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공동개발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탄력…서울 대단지 첫 ‘신탁 방식’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 추진 속도 빨라…해결사로 급부상.신탁 수수료는 부담

Bonjour Kwon 2016. 12. 6. 08:09

2016.12.05

 

(사진)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전경. /이승재 기자

 

[한경비즈니스=김병화 기자] 지지부진했던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기지개를 폈다. 새롭게 꺼내든 카드인 ‘신탁 방식’에 눈길이 쏠린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 후 40년이 지난 고령(?) 아파트다. 여의도에 들어선 최초의 아파트로 24개 동 1790가구 규모다. 2008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추진위원회가 설립됐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무산됐다.

 

다시 8년이 지난 2016년 11월 19일,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한국자산신탁을 재건축 예비 신탁사로 선정했다. 기존 조합 방식이 아닌 신탁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해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신탁 방식의 재건축은 전체 소유주 가운데 75% 이상의 동의를 받은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자로 나서 비용을 부담하며 사업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도 75% 주민 동의를 얻고 내년 초 정식 신탁 계약을 할 예정이다.

 

한국자산신탁 관계자는 “서울 시내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로는 첫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에 탄력을 붙이면 여의도를 비롯한 서울과 수도권 재건축 단지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빠른 사업 추진이 강점…해결사로 급부상

 

‘신탁 방식’ 재건축의 시작은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시행으로 신탁사가 재건축 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정부는 “공공 지원의 역할을 하는 신탁사를 통해 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일반 조합 방식 재건축 사업과 달리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1~3년 정도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추진이 더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탁 방식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서울시 용산구 ‘한성아파트’는 최근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성아파트의 토지 등 소유자들은 지난 9월 말 코리아신탁을 사업 시행자로 선정하고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이다. 또한 서울시 서초구 ‘신반포궁전’ 아파트도 지난 10월 말 신탁 방식 재건축 사업 설명회를 갖고 신탁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2018년 부활하는 ‘초과 이익 환수제’는 신탁 방식 재건축의 인기에 한몫 거들고 있다. 초과 이익 환수제는 조합이 재건축을 통해 얻은 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최고 50%를 분담금으로 내야 하는 제도다.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2006년 도입됐지만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2013년 유예가 시작돼 2017년 말까지 한 차례 연장된 상태다.

 

유예가 끝나면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을 물어야만 하고 재건축 수익은 감소할 수 있다. 초과 이익에 따른 분담금은 분양가가 높은 재건축 단지일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초과 이익 환수를 피하려면 2017년 말까지 관리 처분을 신청해야 한다.

 

한국자산신탁의 분석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면 ‘2016년 11월 안전 진단→2017년 2월 정비구역 변경→2017년 3월 사업 시행자 지정→2017년 4월 시공사 선정→2017년 8월 사업 시행 인가→2017년 12월 관리 처분 인가 신청’의 절차로 진행된다.

 

신탁 방식으로 숨 가쁘게 사업을 진행하면 아슬아슬하게 초과 이익 환수를 피할 수 있다.

 

◆ 신탁 수수료 vs 전문성

 

 

원본보기

전문가들은 초과 이익 환수를 피하지 못하더라도 ‘신탁 방식’의 시도 자체가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의 기대처럼 신탁사가 이끄는 재건축은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한때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미운 오리’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는 사업 주체인 조합의 비용 조달 문제다. 조합은 사업 추진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보통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사로부터 돈을 빌려 쓰고 시공사가 선정되기 전에는 설계 회사 등 작은 협력업체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지원이 없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고 지원을 받으면 돈을 빌려준 업체에 끌려 다니게 되는 구조다. 신탁사의 비용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신탁 방식은 비용에 대한 걱정을 크게 덜어준다.

 

신탁사의 전문성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반 주민이 모여 설립한 조합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전문성 부족은 다양한 사건·사고로 이어지곤 했다. 재건축 사업에 경험이 많은 신탁사가 사업을 대행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투명한 사업 추진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신탁 수수료에 대한 거부감이다. 신탁 수수료는 통상적으로 공사비의 3~4% 정도다. 기존 조합 방식에서는 불필요했던 비용이 추가되는 만큼 토지 등 소유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변선보 법무법인 한별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비전문가인 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며 손해를 보는 것보다 수수료를 내더라도 전문가가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며 “첫발을 내디딘 여의도 시범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순항한다면 ‘신탁 방식’은 새로운 재건축 트렌드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kbh@hankyung.com

 

공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