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100년 만에.보험사에 뒤진 은행.10년새 순익 '반토막' 수모..이자수익 의존 경영실적 악화.18개은행순익.6.2조. 56개보험사(생보25.손보31)는.6.6조

Bonjour Kwon 2015. 2. 9. 20:39

2015-02-09 20:25:26

 

[에너지경제 조성준 기자]100여년의 국내 금융권 역사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금융시장의 터줏대감인 은행권이 만년 2등 업종이었던 보험사보다 순이익을 더 못 내는 일이 벌어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경남·광주·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농협·산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를 합친 56개 보험사는 지난해 1~3분기에 5조1천억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다.

 

보험사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5000억원, 2분기 1조9000억원, 3분기 1조7000억원을 기록해 4분기에 분기별 최하 실적인 1조5000억원의 순익만 달성하면 지난해 순익이 6조6000억원에 달하게 된다.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 1922년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가 각각 국내 최초의 은행과 보험사로 설립된 후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라며 "금융이라면 당연히 은행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현실에서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은행은 보험사의 4배 이상 순이익을 냈다. 이 추세는 계속 이어져 2005년 은행권이 13조6000억원의 순익을 낼 때 보험사의 순익은 3조3000억원에 불과했다. 2007년 은행들이 사상 최대인 15조원의 순익을 거둬들일 때도 보험사 순익은 3조80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상황이 조금씩 변해졌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이자수익만 의존하다가 최근 수년 새 저금리 추세로 이자마진이 감소하자 덩달아 순익이 급격히 줄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작년 1.79%까지 내려갔다. 결과적으로 총자산이 1700조원에 육박해 830조원에 불과한 보험사보다 덩치가 두 배나 큰 은행이 순이익에서 뒤쳐지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가 장기 고정금리대출로의 전환을 위해 2%대 대출상품을 내놓으면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 또한 치열해져 수익성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한 관계자는 "순이자마진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은행의 수익성은 올해도 더 나빠질 것"이라며 "투자자문 수수료 등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하고 정부, 기업과 협력해서 글로벌 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소비자원 한 관계자 역시 "지금 국내 은행의 모습은 그물을 쳐놓고 가만히 앉아 물고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부의 모습과 같다"며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골몰하지 말고 다각적인 자산 운용을 통해 자산이익률을 높이고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준 기자 j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