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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붙은 원격혁명 :"10년치 혁신 미리왔다…韓기업 앞서갈 기회"

Bonjour Kwon 2020. 7. 6. 06:14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신찬옥 기자
입력 2020.07.05

RPA는 디지털 혁신? 인재관리 관점에서 접근해야
신찬옥 기자
입력 2020.06.11 17:55

코로나 후 원격근무가 '뉴노멀'
RPA가 필수 아이템으로 정착

◆ 불붙은 원격혁명 (上) ◆

"24시간 일하는 로봇사원? 혹시 내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아닐까."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대가 열리면서 이 같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장 자동화가 블루칼라 노동을 대체하는 혁신이었다면 RPA는 화이트칼라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 올 들어 회사당 도입 규모가 크게 늘면서 기업의 직무구조 전체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RPA를 도입한 일본 등에서도 이미 겪었던 일이다.

예를 들어 3명의 직원이 전담하던 업무를 RPA가 대체하게 되면 회사는 이 직원들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업무에 재배치해야 한다. 몇 대 투입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지만 수백 대, 수천 대로 늘어나면 많은 직원들이 영향을 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RPA를 도입하기 전에 이 같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사무 자동화와 디지털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RPA를 정보기술(IT) 전담부서가 아닌 인재관리(HR)팀에서 맡아 회사 인적자원을 최적화하고 전체 업무구조를 혁신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RPA는 코딩이 필요 없이 누구나 반나절만 배우면 기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대다수 사무직들이 업종에 관계없이 엑셀을 활용하듯, 누구나 RPA를 활용하는 시대가 2~3년 안에 열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직까지 RPA 도입을 둘러싼 갈등은 두드러지지 않았다.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귀찮은 일을 맡길 수 있는 로봇비서를 채용해준다'는 관점으로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 절감 효과'가 아닌 '도우미 지원 효과'다. RPA 도입이 효율적인 분야는 이 밖에도 많다.



숙련된 경험이 필요한 생산공정에서 선배들의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신입사원들에게 그때그때 알려주고, 대체인력이 와도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RPA솔루션이 대표적이다.

원격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일하는 방식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일상이었던 회의나 자료 공유 방식, 근태 관리와 업무평가까지 많은 부분이 디지털로 전환되고, 그 과정에서 RPA의 영역도 확장될 전망이다.

신대현 유아이패스코리아 상무는 "RPA는 이미 전체 시스템으로 확장돼 기업에 꼭 필요한 플랫폼으로 진화했고,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능들이 빠르게 추가되고 있다"면서 "기업뿐 아니라 개인 역량 개발 차원에서라도 RPA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찬옥 기자]
ㅡㅡㅡ
SKT·KT 전사업부 로봇사원 채용한다
임영신 , 이용익 기자
입력 2020.06.11 17:53 수정 2020.06.1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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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업계, RPA 직접 개발·사용
1000대씩 도입하는 금융사도
◆ 불붙은 원격혁명 (上) ◆

SK텔레콤과 KT가 전 사업부에 인공지능(AI) 기반의 '로봇사원'을 채용하기로 했다. 재무, 회계, 인사관리뿐만 아니라 영업, 제조, 연구개발 등 모든 기업활동에 AI 기반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적용해 원격혁명과 사무혁신을 이뤄내겠다는 포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원격근무가 '뉴노멀'이 되면서 똑똑한 사무 자동화를 이뤄내는 RPA가 산업계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이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집에서 10~20분 거리에 있는 거점 오피스로 출퇴근할 수 있게 근무 방침을 정하면서 모든 부서에 RPA를 도입·적용할 것을 최근 공지했다.



을지로 본사에선 AI로봇사원이 단순 반복 업무 위주로 처리하고, 직원들은 장소의 제한 없이 자유롭게 근무하면서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한국은 영국이나 미국, 일본 등보다 RPA 도입이 늦었지만, 빠른 속도로 다양한 활용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RPA를 사용해본 개발자들이 현장의 욕구를 반영해 맞춤 기능을 추가하거나 자체적으로 로봇 SW를 개발하기도 한다. 삼성SDS와 LG CNS, SK(주)C&C 등 SI 업체들은 이미 다양한 RPA를 자체 개발해 그룹사와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문서 분류나 검증 등 일부 업무에 RPA를 적용했다.

KT는 올해를 'RPA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43개 계열사와 6만1000여 명의 임직원이 모두 RPA를 사용할 수 있도록 RPA 제작 플랫폼 '마이봇'을 도입했다. KT는 직원들의 RPA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난 4월 RPA사무국을 설치했다.



