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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이 왔다…감세·규제완화 특단대책 모두 꺼낼 때"팬데믹급 감염병 반복우려 의료인프라늘려야.월가 자산가격에거품쌓여…코로나는 방아쇠

Bonjour Kwon 2020. 3. 11. 06:31

 

2020.03.10

역대 경제수장들 긴급진단

 

자영업자 부실이 가장 걱정돼

소득보전 위한 핀셋정책 필요

`현금살포` 재정정책은 부작용

 

팬데믹급 감염병 반복될 우려

이 기회에 의료인프라 늘려야

 

친노동·반기업 정책기조 전환

기업 국내투자·고용확대 유도

 

 

◆ 코로나發 경제충격 ◆

 

ㅡ차 조선 항공 최악

ㆍ라면 생수 등 생필품은 사재기에 선방

 

역대 경제 관련 부처 수장들은 현 코로나19 사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블랙 스완(Black Swan) 출현과 같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 세계를 덮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인 만큼 정부가 특단의 처방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모든 정책을 짜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과거 사스나 메르스가 종료된 이후 경기가 V자 반등을 했던 것처럼 경제를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재정이든 통화정책이든 과감한 '돈 풀기'도 생각해볼 것을 제안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도 "소비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현금 살포' 수준의 과감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유가 환급금 제도 같은 소득 보전 정책이었다"고 소개했다.

 

 

 

소비 진작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지금 상황에서 추경은 불가피한데, 현재 11조원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며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고 한국 경제도 이중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에 보다 과감한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안한 재난소득에 대해서도 불가피성을 인정했다. 박 전 총재는 "비상사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본소득 개념으로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것은 옳지 않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 등을 타깃으로 중위계층 이하에만 1회에 한해 지급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총재는 또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 항공업, 여행업이나 자영업 등에 한시적인 소득세·법인세 감면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금 살포식 재정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제 원로들 목소리도 많았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아동쿠폰·노인일자리쿠폰 등 일회성 현금 살포식 추경에 대해 "지금이라도 쿠폰 살포를 줄이고 의료·방역 시스템에 대한 투자비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형 바이러스는 한두 번으로 그칠 게 아니기 때문에 얼마나 선진 의료시스템을 갖추느냐에 따라 글로벌 투자처로서 국가 경쟁력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게 윤 전 장관 시각이다. 한덕수 전 총리도 같은 시각이다. 한 전 총리는 "지금은 한정된 재원 안에서 우선순위를 잘 선별해야 하는 민감한 시기"라며 "지금 추경 계획보다 마스크와 음압병실, 치료 등 의료 쪽에 좀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통상적인 금융위기는 단기 유동성이 부족할 때 많이 생기고 경제위기는 급격한 수요 위축로 촉발되는데, 이번 사태는 그동안 경험한 위기 상황을 훨씬 뛰어넘는 악재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강력한 한 방의 정책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초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은 넘쳐나고 있어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현재 처한 어려움을 진단했다. 아울러 그는 "인간 몸으로 치면 우리 경제는 지금 '전신마비' 상황인 만큼 특정 부위만을 치료하는 것만으로 건강이 회복될 상황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또한 재정만을 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태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어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만큼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도한 재정 정책은 미래 세대에게 짐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우려했다.

 

전광우 전 위원장은 "지금의 문제는 공포감과 불안감 때문에 돈이 돌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불안감을 줄이고 적극적으로 소비·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동 규제 완화, 법인세 감축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세금 인하 등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 않으냐"며 "우리 정부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투자, 소비, 수출 등 경제 성장 3대 축을 가로막던 각종 규제 장벽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많았다.

 

윤상직 전 장관은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반기업·친노조 행보에 돌이켜보고 기업 활동에 저해가 되지 않는 선진 노사시스템 구축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윤 전 장관은 "현 정부 들어 지속된 친노동·반기업 정책으로 인해 이미 기업 활력은 떨어져 있었다"며 "코로나19 창궐 전부터 우리 경제는 '기저 질환'을 앓고 있었던 셈"이라고 진단했다.

 

[김강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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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격에 거품 쌓여…코로나는 방아쇠일 뿐"

장용승 기자

입력 2020.03.10

 

월가 글로벌증시 진단

◆ 코로나發 경제충격 ◆

 

증시와 유가가 동시에 폭락하며 블랙 먼데이를 재현하자 주요 글로벌 경제매체들은 '나쁜 일은 늘 한꺼번에 온다'고 우려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 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하면 지금 닥친 위기는 생산·소비·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동시다발로 악재가 터져나온 복합 위기에 가깝다. 과거 위기는 부채 증가로 인한 금융위기였다. 이번엔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셧다운'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구멍이 뚫렸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북미 대륙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전 세계 소비를 꽁꽁 얼렸다.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한계치까지 기준금리를 내려놓은 탓에 이제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여유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시킨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각자도생' 등 정치적 움직임으로 인해 국제 공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잉 기대감이 '거품'을 만들어 위기의 토양을 형성했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기술에 선제적으로 자금이 몰려 자산 가격이 과도하게 높아졌는데, 하필 이때 코로나19가 덮쳤다. 금융투자업체 캔터피츠제럴드 수석 마켓전략가인 피터 세치니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주가가 폭락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11년간 누려온 강세장이 끝났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방아쇠'였을 뿐이며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투자자들이 거품 낀 보유 자산을 정리할 시점을 찾고 있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수습된 이후에도 소비심리는 살아날 수 있지만 붕괴된 공급망을 재건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심각성은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급하게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에서 드러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가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