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속 함정,
기사입력 2016.01.29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대한민국 최고의 자산운용사는 어디일까.’
질문에 대한 답을 판가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다수의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들이 ‘고객의 돈을 소중히 여기며 신중한 투자를 통해 최고의 수익률을 얻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객들의 눈은 한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수치와 데이터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초 기준, 펀드 순자산총액(수탁고공모펀드 기준)이 가장 많은 회사는 25조2923억원의 삼성자산운용이다. 고객들의 돈을 가장 많이 보유하며 굴리고 있는 것이다.
펀드 수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06개로 국내 최고다. ‘다양한 펀드상품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펀드매니저 수로 보면 어떨까. 펀드매니저 수에서는 KB자산운용이 단연 1위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펀드운용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9명을 추가로 채용, 인력을 44명으로 크게 늘렸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국내 리서치분야를 강화하고 발로 뛸 수 있는 인력들을 많이 뽑았고, 멀티솔루션본부를 10월에 처음 조직하면서 자산배분쪽 운용이 가능한 매니저를 3명 더 채용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이렇다. 그러나 단순 통계에는 허점이 있다. 앞서의 통계만을 가지고는 자산운용사와 펀드매니저들의 운용능력, 운용여건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 1인당 펀드 수, 1인당 자산규모 통계가 나왔다. 단순히 ‘많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만큼을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펀드매니저 수가 많아져서 운용펀드 수나 운용자산 규모가 줄어들면 자산운용사들의 펀드 집중도나 운용능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KB자산운용은 인력을 크게 늘린 덕분에, 펀드 순자산 순위 10대 기업 가운데 1인당 펀드 수가 가장 적은 4개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은 9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5개로 많은 수준이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피델리티자산운용(47개), 블랙록자산운용(23개)에 이어 1인당 펀드 수가 3번째로 많았다.
1인당 펀드 설정원본(액)을 비교해보면 삼성자산운용은 7407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7067억원으로 각가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펀드매니저가 1명 뿐인 피델리티자산운용은 1조6032억원으로 최고였다. KB자산운용은 4466억원으로 17위였다.
펀드매니저 수 평균은 11.1명, 1인당 펀드수는 6.3개, 1인당 설정액은 3593억원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통계에도 함정이 있다. 1인당 펀드수나 설정액은 회사의 크기, 펀드 운용규모와도 연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적은 것도, 지나치게 많은 것도 고객들에게는 불안요인이다.
또한 중소형주가 많은 펀드의 경우, 펀드매니저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오히려 대형주 몇 개로만 구성된 펀드나 인덱스펀드보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
여기에 펀드매니저의 도덕성과 윤리성 등은 수치화할 수 없어 운용능력은 단순히 펀드 수와 규모만으로는 따질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에게 있어서 가장 냉혹한 성적표는 ‘펀드수익률’이다. 좋은 영업 여건을 갖춘 것은 수익률 증대에 도움을 주는 요소이긴 하나,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또 시장 환경에 따라 개별 펀드들의 수익률도 천차만별, 평가방법도 다양해 수치로 나타나는 위와 같은 조건들은 참조자료일 뿐, 운용사의 역량이나 펀드매니저 개인의 능력을 단정지어 보여주는 결과도 아니다.
조건과 기준에 따라 하위권의 자산운용사도 때에 따라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한 곳이 자본시장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할 경우 펀드매니저 수와 포트폴리오, 수익률 현황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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