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눈돌려
| 2014-10-03
에쓰오일 온산 윤활기유 공장. 사진=에쓰오일 제공
국내 윤활유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원유가격과 정제 마진 하락으로 기존 정유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자 틈새 대안으로 떠오른 윤활유 부문을 앞 다퉈 공략하고 있다. 하지만 자그마한 파이를 놓고 대진하는 선수만 많은, 한마디로 빈 깡통만 요란한 격전(激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윤활기유 및 윤활유 시장은 연간 2조5,000억원 규모. 이를 GS칼텍스(17%), SK루브리컨츠(16%), 에쓰오일(12%) 등 정유 3사가 45%, 한국쉘, 한국하우톤, 모빌코리아 등 외국계 기업이 42%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13%는 유화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시장에 출사표를 내고 뛰어들었다.
윤활유시장은 1990년대 중반 만해도 연평균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짭짤한 화수분이었다. 그렇지만 시장이 성숙된 2010년 이후로는 1% 미만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돈이 된다고 생각한 정유사들이 공장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레드오션 시장으로 전락될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정유업체들은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 수요가 늘고 있는 중국, 인도, 남미 등 신흥국으로 적극 눈을 돌리고 있다.
기술ㆍ네트워크 등 해외시장 경쟁력 중요
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인 현대셸베이스오일은 지난달 25일 충남 서산시 대산에 셸과 공동으로 연간 65만톤 규모의 윤활기유(윤활유 원료) 공장을 준공하고 본격적인 윤활기유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셸베이스오일은 현대오일뱅크와 세계적인 석유생산업체 셸이 6대4의 비율로 합작한 회사. 이로써 현대오일뱅크는 오랜 숙원이었던 윤활기유와 윤활유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공장 준공으로 하루 2만배럴의 원유 부산물을 처리해 내수 판매와 수출을 통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라며 “생산된 윤활기유의 80% 이상을 합작사 셸의 글로벌 유통망을 통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팔고 나머지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 완제품 생산에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3개 정유사들은 현대오일뱅크의 윤활기유 진출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정제 마진 감소와 원유값 하락,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의 영향으로 적자에 시달렸던 정유사에게는 윤활기유와 윤활유만이 유일하게 실적을 뒷받침해줬다. 이들 회사들은 현대오일뱅크가 가세함으로써 경쟁을 통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좋지만 자칫 경쟁심화로 제 살 갉아먹기가 될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윤활유 시장 1위는 GS칼텍스다. 1969년 인천에 공장을 세운 GS칼텍스는 ‘킥스’라는 브랜드로 자동차용 엔진오일을 연간 130만톤, 하루에 2만6,0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업이 부진하자 올 상반기에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본부를 통합했다. 내수 21%, 수출 79%로 해외수출 비중이 크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석유화학과 윤활유 사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라고 말했다. 또 “해외시장 공략에도 공을 기울이고 있는데 인도와 중국에 있는 해외법인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동남아와 유럽 등 신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유일하게 윤활기유 제조 독자기술을 갖고 있는 SK루브리컨츠는 ‘지크’ 브랜드를 통해 국내외 고급윤활유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울산 1,2,3공장과 인도네시아 두마이 제3공장에 이어 올 하반기부터 스페인 까르따헤나 공장에서 고급윤활기유 제품을 생산한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공장을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SK루브리컨츠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기유 진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기존 고객에 대한 종속성 작업을 강화하고 ‘지크’ 이벤트 행사를 통해 로열티 높은 정비업체 고객을 고정화시킬 계획이다. 내년 초에 시장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위인 에쓰오일 역시 잰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 프랑스 석유회사인 토탈과 합작해 울산에서 하루 4만2,700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에쓰오일 7’이라는 새 브랜드로 국내시장에서 엔진오일 6종을 내놨다. 