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고 소송등

“대신증권 오너 집안 사람” 자처 자산운용 前 직원 수십억 불법 커미션 의혹

Bonjour Kwon 2015. 11. 7. 12:39

라발로 리조트’ 사업 관련 고발장 입수…투자금 15% 76억원 커미션으로 지급

 

2015.11.05  

대신자산운용 전 직원 양 아무개씨가 과거 해외 투자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브로커들이 가져온 사업에 투자를 유치해준 대가로 거액의 커미션을 받았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검찰은 브로커 이 아무개씨를 구속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양씨에 대한 수사에는 진전이 없었다.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입을 닫았고, 수상한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는 양씨 스스로가 대신증권 오너 집안 사람임을 자처하며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각종 정황상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최근 양씨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던 또 다른 브로커 차 아무개씨가 최근 입국을 시도하다 덜미를 잡힌 것이 계기였다.

정황과 증거, 커미션 수수 의혹에 무게

사건은 2007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신자산운용은 양씨 주도로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호텔을 건립하는 ‘라발로 리조트 앤드 컨퍼런스센터 프로젝트’의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다. 투자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2007년 12월 1차로 1600만 달러, 2008년 5월 2차로 2800만 달러를 라발로 리조트에 투자했다. 여기에는 대신증권(50억원)·IBK기업은행(30억원)·공무원연금(100억원)·건설근로자공제회(50억원)·메리츠종합금융증권(50억원)·더케이손해보험(40억원) 등 기관투자가들과 개인투자자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사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면 중단됐다. 건설 대출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 일로 투자자들은 막대한 투자금을 고스란히 잃게 됐다. 현재 기관투자가들은 대신자산운용을 상대로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가운데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던 이들도 있었다. 투자 알선 브로커 이씨와 차씨가 그 장본인이다. 이들은 투자 유치의 대가로 미국 라발로 리조트 측으로부터 거액의 커미션을 챙겼다. 우선 1차 투자 직후인 2008년 1월 홍콩에 설립된 프라임윈에셋(Prime Win Assets)을 통해 250만 달러를 받았다. 2차 투자 후에는 키프로스 소재의 포스캐피털(Pos Capital)에 415만 달러가 송금됐다. 전체 투자금 4400만 달러의 15%에 해당하는 665만 달러가 커미션으로 지급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사업에 개입해온 김 아무개씨가 2013년 이씨와 차씨를 검찰에 고발하면서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고발장에 따르면, 이씨와 차씨는 수수료 명목으로 334만 달러와 64만 달러를 각각 나눠 가졌다.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오던 이씨는 알선수재와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지난 2월5일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36억원을 부과받았다. 이씨는 법원의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으나 지난 9월10일 기각됐다. 이씨가 구속됐지만 사건이 종결된 건 아니다. 커미션 일부의 행방이 묘연하기 때문이다. 이씨와 차씨가 가져간 398만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267만 달러의 흐름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이씨 재판 과정에서 나온 각종 증언과 증거들을 취합하면 해당 자금이 양씨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포착된다.

 

고발장에 따르면, 양씨가 라발로 리조트 투자를 기획한 계기는 이씨의 제안이었다. 이씨는 2007년 9월 라발로 리조트와 커미션 계약을 마친 후 평소 알고 지내던 양씨를 찾아가 투자를 권유했다. 기관투자가들에 따르면, 당시 라발로 리조트는 미국 부동산 가격 하락과 세금 체납 등으로 사실상 파산 상태였다. 호텔 건립을 위한 부지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과 3개월 만에 투자가 결정됐다. 눈여겨볼 대목은 1차 투자가 이뤄진 2007년 12월 이씨와 양씨가 부동산 개발 컨설팅업체인 알이로직스(RE Logics)를 설립해 공동대표에 올랐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이후 커미션을 세탁해 국내로 반입하는 데 이용됐다.

그러나 양씨는 커미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높은 이율의 중개수수료를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알았다면 라발로 사업에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러나 라발로 리조트 측이 양씨에게 보낸 펀드 자금 사용 내역서에는 고액의 커미션 지급이 명시돼 있다. 서류 하단에는 양씨의 사인도 기재돼 있다. 커미션의 존재를 몰랐다는 양씨의 법정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김씨는 양씨를 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여기에 김씨는 양씨에게 직접 뭉칫돈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투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투서에는 김씨가 자기 주변 인사들의 차명 계좌를 통해 반입한 커미션을 인출해 양씨에게 직접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이씨와 차씨가 돈을 건네는 장면을 수차례 목격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씨는 또 이렇게 전달된 돈이 1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이씨와 차씨는 국내로 반입한 커미션을 인출한 사실까지는 인정하면서도 해당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양씨에게 돈을 전달하러 갈 때마다 이씨와 차씨가 동행했고 캐리어나 종이봉투 등에 뭉칫돈을 담아 건네는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다”며 “양씨에게 돈을 전달한 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알선증재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는 판단에 거짓 증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커미션을 전달했다는 시점 직후 양씨가 고가의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입했다는 점도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양씨는 검찰에 아파트 매입 자금 출처가 ‘모친’이라고 주장했다. 양씨의 모친은 ‘우리는 대신증권 오너가의 일원이며, 이 오너 집안에서 아파트 매입 자금을 빌렸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저널이 확인한 결과, 양씨가 대신증권 오너가와 동성동본이며 2대에 걸쳐 대신증권 계열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양씨는 제주 양씨 26세손이다. 현재 경영 일선에서 활약 중인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과 같은 항렬이다. 양씨의 부친도 대신증권 출신으로 한때 그룹 계열사에서 최고위 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신자산운용은 양씨가 오너가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제주 양씨라는 점만 같을 뿐 면식이 없는 사이로 알고 있다”며 “아파트 매입 자금을 빌려줬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브로커 이씨와 차씨, 대신자산운용 전 직원 양씨 등 세 사람을 상대로 낸 고발장과 비리를 입증하는 각종 자료들. ⓒ 시사저널 이종현

차씨와 이씨 책임 떠넘겨…커미션 어디로?

이처럼 각종 정황들은 양씨를 커미션의 종착지로 지목하고 있다. 그럼에도 양씨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씨가 267만 달러의 커미션을 차씨가 챙겼다며 양씨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어서다. 검찰은 그동안 이런 주장의 진위 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차씨가 미국에 머무르고 있어 신병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차씨에 대한 기소를 중지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차씨가 추석을 이틀 앞둔 지난 9월25일 입국을 시도하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된 것이다.

현재 경찰은 차씨와 이씨를 상대로 자금 흐름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씨는 차씨가 나머지 커미션을 챙겼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씨도 마찬가지로 이씨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자신은 2차 투자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아 1차 투자 과정에서 받은 64만 달러가 전부이며, 나머지 267만 달러는 이씨가 챙겼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당국 안팎에선 차씨의 신병 확보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씨와 차씨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만, 결국엔 두 사람 중 한 명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형량 추가는 차치하더라도 막대한 규모의 추징금을 감수해야 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자금의 행방에 대해 입을 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수사 결과 사라진 커미션이 양씨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무거운 처벌이 예상된다. 양씨가 금융기관 임직원이어서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특경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직원이 직무와 관련해 1억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하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대신자산운용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라발로 리조트 투자와 관련해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말을 아꼈다. 양씨의 커미션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개인의 문제이며 이미 퇴사한 상태여서 관련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만일 양씨가 커미션을 받고 무리하게 투자를 진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금융사의 생명인 신뢰도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