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은행 새먹거리.해외부동산.항공기금융,SOC.PF)등대체투자.이자 중심의 사업기반 약화 속 부상.아직 걸음마 수준. 대출 성격의 투자에 국한.

Bonjour Kwon 2017. 2. 17. 08:11

[인베스트조선]

 

시중은행들의 자산 증가와 수익성 둔화에 대응할 새 먹거리로 해외 대체투자가 떠오르고 있다. 실제 일부 은행은 지난해 몇몇 투자를 진행하거나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은행이 투자위험이 높은 해외 대체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토양은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의 보수적인 위험관리, 부족한 현지 정보, 시황 변동에 대한 민감성 등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 시중은행은 사상최대에 가까운 호실적을 냈다. 은행의 영업호조에 힘입어 금융그룹 차원의 순이익이 많게는 2015년 대비 30%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실적이 계속 이어질 지는 의문의 목소리가 많다.

 

작년 말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올해는 예상과 달리 금리 상승 동력이 약해진 모습이다. 자본비율 유지 때문에 기업대출은 늘리기 쉽지 않고, 가계대출은 연초부터 성장세가 꺾였다. 미국 새 정권의 경기부양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며 시장금리 상승세도 주춤한 모양새다. 시장 금리와 함께 회복될 줄 알았던 은행 순이자마진(NIM) 회복세도 다시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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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국내, 그리고 이자이익 중심의 사업 구조는 앞으로 더 힘을 잃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IB’ ‘자산관리(WM)’ 등을 화두로 내걸며 새 먹거리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해외 부동산이나 항공기금융, 사회간접자본(SOC),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대체투자는 이러한 주제에 딱 맞는 먹거리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이 기대되고 고객에 다양한 투자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시중은행 중 최초로 해외 항공기금융 투자를 집행했다. 이후 항공기금융은 은행들이 관심을 갖고 살피는 투자 테마가 됐다. 유럽과 중동 지역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주선 검토가 계속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미국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 투자에 대한 6억6000만달러(약 7600억원) 규모의 PF를 주선했고, KEB하나은행도 최근 미국 발전소 PF 투자에 참여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일본의 1400억원 규모 태양광 PF를 주선한 바 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시아 지역 오피스 빌딩 투자를 위해 3~4건의 매물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진출한 지점의 사무실 확보 성격이지만, 안정적 임대료 이익과 향후 자산 가치가 오를 경우 매각에 따른 자본이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처럼 상품을 개발해 부동산 투자금 일부를 고수익을 노리는 고객들로부터 조달할 수도 있다.

 

이처럼 시중은행들이 해외 대체투자의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대체투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걸음마 단계고, 앞으로도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점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은행의 보수적인 위험관리 기조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은행의 본업은 여신과 수신, 그를 통한 약간의 마진 창출이기 때문에 대체투자와는 본질적으로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수익을 내기보다는 위험도를 줄이려는 것이 은행의 본성에 가깝다. 은행의 IB나 해외 사업 담당 부서는 다양한 대체투자를 검토하지만 실제 심사를 통과하는 투자한도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경기의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부담스럽다. 한 시중은행 투자책임자는 “해외 대체투자의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공부도 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선 부동산이나 원자재 등 실물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체투자는 국내에서도 조심스럽고 까다로운 영역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투자하려면 국내와 버금가는 수준의 네트워크와 이해도가 있어야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수준은 그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자연스레 고객에 대한 투자기회 제공이란 명분도 약할 수밖에 없다. 개인 투자금을 모으려면 수 개월간 상품을 구성하고 공을 들여야 하지만 대체투자는 신속성이나 적시성을 요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해외 현지 사정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도가 높아지고 고객들의 해외 투자 관심이 많아져야 본격적인 해외 대체투자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항공기나 PF 등 담보에 기반한 대출 성격의 투자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의 글로벌 전략 역시 대체투자 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대로 해외 점포 확대 및 현지 금융사 M&A 등의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2월 13일 07:00 게재]

 

[위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