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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사 대체투자 족쇄 채운다 .기재부 정책과 역행…파장 예고

Bonjour Kwon 2014. 3. 21. 16:05

2014.03.20

 

해외 부동산 투자와 인수·합병(M&A)시장에서 주요 전주(錢主) 역할을 해왔던 보험회사들의 활동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국민연금·새마을금고 등 다른 기관투자가처럼 크고 작은 M&A와 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직간접적으로 자금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보험사들의 리스크 강화를 목적으로 대체투자 규제에 관한 초안까지 마련하고 조만간 이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8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안)`을 만들어 주요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 배부했다. 금감원은 이들 보험사들의 의견을 모아 모범규준안을 완성해 이르면 상반기 내 시행을 고려 중이다.

금융당국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체투자 시장이 급성장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높고 국제적으로도 리스크관리 강화 등 감독이 강화되는 추세라 모범규준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사·기관투자가·사모투자펀드 업계 등에서는 자칫 과도한 규제가 투자 위축을 불러 올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규정하는 대체투자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보험회사에 발송한 `보험회사 대체투자 리스크관리 모범규준(안)`은 크게 △제1편 총칙 △제2편 대체투자 리스크 관리체계 △제3편 자산배분과 한도관리 △제4편 대체투자에 대한 실사(Due deligence) 및 심사 승인 △제5편 대체투자에 대한 모니터링 및 사후관리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제1편 총칙 제2조에 대체투자라 함은 사모투자(Private Equity), 헷지펀드(Hedge Fund), 사회간접자본(SOC), 부동산, 상품(Commodity), 구조화 상품 및 기타 신종투자상품 등 기존의 전통적인 투자 이외의 새로운 투자자산(해외자산 포함)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관계자들은 이 중 SOC 투자와 구조화 상품까지 대체투자 범위에 넣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SOC 투자는 도로, 항만, 철도, 댐, 가스, 에너지 등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직간접적인 투융자로 실제로 금융업계에서 오랫동안 대출형태의 투자로 안전하게 인식돼 왔다. 시중은행이 SOC 투자에 적극 나서는 점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구조화 상품 투자 역시 투자수익률이 금리, 신용, 주가, 환율 등 기초자산 가격에 연동되는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투자로 비교적 안전해 대체투자로 분류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규준안 중 제4편 대체투자에 대한 실사(Due deligence) 및 심사 승인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제10조(심사 및 승인) 3항에 건별 300억원 이상의 대체투자 또는 해외대체투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리스크관리위원회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규정을 넣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는 보통 그 기업의 사외이사까지 참석하는 위원회라 절차의 복잡성·비용 등을 고려해 1년에 2, 3번 열릴까 말까 할 정도다. 보험사를 비롯해 금융기관,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탈 회사 등 투자 업무를 하는 곳들은 이미 투자하기 전 자체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을 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M&A 업계 핫 이슈였던 ADT캡스 뿐 아니라 경영권을 수반하는 바이아웃 형태의 딜에는 300억원 이상 투자하는 게 빈번한데 그때마다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열고 승인을 받아야 하면 투자 타이밍을 놓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해외 대체투자에도 규제가 생긴다. 제10조(심사 및 승인) 2항에 해외 대체투자의 경우, 현지 사정에 정통한 외부전문가(시장조사기관, 신용평가기관, 감정평가법인, 투자전문기관 등)의 평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해 놨다. 만약 이 규정이 시행될 경우 국내 기업과 공동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려는 사모펀드 등에 투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정부가 중소·중견 기업의 해외 기업 M&A 활성화를 위해 국민연금 등을 통한 코파펀드 조성에 문을 열어줬는데 이 펀드의 활용방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제4편 제9조(실사) 내용을 살펴보면 투자자산에 대해 실사를 원칙으로 하며, 실사는 현지 조사 또는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사모펀드 운용사) 방문을 원칙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전문기관의 검토보고서 등을 통해 검토가 가능한 경우에는 실사를 생략할 수 있지만 그 근거를 검토보고서에 명시하도록 돼 있다.

 



특정 보험사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만든 블라인드 펀드에 주요 투자자(LP)로 참여할 경우 그 펀드로 투자가 이뤄질 때마다 MBK파트너스에 직접 방문해서 실사를 해야 하는 셈이다. 이미 대부분의 LP들은 정기적으로 자신들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를 방문해 실사를 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대형 보험사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역마진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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