지난해 RPA를 일부 도입했던 한 금융사는 로봇사원 채용 규모를 올해 1000~2000명 선으로 대폭 늘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사원들이 사람의 반복 업무를 덜어주면 종전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배가되고 출퇴근 부담을 덜 수 있다. RPA가 원격 혁명의 촉매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신설한 DX(디지털 전환)담당 조직을 통해 RPA를 확대할 계획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올해 통신사업의 핵심인 네트워크 운영·관리와 B2B(기업 간 거래) 부문에 RPA를 도입해 올해 연간 6만시간을 절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RPA시장은 부쩍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조사기관 HfS리서치는 전 세계 RPA 시장 규모를 작년 23억4500만달러(약 2조7900억원)에서 2022년 43억800만달러(약 5조1300억원)로 전망했다.




VR로 "자세 좋아요"…실습수업도 원격 되네

입력 2020.06.19 1
동서울대, 3D 아바타 강의
동영상보다 몰입도 높아

◆ 불붙은 원격혁명 (中) ◆

동서울대에서 `드론 코딩`을 수강하는 한 학생이 VR 헤드셋을 쓰고 원격 강의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동서울대]
동서울대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이번 학기 동안 제대로 된 대면 수업을 할 수 없었다.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줌(Zoom), 유튜브 등으로 대면 수업을 대체했지만 일부 수업에서는 조금 독특한 시도도 있었다. '드론 코딩' 과목을 듣는 드론창의융합트랙 학생들은 이번 학기 가상현실(VR)을 기반으로 한 확장현실(Extended Reality·XR) 비대면 온라인 강의에 참여했다.

이 수업에서 사용된 솔루션은 국내 기업 서틴스플로어가 개발한 XR클래스(XR CLASS)다.



VR 게임을 제작하던 업체인 서틴스플로어는 동서울대와 협업하며 교육 시장으로 시야를 넓혔고 유니티 게임 엔진 기반의 XR클래스를 제작했다. VR 기반의 업무 회의 솔루션을 만들려던 원래 계획을 수정해 최대 40명까지 세계 어디서든 가상 강의실에 접속해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XR클래스를 이용하면 3D XR 사운드 기술이 적용된 가상환경에서 고음질 인터넷 전화(VoIP)를 기반으로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김준호 동서울대 VR교육센터 센터장은 "동영상 강의에 비해 몰입감이 높아서 이런 방식의 수업을 들어보고 싶다는 의견이 90%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HMD를 착용한 뒤 테이저건을 들고 주취자를 제압하는 VR 사격 훈련의 경우 실제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 교수들도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난 서울, 상대는 뉴욕…3D 가상 회의실에서 진짜처럼 '콘택트'
홍성용 기자
입력 2020.06.19 17:31 수정 2020.06.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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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사용량 10배…가상현실 솔루션 '스페이셜' 써보니

이용자 사진 기반 아바타 띄워
직접 만난 듯 생생한 몸짓·대화
회의자료도 자유자재 3D 구현

이진하 CPO "전세계가 사무실
기기 경량화 등 단점 보완중"



◆ 불붙은 원격혁명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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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셜의 VR 솔루션을 활용해 뉴욕에서 재택근무 중인 이진하 CPO와 홍성용 매일경제 기자가 각자의 아바타로 3차원 가상 회의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아바타는 본인의 사진을 이용해 얼굴 생김이 닮았고, 상체만 구현된다. 가상공간에서 배낭 시제품 등 원하는 이미지를 3D 이미지로 띄울 수 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는 펜을 이용해 체크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스페이셜 VR 캡쳐]
"사무실로 직접 출근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아바타'로 가상현실(VR) 속 회의실에 입장만 하면 됩니다. 내가 앉아 있는 곳이 어디든 사무실이 되는 원격근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진하 스페이셜(Spatial) 공동창업자(최고제품책임자·CPO)가 "줌(Zoom)과 같은 영상회의 애플리케이션(앱)의 활용도가 높아졌지만 제대로 된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영상회의를 할 때) 참여자가 5~6명만 넘어가도 양방향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 상대방의 존재를 느끼면서 유대감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게 소통"이라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와 상관없이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소통할 수 있는 증강현실(AR)·VR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근무 형태의 뉴 노멀"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셜의 VR 협업 플랫폼을 활용해 미국 뉴욕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이 CPO를 기자가 직접 만났다. 먼저 스페이셜 웹사이트에서 3D 아바타를 만들었다. 이름을 정하고 성별을 선택한 뒤 증명사진을 업로드했다. 사진을 올린 지 10초가 지나자마자 기자와 얼굴이 같고 반팔티를 입은 아바타가 나타났다. 양손에 컨트롤러를 쥐고,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를 머리에 쓰자 순식간에 VR 세계로 들어갔다.