내수시장과 해외시장의 비율은 23% 대 77%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의 윤활유시장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며 “국내시장보다는 싱가포르와 상하이 등 해외거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로 가세로 4파전인 된 윤활기유 시장의 진정한 승자는 외국 글로버 회사라는 주장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를 제외하고는 국내 정유사들이 쉘, 토탈, 셰브런 등과 합작을 하고 있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오일메이저사와 합작을 해서 공장을 세우는 이유는 기유에 첨가제를 배합하는 기술이 아직까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윤활유시장보다는 외국시장을 뚫어야 하는데 해외 네트워크를 글로벌 오일메이저사들이 쥐고 있다”라며 “결국 국내 정유사들은 공장건립과 인력을, 기술과 네트워크는 외국계 기업이 나눠 합작을 하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활유에도 급(級) 있다
장원수 기자
자동차를 운전하면 통상 1만㎞ 주행에 한 번꼴로 엔진오일을 교체한다. 일종의 소모품으로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제조사 브랜드를 보고 주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라도 엔진오일은 광유냐 합성엔진오일(합성유)냐 따라서 가격과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원유는 정제를 하면 LPG->에틸렌->가솔린->경유->등유->중유->일반 광유계 기유->아스팔트 순으로 추출하게 된다. 광유는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일반 광유계 기유에 첨가제를 섞어 만든다. 광유는 정제를 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기에 값이 저렴하다. 원가가 리터당 비싸야 400원 정도다. 하지만 윤활성분과 함께 불순물도 따라오기 때문에 엔진 성능의 제약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인위적인 화학반응을 통해 별도의 제조과정을 거쳐 불순물을 걸어내어 만든 윤활유가 바로 합성유다. 광유는 점도지수에 따라 그룹Ⅰ∼Ⅲ까지 나눠지고 뒤로 갈수록 가격이 높다.
합성유는 값이 비싸다. 리터당 1,000~2,000원 정도의 원료 값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통상 시중 가격 차이는 4~5배 정도 난다. 그래서 일반 정비소에서 광유와 합성유의 가격도 그 만큼 차이가 난다. 광유에 비해 윤활능력이 뛰어나고 엔진에 무리가 가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SK 엔진오일 제품 중에서 '지크 XQ'는 합성유이지만 '지크 A', '지크 M'은 광유이다. GS 중에서는 '킥스 PA'은 합성유이지만 '킥스 G'은 광유다.
윤활유를 자세히 보면 0W40, 5W30 등 숫자가 있다. 앞쪽에 0W, 5W, 10W라고 표기한 것은 저온에서 점도가 깨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는 한계기준치를 수치로 나누어놓은 것으로 0W에 가까울수록 저온에서의 유동점이 낮아 시동성이 좋다고 할 수 있다. W는 Winter의 약자로 뒤의 30, 40, 50의 숫자는 고온에서의 점도 유지력 수치이다. 결과적으로 앞의 W의 수치와 뒤의 점도지수가 넓으면 넓을수록 폭넓은 온도범위를 수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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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신용등급 상향 방아쇠는
[Credit Outlook 점검]'안정적 실적+다각화' 호평...장기 불황은 여전히 걸림돌
정준화 기자 | 공개 2014-08-29 10:19:55
이 기사는 2014년 08월 27일 09: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계속되는 정유업계 불황 속에서도 업계 4위 현대오일뱅크(AA-)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줄줄이 적자로 돌아선 경쟁사들과 달리 현대오일뱅크는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하며 주목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싼 지역의 원유를 도입해 원가를 절감하고, 설비 고도화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함으로써 불황을 견뎌내고 있다. 2010년 현대중공업 품에 안긴 이후 합작투자를 통한 사업다각화에도 적극적이다.
불황 속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자 신용평가사들은 지난 6월 일제히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평가사로부터 '긍정적' 등급전망을 부여받은 것은 1년~1년 6개월 사이 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신용평가 3사가 공통적으로 내건 등급 상향의 전제 조건은 수익성 강화와 차입금 축소다.
사업다각화를 위한 현대오일뱅크의 투자는 지속적으로 예정돼 있어 당분간 차입금을 줄이기는 여의치 않다. 사업다각화로 인한 영업수익성 및 재무개선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 지가 등급 상향의 핵심 포인트인 셈이다.
