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현대상선그룹

海運 5년 불황에 흔들…현대그룹 위기 헤쳐나갈까? 현대증권등금융3사 매각 무산.현대상선 매각설

Bonjour Kwon 2015. 11. 9. 23:13

2015.11.09

 

재계 순위 21위인 현대그룹이 거센 풍랑에 직면했다. 지난달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진행해온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이 무산된데다, 이달 들어서는 부실(不實)에 허덕이는 핵심 계열사 현대상선이 매각설에 휩싸였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지만 규모가 작아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의 중평이다.

 

9일 현대상선 주가는 경쟁업체인 한진해운과의 합병설, 현대그룹이 산업은행에 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소문 등이 나돌며 13.78% 급락했다. 2000년대 초반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계열에서 분리되면서 해운·증권·엘리베이터 등을 중심으로 그룹 틀을 갖춘 지 10여 년 만에 그룹 전체가 요동치고 있다.

 

◇유럽 등 선진국 景氣 침체 직격탄

 

현대그룹의 위기는 그룹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주력 기업 현대상선의 부진이 직격탄이 됐다. 세계 18위 컨테이너 선사(船社)인 현대상선은 2011년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선진국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북미와 유럽 경제가 침체되면서 물동량이 급감한 탓이다. 2011년 3574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12년 한 해 영업손실만 5000억원을 웃돌았다.

 

현대그룹은 2013년부터 자구(自救) 계획을 통해 3조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작년 5월 알짜 사업부문인 LNG(액화천연가스) 운송 부문을 매각해 9700억원을 마련했고 두 달 뒤인 7월에는 물류 계열사인 현대로지스틱스를 팔아 6000억원을 조달했지만,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2010년 말 1조3000억원에 달하던 현대상선의 현금 보유액은 올 상반기 말 20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240%에서 880%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을 묶어 팔아 6512억원을 확보하려던 계획마저 무산되자 갖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날 현대상선 매각설(說)에 대해 즉각 부인하고 나섰지만,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좋아진 현대증권 대신 업황 회복이 요원한 현대상선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複數 국적선사’ 필요한가

 

그룹 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산업은행은 “더 이상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무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대그룹의 자구 노력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의구심을 금융당국은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증권 매각 불발 이후 현대그룹에 ‘추가적인 지원은 없다. 자구 노력을 하라’고 통보했다”며 “현대상선 매각을 포함해 모든 것은 현대그룹에서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산업은행이 일단 현대상선을 떠맡고, 합병이 어렵다면 한진해운에 위탁 경영을 맡기는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합병시키지 않더라도 어떤 식이든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선 “정부가 문제를 현대그룹 차원을 넘어서 국내 산업 전체로 확대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 연관 관계가 큰 해운-조선-철강을 전체로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산업은 해운사가 조선사에 선박을 주문하면, 철강사가 배에 들어가는 후판(厚板)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먹이사슬이 이어져 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본격 추진 중인 산업들이다.

 

유사시 국적(國籍) 선사 활용과 수출입 물동량 처리 같은 국가 전략 차원이나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의 물동량 감소 영향 등을 감안했을 때 복수(複數)의 대형 국적 선사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인 만큼, 단기적인 구조조정 못지않게 중·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중국은 정부가 낡은 선박을 해체하고 새로 주문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지원해 해운은 물론 조선업 회생을 돕고 있다”며 “세계 20위 안에 드는 두 대형 선사를 인위적으로 합치는 방안보다는 지원을 통해 되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island@chosun.com ] [조재희 기자 joyja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