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등세계경제정치사회역학분석

학자금 상환·치솟는 주택값에 밀레니얼세대 집 살 엄두 못내.

Bonjour Kwon 2016. 8. 1. 08:52

2016.07.31

美 주택보유율 51년來 최저 왜?

저성장·실질임금 상승 정체…금융대출 기준도 깐깐해져 전세계 임대 선호현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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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보유율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 비율을 뜻하는 주택보유율은 미국 주택시장이 활황이던 2004년 4분기에 69.2%로 정점에 달한 이후 12년간 가파른 내리막을 걸어왔다. 최근 미국 인구조사국은 올해 2분기 주택보유율이 62.9%에 그쳤다고 밝혔다. 관련 통계를 잡기 시작한 1965년 수준인 62.9%와 같은 수치로 51년래 최저치다. 1965년부터 1999년까지 평균 주택보유율은 64.5%였다.

 

 

 

정원이 딸린 단독주택이나 도심 아파트에서 오붓하게 살려는 미국인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무너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일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택 구입 신규 수요자인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주택 구입 여력이 쪼그라든 점을 첫 번째로 꼽았다. 미국 젊은 세대가 갈수록 커지는 학자금 상환 부담에 내몰려 경제적 독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18~35세 미국인 주택보유율은 34.1%에 그친다. 65세 이상 미국인 주택보유율이 77.9%인 것과 비교하면 세대 간 격차가 상당하다.

 

2009년 미 경기 침체 탈출 이후 미국 주택 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거듭하면서 주택 구입 부담이 커진 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미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신규 주택 구입을 원하는 잠재 수요층의 주택 매입 부담이 한층 커진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원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 매입보다는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 추가된 임대주택 수가 96만7000채에 달할 정도로 임대주택이 늘어난 건 이 같은 임대 수요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주요 도시에서 임대용 주택 공실률이 계속 하락하고 임대료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저성장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 부족도 주택 매입 수요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 미 실업률은 5%를 밑돌아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말하는 완전고용 수준에 다다랐지만 이 같은 실업률 하락이 실질임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질임금 인상률이 높지 않으면서 근로자 소득과 소비 여력이 커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자가 주택을 소유하지 않으려는 미국인들의 심리 변화는 이 같은 미국 경제 불확실성을 대변한다는 진단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2%대 초중반의 저성장에 그치면서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확 떨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로 잠정 집계돼 경제전문가들의 예상치(2.6%)를 한참 밑돌았다. 올 1분기 GDP 성장률도 당초 확정 발표된 1.1%에서 0.8%로 하향 조정됐다. 미국이 3개 분기 연속 2%를 하회하는 분기 성장률에 머물면서 미국 역대 경기 회복 사이클상 1949년 이후 가장 미약한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보다 까다로워진 점도 주택 구입을 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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