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1
저금리에 주식·채권 수익률 떨어지자 3대 연기금, 4년간 인프라 투자 2배로
투자 대상 많고 年 최소 7% 수익 내는 석탄·LNG화력발전 시설 등에 돈 몰려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에 들어설 2기가와트(GW)급 석탄화력발전소는 건설에 필요한 총사업비가 약 4조5000억원에 달한다. SK가스·SK건설과 남동발전이 투자해 건설할 예정인데, 2021년에 완공되면 연간 300만 가구가 쓸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발전소를 짓는 데는 국민연금공단, 삼성생명 등 국내 13개 기관투자자가 KDB인프라자산운용이 만든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보탰다. 이 펀드는 고성 석탄화력발전소 이외에도 포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 화력발전 사업 등 국내외 에너지 관련 시설에 투자하기 위해 작년에 2조4500억원 규모로 만들어졌다. 펀드 존속 기간은 25년으로 길지만, 연평균 8% 정도 수익을 낼 것으로 분석돼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다.
고수익을 좇는 큰손들의 관심이 주식, 채권에서 해외 부동산과 사회기반시설(SOC) 등 대체 투자 자산으로 옮아간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발전 시설에 대한 투자가 최근 4~5년 사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별 자산 투자, 4년간 92.7% 급증
국내외 특별 투자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총자산이 2010년 말 13조원 초반에서 지난 9월 말 기준 25조원으로 증가했다. 4년간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별 투자 펀드는 주식, 채권, 부동산 이외에 총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한다. 그동안에는 주식과 채권에만 투자해도 두 자릿수 수익을 낼 수 있었지만 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며 투자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자 대체 투자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특히 SOC 등 인프라 관련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3대 연기금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은 최근 4년간 국내외 인프라 투자를 두 배 가까이로 확대했다. 국민연금은 2009년 국내와 해외 인프라 투자 금액을 합쳐 4조원 수준이었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는 11조원대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학연금의 SOC 투자 금액은 3660억원에서 6100억원으로, 공무원연금은 1940억원에서 2340억원으로 66%, 20%씩 늘었다.
◇도로·항만·철도 투자는 옛말… 에너지 시설 투자가 대세
불과 6~7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인프라 투자라고 하면 대부분 도로·항만·철도를 건설하는 데 투자한 뒤 임대료나 운영비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하지만 예전만큼 건설되는 물량이 많지 않고 정부가 재정 부담을 이유로 일정 기간 최소 수입을 보장해주는 MRG(최소 운영 수입 보장)를 폐지하는 등 민간 사업자에 대한 유인책을 줄이자 투자 매력이 많이 떨어졌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에너지 발전 시설 투자다. 도로·항만·철도와 비교하면 아직 투자할 대상이 많고 정부에서도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헌 KDB인프라자산운용 팀장은 "발전 시설을 건설하려면 수조원대 자금이 들어가는데 정부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와 LNG 복합 화력발전소의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라면서 "두 자릿수 수익이 나는 대박 투자는 아니지만 쪽박도 없는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한 국내 연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에너지 관련 시설에 투자하면 연평균 수익률이 최소 7% 정도인데 이제 도로나 철도에 투자해서는 그 정도 수익을 돌려받기가 힘들다"면서 "괜찮은 투자 대상이 있으면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해외 인프라로 눈을 돌리는 기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KB자산운용이 만든 일본 태양광 펀드에는 국내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약 1100억원을 투자했다. 일본 히로시마현에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데 자금을 투자하고 20년 동안 지역 전력 회사에 전기를 팔아 수익을 돌려받는 구조다. 예상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7~8% 정도다.
군인공제회도 올해 호주 퀸즐랜드주 공무원 퇴직연금이 보유한 인프라펀드 지분을 약 420억원에 샀다. 이 펀드는 호주의 담수화 시설, 액화천연가스 관련 시설 등에 투자하는데 2000년 펀드 설정 이후 연평균 15% 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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