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현대상선그룹

손에 쥐는 금액 최대 1천억 감소하는데…'조건 변경' 현대證 매각 '논란'

Bonjour Kwon 2015. 4. 15. 08:00

2015.04.15

 

오릭스 “나타시스 지분 매입 안하고 자베즈 TRS 유지하겠다” 인수 조건 변경 제안…산은 수용할 듯

 

차순위 파인스트리트 “구조조정 효과 1천억 감소” 반발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일본 오릭스 컨소시엄이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하 산은)에 인수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산은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차우선협상자인 사모펀드(PE) 파인스트리트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파인스트리트는 오릭스의 계획대로 인수 조건이 바뀌면 현대그룹 입장에서 유입되거나 절감되는 금액이 최대 1000억원 가량 감소해 구조조정 효과가 희석된다며 산은이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증권 지분 매각으로 인한 유입금액은 4600억원으로 이전과 동일하지만 기존에 현대그룹이 자베즈, 나타시스은행과 맺은 파생상품계약(TRS) 때문에 5년간 1000억원에 가까운 수수료 부담이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TRS(Total Return Swap)란 주식 인수자가 투자에 따른 수익과 리스크를 주식의 원래 소유자(매각자)에 넘기거나 나줘 갖는 대신 고정된 이자 수입을 얻는 파생거래다. 자베즈, 나타시스은행은 현재 연 8.5%, 4.95%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오릭스는 TRS가 맺어져 있는 자베스, 나타시스은행 지분까지 한꺼번에 인수할 계획이어서 현대그룹의 TRS 수수료 부담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오릭스가 현대그룹 지분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계약 조건 변경을 추진하면서 현대그룹이 TRS 수수료 부담을 그대로 안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은과 현대그룹이 차순위협상자인 파인스트리트와 협상을 하기 보다는 오릭스 컨소시엄으로 현대증권을 넘기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오릭스의 현대증권(003450)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오릭스와 계약 변경 관련 세부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산은은 현대그룹 구조조정 효과가 감소한다는 점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는 있으나 오릭스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릭스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현대증권 SPA(주식매매계약)를 체결할 계획이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펀드 투자자(LP)를 모집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 변경은 이 때문에 추진되고 있다.

 

◆ 오릭스 “나타시스 지분은 안사겠다”…투자자 모집 어려워지자 계약 조건 변경 요구

 

당초 오릭스는 현대상선(011200)(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 포함)(22.6%)과 자베즈 제1호PEF(9.5%), 나타시스은행(4.7%) 등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36.9%을 1조800억원에 매입할 계획이었다.

 

펀드는 두 개를 만들기로 했다. 오릭스PE가 현대상선(특수관계인 포함)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6%를 6600억원에 매입하고, 오릭스PE가 자베즈와 공동으로 또 하나의 펀드(2호 펀드)를 만들어 나머지 지분(14.3%)을 42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산은이 현대증권 인수 의향자들에게 자베즈, 나타시스은행 등의 지분을 함께 사라고 요구한 것은 이들이 현대증권 대주주인 현대상선, 현대유앤아이 등과 맺은 파생상품계약(TRS) 때문이었다. 이들이 우호주주로 활동하는 대신 각각 연 8.5%와 4.95%의 수수료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TRS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현대그룹의 정상화가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그룹은 TRS를 활용해 그룹 경영권을 지켜왔다. 범 현대가이지만 오너는 다른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 경영에 참여할 뜻을 내비칠 당시(2011~2012년)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NH투자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넥스젠캐피탈 등과 TRS를 맺고 우호주주를 끌어모았다. 이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요주주인 쉰들러는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경영 참여를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등이 대주주와 손을 잡고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수수료 수입을 거두는 것은 되도록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PEF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PEF의 옵션부 투자에 대해 원칙적 허용 입장을 밝혔으나 추가 수익 보장 옵션 계약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추가 수익 보장 계약의 경우 결국에는 투자자 손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다.

 

오릭스가 산은의 TRS 해소 요구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오릭스는 주당 1만2400원에 현대증권 주식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당시 현대증권 주가가 7000원 안팎이어서 자베즈, 나타시스은행도 산은의 요구에 동의했다. 자베즈의 경우 투자가격(8500원) 초과분의 20%를 추가로 받기로 현대그룹과 계약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자(LP)를 모집하기는 쉽지 않았다. 오릭스는 2호펀드 투자자들에게 추후 재매각시 가격이 주당 1만2400원 이상이면 1대 3의 비율로 수익을 투자자와 현대그룹이 나누고, 매각가가 1만2400원을 밑돌 때는 30%까지 손실을 보장받는 방안을 제안했다. 투자 수익은 연 6%를 제시했는데 현대증권으로부터 유입되는 배당금 및 처분 시 매각 대금으로 누적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조건이 기존의 TRS에 비해 불리해 투자자 호응이 적었다. 이에 오릭스는 “나타시스은행 지분은 그대로 두고 자베즈의 새 펀드에도 TRS를 적용하겠다”고 산은에 요청하게 됐다.

 

인수 조건이 바뀌면 오릭스의 자금 조달 부담은 확 줄어든다.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지분 22.6%만 6600억원에 취득하면 되기 때문이다. 인수금액 6600억원중 30%는 현대그룹에서 LP로 재투자하기로 했기 때문에 4600억원만 조달하면 된다. 오릭스 자체적으로도 1800억원의 자금을 모아놨기 때문에 LP 모집 부담감은 크게 줄어든다.

 

◆ 현대그룹, 재매수 감안하고 오릭스 선호?

 

기존 TRS 조건이 그대로 유지되면 현대상선 등 현대그룹 계열사는 5년간 자베즈에 총 768억원, 나타시스은행에 199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릭스는 자베즈가 받는 수수료율을 연 8.5%에서 8%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지불금액 차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급은 매 반기마다 이뤄진다.

 

그럼에도 산은과 현대그룹은 오릭스의 인수 조건 변경 요청을 수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단 현대그룹이 오릭스를 원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오릭스는 현대그룹에 이사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기로 했고, 5년 뒤 재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키로 했다. 지난 달 주주총회에서도 현 윤경은 대표이사의 3년 연임이 확정됐다. 내심으로는 현대증권을 팔기 싫은 현대그룹은 우호적 파트너인 오릭스를 더 원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역으로 이탓에 일부에서는 이번 매각이 진정성 있는 매각이 아니라 파킹딜(지분을 매각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되사는 거래방식)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LP로 참여하기로 했는데 경영권에 계속 참여하는 듯한 분위기”라며 “만약 현실화된다면 이는 분명히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매각은 산은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입장을 밝힐 만한 부분이 없다”면서도 TRS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1000억원 손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일 뿐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추후 매각가가 1만원대 중후반이 되면 수수료를 지급하고 주가 상승분을 챙기는 것이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산은 내부에서는 그동안 현대그룹이 자구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 왔던 만큼 현대증권 매각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현대그룹 의사를 배려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힌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세부 조건이 협의 중인 만큼 ‘현대그룹에 득이냐 실이냐’를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안재만 기자 hoonpa@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