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포스코.현대제철등 제철업계

위기의 제조업]④ 공급과잉 철강, 뼈를 깎는 구조조정 돌입.◆ 내우외환에 시달린 국내 철강업체◆ “철강공급 과잉, 앞으로 20년간 이어질 것” 

Bonjour Kwon 2014. 12. 28. 10:44

2014.12.27

 

포스코(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 동부제철(016380)등 국내 철강 4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평균은 3.0%에 그쳤다. 이들 4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011년 5.7%에서 지난해 3.7%까지 떨어지는 등 지속적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중 빅2 철강회사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빼면, 영업이익률은 1.7%에 불과하고, 매출은 전년보다 2.3% 감소한 것이다.

 

실적 악화가 장기화하면서 철강업계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업계 4위인 동부제철은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채권단관리체제로 전환됐다. 조선용 후판을 생산하는 동국제강은 장기 불황을 견디기 위해 자회사인 유니온스틸과 합병, 자본 보강에 나섰다.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을 세아그룹에 매각, 수익성이 낮은 특수강 사업에서 손을 뗐다.

 

◆ 내우외환에 시달린 국내 철강업체

 

올 한해 철강업계는 구조개편이라는 진통을 겪었다. 현대·기아차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계열사로 둔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동부특수강을 인수한 것을 빼면, 나머지 철강사들은 모두 몸집을 줄이는 다이어트에 나섰다.

 

철강업계의 위기는 내우외환(內憂外患) 성격이 짙다. 세계 철강시장에선 최근 5~6년간 철강소재 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됐다. 하지만 철강업체들은 국내에서 경쟁적으로 설비를 증설했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올해 철강업계에 거세게 몰아친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철강시장은 실제 수요보다 공급이 5억톤가량 많은 공급과잉 상태다. 수요는 16억톤인데 공급은 21억톤이 넘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건설 등 철강을 다량 요구하는 산업이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이 공급과잉의 배경이다. 특히 중국·일본·한국 3국이 전세계 철강공급의 60%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공급과잉을 심화시키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런 공급과잉 속에서도 설비 증설에 매달렸다. 현대제철은 2010년 고로 생산을 시작, 지난해 쇳물 생산능력을 1200만톤까지 늘렸다. 동부제철도 1조원 이상을 투자, 연간 250만톤의 쇳물 생산 능력을 갖춘 전기로를 완공했다. 동국제강 역시 조선용 후판 생산 능력을 250만톤까지 확대했다. 동부제철과 동국제강 등의 중급 철강사들이 구조조정 한파에 내몰리는 것은 글로벌 철강시장 흐름에 역행해 증설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현곤 포스코경영연구소 철강연구센터장은 “최근 철강업계 위기는 2000년대 중반 소재산업 호황을 바탕으로 설비 투자를 추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변한 시장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부 차원의 산업 발전 전략이 없어 기업의 투자를 국가 차원에서 조율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 “철강공급 과잉, 앞으로 20년간 이어질 것” 우려

 

전문가들은 글로벌 철강공급 과잉이 향후 20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새로운 수요처가 나타나지 않은 가운데 세계 최대 철강소비국인 중국의 철강수요가 둔화하고 있는 점 때문에 세계 철강산업은 1970~1990년대의 불황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도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다는 것도 철강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정부가 철강업계에 부여한 배출권 할당량(3억600만톤) 실제 배출량에 못미치기 때문에 업계의 비용부담이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수익률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중간 이하 철강사들은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철강업계가 최근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슬림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기술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확대하는 등의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가 수요기업들과 기술혁신을 함께 도모하는 솔루션 마케팅을 통해 자동차용 초경량 강판 생산한 것이 좋은 사례로 지목된다.

 

이와 함께 정부도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지는 철강사 간 M&A(인수합병)를 적극 지원하고, 민관 합동으로 친환경 제철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폭넓게 나오고 있다.

 

[정원석 기자 lll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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