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동향>**********/현대상선그룹

현대그룹, 지주사 체제 '시동' 남은 과제는.글로벌 최상단, 현정은 지배력 견고..현대엘리·상선 부실 지분 해소 관건

Bonjour Kwon 2014. 10. 10. 11:29

 

2014년 10월 08일 더벨

 

현대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 매각을 완료하면서 새로운 지배구조를 그리기 시작했다. 현대글로벌을 최상단에 위치시키며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알렸다. 이로써 오랜 기간 적대적 M&A 등 위협에 시달렸던 현정은 회장의 불안한 경영권을 보다 견고하게 만든 모양새다.

 

다만 완벽한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지분 매입, 자산 매각 등 추가적인 작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는 계열간 연결고리에서 지분율의 약세가 상당수 엿보이고,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한 완벽한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글로벌을 내세운 새로운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현대로지스틱스를 최근 오릭스에 매각 완료하면서 기존 순환출자 고리(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가 완전히 끊겼다. 대신 현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현대상선→나머지 계열사로 이어지는 새로운 구도가 완성됐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현대글로벌은 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거듭났다. 애초 지분율은 59.2%에 불과했지만 현대상선과 현대유엔아이가 보유하고 있던 현대글로벌 지분을 모두 현 회장 및 친인척들에게 넘겼다. 현 회장이 430억 원을 들여 현대글로벌 지분 91.3%를 매입했고 딸 정지이 전무(7.9%), 정영선 씨(0.6%), 정영이 대리(0.2%) 등 오너 일가가 도합 100% 지분을 확보했다.

 

아울러 현대글로벌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5.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현 회장 등의 현대엘리베이터 우호지분은 19.5% 가량. 현 회장과 현대글로벌 지분을 합치면 현대글로벌 지배 지분율은 총 35.3%까지 올라서게 된다. 기존 현대글로벌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0.5%에 불과했다.

 

여기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연결고리는 현대상선으로 이어진다.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율은 25.3%. 마켓벤티지, 나티시스, 케이프포춘, 대우조선해양 등 소위 '백기사'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율은 12.6%이고 현대글로벌 역시 7.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도 3.2%가 있다. 현대그룹 관련 현대상선 우호지분율은 총 35.6%다.

 

나머지 현대그룹 계열들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현대상선 하에 고스란히 남겨졌다. 주요 회사만 살펴보면 현대아산(67.6%), 현대엔앤알(49%), 현대유엔아이(27.3%), 현대부산신항만(50%), 현대경제연구원(35%) 등이 현대상선 지배구도 아래 있다. 매각을 추진 중인 현대증권도 아직까지는 현대상선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남아있는 상태다.

 

현대그룹은 이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의 면모를 완벽히 갖춘 모습이다. KCC, 현대중공업과 경영권을 다퉈왔던 일명 '숙부의 난'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있어왔던 현 회장의 불안한 지배력이 이로써 안정적으로 탈바꿈했다. 특히 적대적M&A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던 현대상선 지배력이 크게 올라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현대그룹이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하게 된 데는 지난해부터 진행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자리잡고 있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대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현대증권을 보유할 수 없는 처지였다. 지주회사 체제로 돌입하면 이처럼 쉽게 경영권 방어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미뤄왔던 이유다.

 

지난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현대그룹은 보유 중이던 금융 3개사를 매각하겠다는 자구계획안을 내놨다.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3개사를 매각하고 약 1조 원대 유동성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계획안에 포함시켰다. 결국 자구안을 내놨을 때부터 이미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염두에 뒀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여러 부문에서 약점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완벽한 경영권 방어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일부 계열에서 추가적인 지분이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현대글로벌에서 현대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지분율이 아직까지 약하다. 현 회장 등이 직접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보유하기 보다는 현대글로벌을 통해 지분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엿보이다.

 

아울러 현대엘리베이터에서 현대상선으로 이어지는 직접 보유지분의 약세도 눈에 띈다. 특히 현대상선 주식을 연계한 파생상품계약을 모두 해지하기로 결정한 만큼 직접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밖에 없다. 현재 파생상품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율은 약 5% 정도. 이를 모두 해지하게 되면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우호지분율은 30%까지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의 추가적인 현대상선 지분 늘리기가 불가피하다.

 

한편 현대증권 매각도 성사시켜야 할 문제다. 지주사체제 전환이 완료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2년 내에 보유 금융회사의 매각을 마무리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기간을 연장해줄 수 있지만 요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때문에 현대글로벌을 지주사로 앞세운 지주사 체제 전환에 시동을 건 만큼 현대증권 매각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