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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회장 허창수 GS그룹,…적자 시달리고 신용등급마저 추락 ,STX에너지인수로 승부수. 동사의 자회사 부실이 우려. 승자의 저주가 될수도

Bonjour Kwon 2014. 2. 24. 09:54

2014 2. 24

계속 시끄러운 GS그룹

 

GS그룹이 연초부터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그룹 실적이 악화돼 민감한 상황에서 주요 계열사들마저 줄줄이 악재에 시달리는 중이다. GS칼텍스는 여수 기름 유출 사고 수습으로 골치 아픈 와중에 신용등급까지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고, GS건설은 대규모 적자 여파로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룹 계열사 중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은 GS칼텍스다. 최근 전남 여수 낙포동 원유 부두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GS칼텍스가 주민 피해보상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한 게 큰 타격이 됐다. 업계에서는 보상금을 포함한 총 피해 규모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보상 범위와 액수를 산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바다에 기름이 유출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양식장, 관광산업 등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는데 피해 범위와 피해액 산정에 대해 GS칼텍스와 피해 어민 간 적잖은 갈등이 예상된다. 피해 어민들은 어업권 전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데 비해 GS칼텍스 측은 이번 기름 유출 피해로 ‘검증’받은 부분에 대해서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사고는 2007년 충남 태안 앞바다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와 묘하게 닮아 있다. 당시 삼성중공업의 책임 소재와 피해 규모 산정 등이 맞물려 온갖 소송전이 펼쳐졌고 논란 끝에 삼성중공업이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3600억원을 보상키로 했다.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지난해 영업이익(9142억원)의 3분의 1가량을 고스란히 보상금 지급에 써야 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S칼텍스 입장에서도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충남 태안 앞바다 사고 못지않은 보상금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월 7일 GS칼텍스 신용등급을 ‘Baa2’에서 ‘Baa3’로 강등했다. Baa3는 무디스의 등급 분류 기준상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다.

 

무디스는 강등 이유에 대해 “GS칼텍스 핵심 사업인 정유와 파라자일렌 영업이 구조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 물량의 6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 인도, 중동 생산이 늘면서 앞으로 12~18개월 동안 경영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해외 생산 증설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S칼텍스 매출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다. 이 때문에 GS칼텍스 입장에선 은행에서 돈을 빌려 거래한 후 일정 기간 후 갚는 ‘유전스’ 금리가 높아질 위험이 커졌다. 향후 신용등급이 오를 때까지는 원유 거래할 때 자금을 차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낮아진 신용등급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 GS칼텍스의 경영 지표는 울고 싶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1조4048억원, 영업이익 649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81.4% 줄었다. 당기순손실은 1031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5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012년 9월부터 계속해서 GS칼텍스 세무조사를 하고 있어 세금 부담까지 가중될 수 있는 처지다.

 

STX에너지 부실 자회사, 그룹에 부담

 

양정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으로 GS칼텍스 정유 부문 실적이 당분간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올해 GS칼텍스 순이익이 급감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GS건설도 어려움을 겪긴 매한가지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등 핵심 자산을 매각하려고 나선 동시에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도 검토하고 있다.

 

GS건설은 자회사인 파르나스호텔을 통해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 지분의 67.56%를 보유하고 있다. 이 호텔 장부가격은 4000억원대지만 시장가격은 7000억원대를 넘나든다.

 

업계에서는 호텔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서울 합정동 모델하우스 부지와 GS건설의 수처리 자회사인 스페인 이니마를 매각할 것이란 소문도 나돈다. 합정동 모델하우스 부지는 GS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 인근에 위치해 매각 가치가 2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이니마는 GS건설이 수처리 시장 진출을 위해 34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업체다. GS건설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 규모가 5000억~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관련 임세정 GS건설 차장은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과 서울 모델하우스 부지 몇 곳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스페인 이니마 매각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유상증자도 준비 중이지만 시기, 규모, 방식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에 나선 건 그만큼 사정이 다급해서다.

 

GS건설은 지난해 해외 저가 수주 여파로 매출 9조5815억원에 영업손실 9373억원을 기록하며 최악의 시절을 보냈다. 순차입금은 2조5000억원에 달하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만 5200억원, 부채비율도 276%를 넘나들 정도로 불안한 모습이다. 올해도 그다지 전망이 밝지 않다. GS건설은 주택 경기 불황에도 아파트 분양 물량을 지난해 3000여가구에서 올해 1만2000가구로 대폭 늘린 상태다.

 

“해외 부실은 어느 정도 상쇄됐지만 주택 부문 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크다. 2009년 이후 5년간 주택 관련 손실만 1조원에 이른다. 아직 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12개 현장,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어떻게든 분양에 성공해야 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 게다가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 상당 부분을 직접 조달해야 하는데 회사 기대만큼 분양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이선일 아이엠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얘기다.

 

다른 계열사 사정도 다들 썩 좋진 않다.

 

편의점과 슈퍼마켓 사업을 하는 GS리테일도 실적 부진 우려에 시달린다. 정부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라 그나마 잘나가던 편의점 GS25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드러그스토어(화장품, 의약품, 잡화를 취급하는 복합점포) GS왓슨스는 2012년 26억원 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에만 4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GS홈쇼핑도 실적이 그저 그렇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58억원으로 2012년 대비 8.4%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20% 이상 줄었다.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에 겨울 상품 판매가 부진하면서 실적이 하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GS그룹은 그나마 에너지, 발전 부문에 희망을 걸고 있다. 지난해 어렵게 인수한 STX에너지를 통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발전 사업 운영은 물론이고 해외 발전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얘기했다.

 

사실 GS그룹은 그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대우인터내셔널, 대우조선해양, 하이마트 등 야심 차게 뛰어든 알짜 매물 M&A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자금 여력은 넉넉하지만 과감한 베팅을 하지 못해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발전업계 알짜 매물로 꼽히는 STX에너지 인수를 통해 그동안의 설움을 한 방에 날렸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그룹 차원에서도 이미 발전 사업을 해왔지만 LNG 복합화력발전에 치우친 만큼 STX에너지의 동해 북평 석탄화력발전은 발전 사업을 다각화할 수 있는 기회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물론 STX에너지 인수가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다. ‘자회사 리스크’가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TX에너지 자회사인 태양광 모듈업체 STX솔라와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STX에너지캐나다는 연간 100억원 이상씩 순손실을 내고 있다. STX솔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만 130억원을 넘었고 부채비율도 600%를 넘어섰다. 캐나다 혼리버 지역 가스전을 보유한 STX에너지캐나다 역시 지난해 상반기 138억원 순손실을 냈고 부채비율은 1700%에 달한다. 북미지역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가스가격이 급락해 STX에너지캐나다 가스 판매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GS칼텍스 정유 사업 수익성이 낮아진 만큼 그룹 입장에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STX에너지가 추진하는 발전 사업을 캐시카우로 키우려 하겠지만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 수 있다. 가뜩이나 전경련 회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을 받는 허창수 회장은 머릿속이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 귀띔은 GS그룹의 흔들리는 오늘을 여실히 보여준다.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45호(02.18~02.25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