산 꼭대기에 위치한 별장의 넓은 거실이 눈앞에 펼쳐졌다. 원목 테이블과 창문 위까지 늘어진 화분이 실제와 똑같았다. 미리 접속해 기다리는 이 CPO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이 CPO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검지로 컨트롤러를 한 번 건드리자 손을 움직여 그와 악수할 수 있었다.



이 CPO는 "자연 풍광이 수려한 곳에서 일하고 회의하는 것을 상상하지 않느냐"면서 "건축가와 함께 상상 속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두어 차례 손짓하자 허공에 스크린이 띄워졌다. 스크린 위로 배낭 스케치와 배낭 사진들이 나란히 놓였다. 그 앞으로 세 개의 배낭 모델이 나타났다. 배낭은 크기를 키우거나 줄일 수 있었다. 최대로 크기를 확대해 세부 디자인을 살펴보거나, 형광펜을 꺼내 직접 고쳐야 할 부분을 표시할 수 있었다.

거실 한편에는 공룡 3D 이미지가 놓여 있었다. 원하는 이미지를 검색해 고르기만 하면 눈앞에 3D로 띄워졌다. 이 CPO는 "눈앞에서 바로 3D 이미지를 띄우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통 오류가 줄어든다"며 "바로 옆에서 회의하는 것과 같은 생동감이 든다. 논의 내용도 최종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별도 자료를 정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30분 남짓 VR 기기로 인터뷰하자 머리에 쓴 기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이 CPO는 "AR·VR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올해 3분기에는 100g이 채 안되는 초경량 AR 글라스가 나올 것"이라며 "기기가 무겁고 갑갑하게 느껴지는 문제는 단시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CPO는 코로나19가 원격근무 시대를 강제로 앞당겼고,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근무 형태가 출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전 세계 많은 근로자가 3개월 이상 원격근무를 경험했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기를 쓰는 것만으로 만남이 가능해진다면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출장 가서 호텔을 잡는 것보다 비용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업무나 교육의 기회를 바꾸면서 지역 간 격차를 줄일 것이라고 봤다. 그는 "홀로그램을 이용하면 책상이 아무 데나 생기는 셈"이라며 "세계 어느 지역에서 살더라도 멀리 떨어진 곳에 내 아바타를 보내 출퇴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비대면 원격근무가 빠르게 자리 잡는 가운데 현장성을 가미한 VR·AR 솔루션이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스페이셜의 AR·VR 협업 솔루션은 코로나19 직전(올해 1월)과 비교해 사용량이 지난 2~4월 중에 10배 이상 폭증했다. 포천 1000대 기업 중 30%가 솔루션을 문의해왔고, 이 중 10%가 스페이셜을 이미 사용해봤다. 현재 스페이셜은 LG유플러스, 엔리얼, 퀄컴 등과 손잡고 5G를 기반으로 하는 AR 협업 솔루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R 홀로그램 솔루션에 집중해왔던 스페이셜은 코로나19 이후 오큘러스 VR 버전을 내놨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VR 공간에서의 만남이 활용도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코로나로 생산라인 마비되자…로봇사원이 현장 달려가 해결
신찬옥 기자
입력 2020.06.11 17:55 수정 2020.06.1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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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원격근무에 RPA 확산…2년내 '1인 1로봇 시대'

의사결정 가능한 'R팀장' 등
중간간부급 RPA 빠르게 확산
작년엔 인턴·신입이었다면
올해는 과장·팀장급 역할

인사·재무 등 단순업무에서
영업·제조현장 등 핵심 투입
◆ 불붙은 원격혁명 (上)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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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만종의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A사는 최근 '팀장급 로봇'을 채용했다. 일명 'R팀장'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하고 있어 다른 '로봇사원'보다 뛰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판단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다. R팀장은 매일 1만여 종의 상품 가격 변동을 스크리닝하고 오늘의 할인 제품을 리스트업해 영업사원들에게 알려준다.

자체적으로 5% 할인 판매 권한을 부여받은 김인철(가명) 매니저는 부서장에게 추가 할인이 가능한지 자주 묻는 타입인데, R팀장은 김 매니저의 할인 문의 패턴을 파악하고 해당 부서장에게 추가 할인 가능 여부를 알아서 올려준다. R팀장 덕분에 김 매니저는 매일 아침 할인 결재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자체 생산 공정과 전국 판매 대리점을 확보하고 있는 중견 제조업체 B사 대표는 최근 모든 직원들에게 로봇비서를 붙여주라는 '특명'을 내렸다.



