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양판점,대형슈퍼/롯데쇼핑

고전하는 롯데지만…(쇼핑 실적 75%↓·점포 200개 정리…)자신에 찬 辛 "새 성장동력 캐내겠다"화학·호텔 공격적 M&A 예상언택트·한국판 뉴딜 투자 거론

Bonjour Kwon 2020. 5. 21. 08:17
2020.05.20 20:25

신동빈 두달만에 첫 대면회의서 `정면돌파` 의지

황각규·송용덕 등 11명 소집
"역사적 전환점서 다시 출발"

소극적 위기관리 메시지 아닌
미래지향·긍정적 액션 `평가`
◆ 신동빈의 '포스트 코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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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장 이후 두 달여 만에 국내 대면회의에 나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성장 사업을 발굴·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태에서 신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위기 속에서 움츠러들기보다 새로운 기회를 찾으라는 주문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해석된다.

적극적이다 못해 공격적인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앞으로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신사업으로는 기존 화학·호텔 외에 언택트·모빌리티 사업 등이 거론된다. 특히 화학 사업의 해외 역량을 강화하고, 호텔도 미국 등에 거점호텔을 추가로 만들겠다는 얘기다.

지난 19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임원회의에서 신 회장은 "코로나19로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에 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임원회의에는 신 회장을 포함해 그룹 최고위급 경영자 11명만 참석했다. 참석자는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윤종민 경영전략실장, 추광식 재무혁신실장, 정부옥 인사실장, 오성엽 커뮤니케이션실장과 그룹 김교현 화학BU(부문)장, 강희태 유통BU장, 이영호 식품BU장, 이봉철 호텔BU장 등이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하나는 변화에 맞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하고 이에 대해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코로나19가 종식돼도 기존 생활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며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법칙과 게임의 룰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상되는 트렌드 변화와 사업 성장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미래 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일본에서 귀국한 신 회장은 자택에서 2주간 자가격리한 뒤 18일부터 잠실 롯데월드타워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동안은 일본과 국내에서 영상회의를 통해 경영 현안을 챙겨왔으며 주요 임원진과 대면회의를 하는 것은 2개월 만이다.

당초 신 회장이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위기 관리' 메시지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비교적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가 나와 롯데그룹 내외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롯데그룹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허리띠를 더 졸라매자는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신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면서 롯데가 국내외 기업 M&A 시장에 적극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계 5위 기업이라는 지금의 롯데를 만든 데는 위기 때마다 알짜 기업을 사들인 과감한 베팅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편의점 '로손'을 인수하고, 카드 대란으로 국내 경제가 혼란에 빠졌던 2003년 현대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이듬해에는 KP케미칼(현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을 사들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8년부터 3년간 말레이시아 국영 석유화학사 타이탄, 두산주류BG,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등 롯데가 진행한 M&A 딜은 국내외를 통틀어 총 22건에 달한다.

이날 회의에서 신 회장이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보다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신 회장은 "이번 위기만 잘 넘기자는 식으로 안이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는 우리가 쌓아온 경쟁 우위가 그 힘을 잃게 될 수도 있다"면서 "다시 출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치열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롯데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신 회장이 주목하는 것은 우선 화학과 호텔이 될 전망이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3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하면서 "히타치화성의 매각 입찰에 참여해 고액을 제시했지만 탈락했다. 다른 곳에도 유력한 기술을 가진 기업이 많아 기회를 찾고 있다"며 일본 화학기업에 대한 M&A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 "한국 중심이었던 호텔 사업은 세계로 확대한다"며 "1만5000개가량인 객실을 M&A 등을 활용해 5년 뒤 3만개로 늘리겠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가정하고 올해 2·3분기에 미칠 영향력을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필요시 그룹의 경영 계획 수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장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기존 핵심 사업을 기반으로 한국판 뉴딜이나 언택트, 모빌리티 분야 등에서 타 기업과 협업하거나 신규 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다.

한편 신 회장은 6월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돼 4월 1일 취임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시행 중인 해외 입국자에 대한 2주간 자가격리 조치를 감안하면 늦어도 다음달 초에는 일본으로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정 기자 /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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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실적 75%↓·점포 200개 정리…`힘겨운 롯데`
박대의 기자
입력 2020.05.20 17:36 수정 2020.05.20 22:56


면세점·호텔 등 코로나 직격탄
신동빈 반전카드에 `시선집중`
◆ 신동빈의 '포스트 코로나' ◆

올해 들어 롯데는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자산개발 등 주요 계열사가 업종을 불문하고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신동빈 회장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힘겨움' 그 자체다.

특히 핵심 사업인 유통에서 타격이 크다. 국내 유통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롯데쇼핑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4.6% 급감했다. 맏형 격인 롯데백화점 실적이 악화되면서 마트, 슈퍼 등의 식료품 판매 증가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호텔롯데 상장 계획도 올해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년간 카드, 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호텔롯데도 올해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큰 폭 감소하면서 호텔과 면세점 수요가 급감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 1분기 매출은 1조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5% 줄었다. 영업손실은 79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체 매출 중 80%를 차지하는 면세사업이 부진한 탓이다. 롯데면세점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5% 줄어든 8762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작년 1분기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호텔 사업 역시 올해 1분기 객실 점유율이 10%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영업손실 638억원을 기록해 적자폭이 커졌다. 롯데월드도 관광객 감소로 1분기 167억원대 적자를 냈다.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롯데케미칼도 실적 악화가 심각해졌다. 국제 유가 폭락에 이어 국제 정세가 불투명해 실적 전망이 좋지 않다.

지난달 온라인 통합 쇼핑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 이베이코리아 등 기존 업체에 SSG닷컴 등 경쟁사들의 세력 확장 속도도 빨라지면서 롯데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신 회장이 앞서 롯데쇼핑 구조조정을 언급하면서 변화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신 회장은 올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120개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정리할 계획인 점포만 약 200개에 달한다. 쇼핑의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에서 오프라인 매장 구조조정을 통해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폐점하는 오프라인 매장 증가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숙제로 남는다. 롯데는 사업 재편을 위한 구조조정으로 당장 감원 계획은 없다는 방침이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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