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수익 높고 안정"… 큰손들 사로잡은 항공기 투자.6~8%대 高수익 내면서 低금리시대 새 투자처로

Bonjour Kwon 2015. 9. 3. 06:49

 

: 2015.09.03 06:44

항공사가 항공기 살 때 기관투자가 돈 끌어쓰는 '자본시장 조달' 급증

 

지난 28일 KDB대우증권은 6500만달러(약 765억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두바이의 국영 항공인 '에미레이트(Emirates)'가 사용 중인 'B777-300ER'를 사들이고 이를 다시 재임대(Lease back)하는 사업에 투자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는 HMC투자증권이 KDB대우증권 등 다른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함께 9200만달러 규모의 항공기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의 경우 물류 회사인 DHL이 사용 중인 B777-200LRF 항공기에 대체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연기금과 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항공기 투자가 부쩍 늘고 있다. 국내 금융 투자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이들은 그동안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를 많이 해왔다. 그런데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 수익률이 낮고, 중국이나 그리스발 경제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주는 등 시장의 불안정성이 심화 되다 보니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연기금·증권사 등 항공기 투자

 

항공기 투자는 기본적으로 항공사들이 고가(高價)의 항공기를 전부 자기 돈으로 사기 힘들다는 구조 때문에 생겨났다. 민간 항공기 제조사 중 가장 큰 곳으로 꼽히는 보잉이나 에어버스의 항공기 가격은 크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000억~3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한 대만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기관투자가 등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다 항공기를 구입해야 한다.

 

 

기관투자가의 항공기 투자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항공사들은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우고 그곳에 투자가의 자금을 지원받아 항공기를 구입한다. 항공사들은 SPC 소유의 항공기를 리스해서 쓰고 리스비를 내면 그중 일부가 투자가들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항공사들이 리스 업체에 리스비를 내고 비행기를 사용하고, 리스비 중 일부가 투자가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항공기 투자에 몰리는 것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작년 12월 보잉사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항공기 구입을 위해 들어가는 자금 중 투자은행·증권 등 기관투자가가 주축이 되어 자본시장에서 조달한 비중은 9% 정도였다. 나머지는 비행기를 사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거나 해서 조달된 것이다. 그런데 이 비중은 2013년(33%), 2014년(46%)까지 올랐다.

 

◇6~8%대 안정된 고수익이 장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항공기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수익률이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높다는 데 있다. 영국 소재 항공 컨설팅 회사인 어센드(Ascend)에 따르면 지난 1991~2013년 항공기 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6.2%에 달했다. 최근 항공기에 43억원을 지분 투자한 SBI저축은행은 연 8%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현재 저금리와 시장 불안으로 주식이나 펀드 등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항공기 투자 전문가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강 케네스 상무는 "항공기 투자는 수익률이 상이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이미 투자된 건은 안정된 현금 배당 및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가 같은 기간산업에 속하는 선박보다 잔존 가치가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선박의 경우 전 세계에 수백개의 조선소가 있다. 선박의 용도도 다양해서 잔존 가치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그런데 항공기 제조사는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거의 과점하다시피 해 공급량을 통제하기 때문에 잔존 가치가 일정하게 하락하고, 가격 변동성의 민감도가 낮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특정 항공사가 어려워져도 항공기를 팔아서 대부분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업계에서는 항공기 투자에도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고 말한다. 항공사의 경우 한 번의 사고가 기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항공기 투자에 있어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항공사가 파산하는 경우"라면서 "투자를 하기 전 항공사에 대한 면밀한 신용도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