◇불황에도 꾸준한 수익
올 2분기 정유업계는 침울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정유 3사가 모두 적자에 허덕였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503억 원 손해보는 장사를 했고, 같은 기간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각각 710억 원, 549억 원 영업적자를 냈다.
그러나 정유업계 막내인 현대오일뱅크는 달랐다. 2분기 5조 2167억 원의 매출액과 394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홀로 흑자를 기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수년간 정유업계 불황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0년 13조 3275억 원이던 매출액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2013년 22조 4037억 원으로 늘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같은 기간 3798억 원에서 6292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꾸준한 실적의 비결은 설비 고도화를 통한 수익성 강화다. 2011년 상반기 제2기 고도화 설비투자가 마무리되면서 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비율이 종전 17.4%에서 34.4%로 크게 점프했다.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GS칼텍스와 유사한 수준이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정제부산물인 코크스연료를 재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도 수익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중동 외에 남미나 북해산 브랜트유 등 다양한 공급로를 통해 생산원가도 낮추고 있다.
그동안 현대오일뱅크의 사업기반은 정유사업에만 국한돼 왔다. 하지만 2010년 8월 현대중공업그룹에 편입된 이후 사업다각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일본 코스모석유와 합작사 현대코스모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2012년 쉘과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출범시키는 등 합작투자를 통해 비정유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시험 가동 중인 현대쉘베이스오일 대산공장은 다음달께 상업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총 투자비는 3300억 원이며 현대쉘베이스오일은 본격적인 상업 생산이 이뤄지는 2015년부터 연간 1조 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올초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현대케미칼을 출범했다. 총 1조 2000억 원을 투입하는 현대케미칼은 2016년부터 원유정제와 합성섬유 원료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MX와 경질 나프타를 현대케미칼에서 자체 조달할 경우 수입대체 효과만 연간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 4월 1000억 원을 들여 울산에 유류 저장시설을 설립, 국내 정유업체 중 처음으로 유류저장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신평사, 일제히 등급전망 '긍정적' 평가...트리거는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지난 6월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일제히 조정했다. 이들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현대오일뱅크의 안정적인 실적 흐름과 사업다각화 움직임에 대해 공통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와 함께 등급 상향 여부를 결정할 때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할 트리거 조항도 제시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오일뱅크의 다각화 수준과 재무지표의 안정화 여부에 따라 신인도 향방이 좌우될 것이라며 비정유부문 실적 안정화 및 연결기준 조정차입금/OCF 5배 수준의 달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조정차입금/OCF(총영업활동현금흐름)는 2010년 5.7배, 2011년 5.8배, 2012년 6배, 2013년 7배를 기록 중이다. 한기평이 제시한 트리거 조항에 다소 못미치는 수준으로 차입금을 줄이거나 OCF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오일뱅크의 오일터미널 및 윤활기유 공장의 상업 가동 이후 EBITDA 증가세가 이어지면서 구조적으로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4.5배 이하로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신용등급 상향 조정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순차입금/EBITDA는 2010년 6.5배, 2011년 3.5배, 2012년 5.2배, 2013년 4.6배로 트리거 조항과 유사한 수준까지 개선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사업다각화 효과가 가시화돼 현금창출능력이 강화되고, 지속적인 투자에도 2014년 연결기준 EBITDA/금융비용이 5배를 유지할 경우 등급상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의 EBITDA/금융비용은 2010년 10.4배, 2011년 9.4배, 2012년 3.6배, 2013년 5.2배로 트리거 조항을 충족시키는 수준이다.
신용평가 3사가 요구하는 공통적인 사항은 차입금 축소와 수익성 강화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오일뱅크의 투자 계획을 감안할 때 차입금의 유의미한 축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올해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출자가 완료되지만 2016년까지 현대케미칼 출자 부담(연결기준 8000억 원 차입금 증가)이 남아 있다. 자체적인 시설투자 및 보완투자 또한 연간 3000억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투자비 일부를 부담할 것으로 예상돼 차입금 증가는 제한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용등급 상향의 핵심 키는 수익성 강화 여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차입금의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사업다각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얼마나 진행되는지가 등급 상향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업황이 여전히 좋지 못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실적이 등급 상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