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C.인프라펀드

2015.8월 6개시중은행(+무보보증)이 조성한 2.5조규모 해외 SOC펀드 반년째 실적 '0' 저유가영향?

Bonjour Kwon 2016. 1. 19. 09:32

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공식 출범했지만..건설사 도우려 21억달러 조성.. 중동 경기침체 겹쳐 성과 못내


동아일보 2016.01.19.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출범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해외 인프라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이를 뒷받침해야 할 국내 금융권의 움직임은 제자리걸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 은행들이 건설사의 해외 사회간접자본(SOC) 수주를 돕기 위해 조성한 21억 달러(약 2조5000억 원) 규모의 ‘해외 SOC 펀드’는 반년 가까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 등 6개 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는 협약을 맺고 해외 SOC 펀드를 조성했지만 현재까지 투자 실적이 전무하다. 지금까지 검토된 몇몇 해외 SOC 프로젝트도 결국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SOC 펀드는 6개 은행이 각각 3억5000만 달러 한도로 해외 SOC 프로젝트에 공동 대출하고 여기에 무보가 보증을 해 투자 손실 위험을 줄이는 구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금융회사 해외사업 활성화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해외 SOC 펀드 성과가 부진한 것은 국제유가 급락,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해외 인프라사업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건설사의 수주 ‘텃밭’인 중동은 저유가로 인해 발주처들이 발주 물량을 대거 축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금융사들의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의 부행장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일본보다 높지만 국내 금융사들은 여전히 해외 사업에 필요한 달러를 가장 비싸게 조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수출대금을 부풀려 3조 원대 사기대출을 받은 ‘모뉴엘 사태’로 인해 무보에 대한 은행권의 불신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은행의 부행장은 “행내 투자은행(IB)본부에서 투자를 승인한 프로젝트도 무보가 보증을 한다는 이유로 여신 담당 본부가 승인을 안 해주고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AIIB 출범으로 확대될 아시아 SOC 시장의 금융 수요를 국내 은행들이 선점할 수 있도록 해외 SOC 펀드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위원회는 22일 무보와 6개 은행 담당자들을 불러 해외 SOC 펀드 실적을 점검하는 한편 AIIB 사업 참여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