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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를 제3의 제철소로 만들겠다는 권회장! 계속 미뤄지는 대우인터내셔널 송도 이전, 이유는?

Bonjour Kwon 2014. 9. 30. 14:16

2014.09.30

 

올해 10월→올 연말→내년 초…자꾸 미뤄져

 

“영일만과 광양만을 산업의 곡창지대로 일궈냈듯, 인천 송도를 제3의 제철소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매진해 왔다.”

 

권오준 포스코(005490)회장은 지난 7월 10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동북아무역센터 준공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동북아무역센터는 지상 68층, 높이 305m의 현존하는 국내 최고층 빌딩이다. 지난 2006년 착공된 지 8년 만에 준공됐다. 건설비용에 총 4900억원이 들었다.

 

송도는 권오준 회장이 지금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발판이 되기도 했던 곳이다. 포스코가 송도에 세운 글로벌 연구센터가 세계 철강업계 최고 연구기관이 되면서 이 사업을 주도한 권 회장의 입지가 공고해 졌다. 권 회장이 역점을 두는 기술과 마케팅이 융합된 ‘솔루션마케팅’의 중심인 철강솔루션센터도 송도에 있다.

 

하지만, 포스코 그룹 내 ‘넘버 2(자산 및 매출 기준)’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047050)은 요즘 송도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내년에 예정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로의 이전을 앞두고 직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송도 이전 때문에 회사를 관두는 직원들이 나오는 지경이다. 송도 개발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은 그룹의 방침과 직원 사기 저하 가운데서 대우인터내셔널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 자꾸 미뤄지는 송도 이전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과 함께 동북아무역센터를 3460억원에 매입했다. 현재 서울역 맞은 편 연세빌딩에 세들어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당초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나는 10월쯤 송도로 이전 동북아무역센터 9~21층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전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올 연말로 한 차례 미뤄졌다가 최근에는 내년 1분기(1~3월)까지 일정을 또 늦췄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송도 이전이 늦춰지는 표면적인 이유는 1000명에 이르는 본사 직원들의 거주, 출퇴근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과 서울 인근 경기도에 거주하는 본사 직원 대부분은 거주지를 송도로 옮길 생각이 없다. 차량으로 1시간 이상 걸리더라도 출ㆍ퇴근을 하겠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직원들은 전했다.

 

집을 옮기려는 직원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처음 거론됐던 사원 조합 아파트나 독신자 전용 기숙사 마련 방안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사원 아파트는 현재 회사가 아파트 부지만 확보한 상태다. 실제 시공사를 선정하고 착공까지 하려면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숙사 역시 회사가 경비 지원 방안을 알아보는 단계다. 서울 근처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회사는 셔틀버스를 20대 정도 운행할 계획을 세웠지만, 노선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송도 이전 추진으로 마음 떠난 직원 한둘 아냐”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은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데 있다고 지적한다. 종합상사 1위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서울을 떠나야 한다는 심리적 박탈감을 거론한다. 송도 이전에 따른 업무 비효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직원은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 근처로 가면 바이어 접견 등에 효율성이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며 “오히려 본사 사옥이 송도로 이전하게 되면 서울 고객 응대가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이 쏟아지자 회사 측은 “송도 사옥 이전은 종합무역회사를 넘어 종합사업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계기”라며 진화에 나섰다. 포스코 그룹 편입 이후 매해 신입직원을 100명 이상씩 뽑게 되면서 현 사옥의 사무공간이 너무 좁아졌기 때문에 송도로의 이전은 불가피하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전병일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지난 19~20일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리조트에서 개최한 임직원 전략토론회에서 “송도 신사옥 이전과 관련해 임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설득작업도 직원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한 대리급 직원은 “송도 이전 발표 후 신입사원 스펙도 확 떨어졌다”며 “이미 마음 떠난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과장급 직원도 “최근 내 주변에서만 5명이 회사를 그만뒀다”면서 “상사업계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긴 하지만, 이 회사에선 송도로 가야 하는 것이 주된 퇴사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직원 반발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회사 측은 송도로 이전하는 직원에게 임금을 올려주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우인터내셔널의 평균 연봉(정규직 남자 직원 기준)은 4400만원으로 포스코 그룹에서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룹의 모회사인 포스코의 평균 연봉은 4000만원 정도다.

 

한 상사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임금은 업계 2위인 LG상사(4200만원)보다도 200만원가량 더 많다”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의 임금을 올리는 것을 포스코 그룹 수뇌부가 용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대우인터내셔널 화학적 결합 이뤄져야”

 

포스코 그룹과 대우인터내셔널의 화학적 결합이 미진한 것도 송도 이전에 대한 거부감의 한 원인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이 2010년 포스코에 편입됐지만, 아직도 상당수 직원은 ‘대우맨’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하다. 옛 대우그룹의 모체이자 1970년대 대한민국 수출 증대의 일등 공신으로 ‘잘 나갔던 회사’가 포스코 그룹에 편입되면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권오준 회장이 추진한 구조조정 방안으로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거론됐다는 점도 직원들의 자존심을 자극했다. 권 회장이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대우인터내셔널이 매입 규모(3조4000억원)에 비해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포스코 내부에서 끊이지 않자, 상사업계 일각에서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이 재추진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총 차입금이 4조4000억원인 대우인터내셔널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포스코 재무구조 개선에 부담이라는 시각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

 

한 상사업계 관계자는 “대우인터내셔널 직원 입장에서는 포스코 그룹에서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송도로 이전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원석 기자 lllp@chosun.com]

 

[우고운 기자 w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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