라는 독특한 이름의 종목 주가가 지난 29일 하루 만에 8% 하락했다. 이것은 리츠(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s)로, 증시에 상장된 일반 기업과는 달리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다. 올해 꾸준히 주가가 오르던 코크렙8호가 이날 갑자기 떨어진 이유는 투자한 부동산을 되파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선박 등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사람들이 약속했던 수익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주로 오피스 빌딩이나 선박을 매입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매각해 주주들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데, 업황 부진 때문에 잘 팔리지 않거나 살 때보다 싼값에 매각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인기 없는 오피스 빌딩… 청산 안 되는 공모형 리츠

 

지난 2006년 설립된 코크렙8호는 부동산투자신탁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이 만든 공모형 리츠다. 리츠는 대부분 기관이 투자해왔는데 일반 개인도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설립 당시 투자자들에게 모은 자금과 추가로 받은 대출을 합해 서울 종로의 G타워(옛 거양빌딩)와 경기도 분당의 센트럴타워(서현신영타워)를 산 뒤 입주한 기업들로부터 임대료를 받아왔다.

 

 

리츠는 설립할 때 존립 기간을 정한다. 그 기간에는 임대 수익으로 돈을 벌고 존립 기간 안에 부동산을 팔아 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청산을 하는 방식이다.

 

G타워는 지난 2012년 SK D&D에 팔렸다. 매입할 때보다 비싼 가격에 팔아 100억원 이상 차익을 남겼다.

 

문제는 센트럴타워가 계속 매각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센트럴타워에는 2006년 당시만 해도 중소형 IT기업들이 대거 입주해 공실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지만 2010년 이후 기업들이 판교로 속속 이전하면서 공실률이 두 자릿수로 높아졌다.

 

원래는 5월에 청산할 계획이었지만 센트럴타워를 팔지 못해 리츠 존립 기간을 3년 연장했다. 지난달 케이원제4호 리츠에 매입가보다 낮은 57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조만간 청산돼 수익을 분배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자금을 모으는 데 실패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매각이 진행되고 무산되는 동안 코크렙8호의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코람코자산신탁의 한 관계자는 "센트럴타워를 취득가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판다고 해도 이미 G타워 매각을 통해 얻은 차익을 분배했기 때문에 리츠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약 7% 정도로 높다"면서 "매수 의향을 밝힌 투자자와의 협의는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설립된 코크렙15호도 올해까지였던 존립 기간을 2017년까지로 늦췄다. 대한전선의 옛 사옥이었던 인송빌딩을 아직 매각하지 못했기 때문. 작년에 한 차례 매각이 성사될 뻔했지만 계약 상대방이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만 8월에 하나투어의 자회사인 마크호텔과 20년 임대차 계약을 맺어 공실에 대한 걱정은 덜었다.

 

◇선박 펀드, 배당률 0%

 

선박 펀드 투자자들도 업황 부진 때문에 속병을 앓고 있다. 투자자에게 받은 자금으로 선박을 건조하거나 중고 선박을 매입하고, 그 선박을 해운사에 임대해 용선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받은 용선료로 대출 원리금을 갚고 남은 돈은 투자자들에게 나눠준다.

 

지난 2006년 상장한 바다로3호 선박투자회사는 최근 "2013년 9월 18일부터 2016년 9월 17일까지 주주 배당률을 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작년까지였던 존립 기간도 3년 연장했다. 해운 업황이 침체되면서 대출 원리금을 갚기에도 빠듯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배를 판 돈으로 대출금을 모두 갚고, 남으면 투자자들에게 지난 3년간 지급하지 못했던 배당금을 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최근 선박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데다 배를 팔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작년에 상장 폐지된 코리아퍼시픽05호 선박투자회사는 매년 9% 정도의 분배금을 9년간 투자자에게 주기로 했지만 결국 지급되지 않았다.

 

하이투자증권의 이대희 상품개발팀 차장은 "상품에 따라 이자, 배당 등을 분배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꼼꼼히 살피고 투자회사와 해운회사 등의 신용등급을 감안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