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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꼴찌의 반란..등급상향은 '아직' 나홀로 흑자 행진…업황 대응력 확보, 비정유 투자부담 해소 관건

Bonjour Kwon 2014. 10. 8. 07:50

 

이 기사는 2014년 09월 30일 14: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대형 정유사 중 시장점유율과 대외 신인도가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석유정제업에 치중한 사업구조로 다각화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용등급 역시 AA-로 최고 수준(AA+)에 올라 있는 상위 3사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보여준 재무실적은 꼴찌의 반란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심각한 업황 부진으로 경쟁사들이 정유부문에서 대규모 영업적자를 면치 못할 때 나홀로 독보적인 수준의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우수한 영업현금창출력은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익 호조와 신용도 상승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점유율로 대변되는 시장경쟁력이나 사업 다각화 수준이 아직은 경쟁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 시간이 갈수록 경기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도화 설비 등 대규모 투자집행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한 재무 레버리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최근 윤활유, 석유화학 부문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중단기적으로 재무안정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정유 부문 실적 호조, 비결과 한계

 

현대오일뱅크는 상반기 개별 기준 140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전년 동기 2556억 원 대비 45% 가량 줄었지만 극심한 업황 저하를 감안하면 선방 이상의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사업이 정유 부문으로 단일화해 있어 석유정제로만 업계 최고의 흑자를 창출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호실적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한 고도화 설비 투자와 원유 도입선 다변화의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출 비중은 글로벌 정제마진 약세의 여파를 최소화해 오히려 실적 방어에 보탬을 줬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은 대규모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SK에너지 1798억 원, S-OIL 2059억 원, GS칼텍스 2369억 원 등 정유 부문에서만 최악의 영업적자를 나타냈다.

 

현대오일뱅크의 양호한 실적은 그동안 업계 최하위 사업자로서의 한계를 털어버릴 만한 성과였다. 크레딧 시장에서의 평가도 상당히 우호적으로 변했다. 신용평가 3사는 현대오일뱅크의 신용등급(AA-)에 '긍정적' 전망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고 향후 재무레버리지의 축소 가능성도 낮아 신용등급 상향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오일뱅크는 6월말 현재 개별 기준 2조9839억 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성 자산은 818억 원에 불과해 순차입금만 2조9021억 원에 이른다. 부채비율 역시 163%로 업계에서 가장 높다.

 

물론 경쟁사 대비 떨어지는 재무안정성은 두 노치 차이가 나는 신용등급에 녹아 있기는 하다. 문제는 이 같은 신용도의 간극을 좁힐 정도의 재무적 성과를 이어갈 수 있느냐는 점.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당장 정유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올렸지만 과거 대비 저하 추세가 뚜렷하다. 시장 점유율이나 거래처와의 협상력 등에서 경쟁사에 밀리는 것 또한 사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신용평가사가 요구한 재무실적을 단기간 내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기평은 신용등급 상향의 조건으로 연결 기준 조정차입금/OCF 5배 이하를 제시했다. 한신평은 순차입금/EBITDA 4.5배 이하, NICE신평은 EBITDA/금융비용 5배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연말 기준 현대오일뱅크의 조정차입금/OCF는 7.2배, 순차입금/EBITDA 4.8배, EBITDA/금융비용 2.8배로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추세적으로도 지표가 더욱 악화하고 있어 신용도 상향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

 

◇ 신용등급 상향론 '시기상조'…향후 업황 대응력 관건

 

특히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비정유 부문의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재무부담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적으로도 석유화학·윤활유 부문의 업황 전망이 좋지 않아 투자설비의 상업운전 가동 후 원활히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지에 의문 부호가 붙는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수년간 대규모 고도화설비 투자로 차입금이 급격히 증가했고 최근 비정유 부문 출자 등에 따른 부담도 커졌다"라며 "최근 실적 호조가 상위사 대비 탁월한 제품·사업경쟁력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지속 성장에 대해서도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진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정유는 물론 신규 투자처인 비정유 부문의 업황도 좋지 않아 재무구조의 개선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라며 "불안한 업황에 대한 대응력과 사업경쟁력 제고에 대한 신뢰를 안정적 재무실적 창출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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