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수가 해운은 무슨"하더니……전세 역전한 하림그룹
2015.03.10
하림 (5,040원 ▼110 -2.1%)그룹이 팬오션 인수에 필요한 금융권 차입금 4400억원 조달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당초 여신제공에 미온적이거나 하림의 자금력과 변제력을 우려했던 금융회사들까지 거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자 더 많이 빌려주겠다며 경쟁을 벌였다.
10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하림의 팬오션 인수금융 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에는 지난 주말까지 7300억원의 투자 확약서(LOC)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신디케이트론 인수금융 목표치가 4400억원이었고 지난달 말까지 LOC 합계가 3000억원에 못 미쳤던 걸 감안하면 1~2주일 새 2900억원이 오버부킹된 셈이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하림이 양계사업을 주축으로 성장해오다 보니 금융권 실무자들 사이에 닭고기 회사가 해운업에 뛰어든다는 뜨악한 반응이 있었다"며 "하림의 양계사업 비중이 그룹 전체 매출에서 절반 이하이고 오히려 곡물사업과 홈쇼핑 등 이종사업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 오해가 불식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금융권은 하림이 1조원 이상에 팬오션을 인수하기로 하자 자금 부담이 지나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았다. 팬오션의 부채가 상당하고 해운업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하림이 4000억원 이상의 차입으로 인수금을 조달하려는데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일색이었다. 산업적 노하우가 부족한 하림이 STX그룹의 해체를 유발한 팬오션을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었다.
신디케이트론 주관사인 하나대투증권은 은행권이 등을 돌리자 오해가 지나치다는 판단을 내리고 일단 하림과 함께 인수금 조달 계획을 낱낱이 공개했다. 1조610억원으로 제안한 인수금 중에서 당장 하림이 조달할 자금은 3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렸다. 팬오션의 재무상황이 개선되고 있어 하림이 인수할 2000억원의 회사채 인수분이 1년 내 현금유동성으로 갚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도 설명했다.
법원도 하림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가격협상 과정에서 530억원의 금액 할인을 승인했다. 이런 전망에 재무적 투자자 JKL파트너스의 참여(1700억원)와 인수금융(4400억원)을 감안하면 하림의 실제 부담은 3000억원 안팎으로 줄었다.
이 과정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이 은행권 실무자들과 일일이 접촉해 그룹 전체의 사업구조와 업태별 매출비중, 장래 계열사간 시너지 계획 등을 설명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하림이 이미 양계업보다 유통업 비중이 크고 최근 5년간 양돈업과 식품가공업(팜스코), 소비자 유통업(NS쇼핑)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성공을 거둔 사실을 홍보한 것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미뤄왔던 하림 계열사 NS쇼핑의 IPO(기업공개)를 승인한 것은 막혔던 봉인을 해제한 효과를 냈다. 3월 상장이 유력한 NS쇼핑의 예상 시가총액이 8000억원에 육박하자 경영권 지분 54%를 가진 하림의 수혜가 부각된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NS쇼핑 지분만으로도 팬오션 인수금융 4400억원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자들의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팬오션 신디케이트론 4400억원을 걱정했던 하나대투증권에 우리와 신한, 국민 등 메이저 은행 외에 대형 보험사와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몰렸다. 4000억원대 후반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투자확약서 제출은 실제 신디케이트론 여신액 배분 과정에서 LOC 비율대로 감소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되자 각 사들의 경쟁으로 700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금융사들이 서로 더 많은 여신 출자를 보장받기 위해 내부 승인액을 최대한으로 높인 것이다.
거래 관계자는 "하림이라면 논의를 거절하겠다던 금융회사들이 상황이 달라지자 서로 내 돈부터 먼저 써달라고 경쟁하고 있다"며 "LOC 비율보다는 하림을 먼저 믿고 자금집행을 승인한 금융사에 배분액을 더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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