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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중단.우리銀 민영화 해법, 결국 토종 PEF에 달렸나.토종 PEF가 납득할만한 SI를 끌고 들어오는 것이 가장 현실적"?

Bonjour Kwon 2016. 1. 18. 07:59

2016-01-18

(서울=포커스뉴스) 중동 국부펀드와의 협상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은행 민영화가 결국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의 손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 18일 인수합병(M&A)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MBK파트너스나 보고펀드 등 토종 PEF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내달 영국과 독일, 싱가포르 등을 돌며 투자설명회(IR)를 열고 직접 세일즈에 나설 계획이지만 인수자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실 중동 국부펀드는 국내 시중은행 다음으로 이상적인 인수 후보였다. 중동 펀드의 특성상 어느 정도 수익률만 보장되면 경영에 크게 간섭하지 않아서다. 또, 중동 펀드를 통해 우리은행의 유럽·중동 진출 및 사업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국제유가 폭락으로 중동 사정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추후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럴 경우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외국계 은행이나 PEF로 우리은행 인수 후보군이 좁혀지지만 상당한 진통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선 한미은행을 인수한 씨티은행이나 제일은행을 인수한 SC은행 사례를 보더라도 외국계 은행이 국내 영업환경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다. 특히 글로벌 본사의 기준이 국내 기준 및 관행과 상충돼 적잖은 내부 갈등을 일으켜왔다. 이에 따라 기존 영업망을 잃는 경우도 흔했다. 따라서 외국계 은행의 인수 시나리오는 우리은행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또, 과거 ‘먹튀’의 아픔으로 외국계 PEF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하다. “우리은행을 유명 외국계 PEF에 매각하는데 흔쾌히 사인할 공무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당국자의 말처럼 금융감독당국 내부는 외국계 PEF에 극도로 부정적이다.

 

국내 정서상 저축은행 및 대부업계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일본계 은행 및 자본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수도 없다. 중국계 자본은 비교적 거부감이 적지만 본격적인 국내 은행업에 대한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아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연초 증시 폭락 등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도 인수 관문을 좁혀놓고 있다.

 

결국, MBK파트너스나 보고펀드 등 토종 PEF가 우리은행 인수전에 나서야 매듭이 풀릴 가능성이 크다. 토종 PEF가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를 내세우는 방법도 가능하다.

 

다만, MBK가 홈플러스 지분을 5조8000억원에 인수하고 차입금 1조4000억원도 떠안으며 여유가 없다는 점과 동양생명과 LG실트론에서 벗어난 보고펀드의 경우 여유는 있으나 우리은행 덩치를 고려하면 단독으로 인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M&A 자문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중은행이 나서지 않으면 토종 PEF 밖에 없는데 단독 인수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거시경제 상황도 나빠지는 상황에서 MBK나 보고 아니라면 우리은행 민영화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이나 PEF에 대한 거부감이 워낙 크다"며 "설령 경쟁입찰 요건을 갖춘다고 해도 상당히 시끄러울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토종 PEF가 납득할만한 SI를 끌고 들어오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이규창 기자 scoop21@focu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