인턴이나 보조사원 역할을 하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RPA)'를 말한 것이다. 이 회사에는 공장별 생산량과 제조 공정 일지, 전국 대리점 판매 현황과 재고 내역 등 매일 쏟아지는 데이터를 정리해 보고하는 업무가 많았다. 사람이 입력하고 편집하느라 몇 시간씩 허비해야 했던 단순 업무를 로봇사원에게 맡겨 자동화하기로 B사 대표가 결심한 것이다. 직원들이 단순업무 부담을 덜게 돼 보다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로봇사원들이 기업에 속속 채용되면서 대한민국 '원격 혁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사람이 접근할 수 없었던 곳에 움직이는 로봇을 보내 원격 조종으로 현장을 수습했던 것처럼 이제는 산업 전반에서 로봇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챗봇 기능이 탑재된 RPA가 도입된 후 콜센터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보안과 고객 서비스 때문에 유연근무가 어려웠던 금융권에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때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했던 지방에 생산 거점을 둔 모 대기업 계열사는 자가격리 등으로 직원들의 제조 현장 방문이 어렵게 되자 RPA를 투입해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로봇사원을 활용해 업무를 원격 처리한 셈이다.

직원들이 을지로 본사 대신 집에서 10~20분 거리의 거점 오피스에 출근토록 해 근무 혁신을 꾀하겠다고 선언한 SK텔레콤은 아예 전담 부서를 두고 각 사업부에 특화된 '맞춤 RPA'를 만들어주겠다고 나섰다. RPA는 사람 업무를 대신해주는 솔루션으로, 단순반복 업무를 덜어줘 직원들의 원격근무 여건을 한층 수월하게 만들고 있다.

RPA는 디지털 혁신 차원에서 테스트하는 수준이던 초기 도입기를 지나 올해부터는 본격 성장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안에 '1인 1로봇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RPA를 일부 업무에 투입했던 한 금융사는 효과가 검증되자 올해 로봇사원 채용 규모를 1000~2000명까지 늘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RPA 솔루션 빅3 기업(유아이패스, 블루프리즘, 오토메이션애니웨어)의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한국 RPA 시장의 지난해 성장률이 300%에 달하고 코로나19가 강타한 올해도 20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RPA 최적화를 조언해온 조명수 한국딜로이트그룹 파트너는 "대한민국 대기업은 거의 100%, 중견·중소기업은 절반 정도가 RPA를 접목했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RPA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없어졌다"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경영진이 RPA 추가 도입을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PA 도입 초기에는 인사·재무, 단순반복 업무 등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됐지만, 점점 다양한 기능이 접목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인턴이나 신입사원 수준에서 불과 1년 만에 과장·팀장급 업무까지 할 수 있게 됐다는 비유가 가능하다. 사무 지원 영역에 머물렀던 RPA가 영업이나 고객 응대 같은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최근에는 제조·생산 현장에도 적극 투입되는 추세다. 조 파트너는 "초기에는 로봇사원에게 팔과 다리 정도만 있었다면 이제는 눈(영상 판독)과 귀(음성 인식), 두뇌(AI)까지 생겼다"며 "사람과 점점 비슷하게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비즈니스 과정 중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 프로세스에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자동화하는 것을 뜻한다. 로봇과 인공지능, 드론 등 인간의 일을 대신해줄 수 있는 기술 발전이 폭발적으로 이뤄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 불붙은 원격혁명 (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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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이렇게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적이 없었다.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K무비, 방탄소년단(BTS) 열풍이 몰고 온 K팝, 코로나19 극복 모범 사례로 꼽히는 K방역을 보라. 한 가지 아쉬운 건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이 발 빠른 디지털 혁신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을 차례다."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는 원격혁명 시대에 필요한 기술은 모두 4차 산업혁명에 포함돼 있던 것이고, 10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질 변화가 코로나19로 10년 앞당겨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갑작스럽게 원격근무 시대를 맞은 기업들은 업무 분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각자 따로 근무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노릴 방법은 없는지, 직원 평가 시스템은 어떻게 고쳐야 할지 고민이다. 최 교수는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이라는 목표에 대해 작년까지는 예산 범위 내에서 성장의 마중물을 붓는다는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지금은 전력 질주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면서 "개인·기업·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적응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다만 엄청난 기회의 그늘에는 혁신을 따라잡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있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재교육할 시스템을 만들어 직업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찬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