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사.건설사

골프장 때문에…" 골머리 앓는 건설업체들.제주 세인트포CC'는 시공업체인 한라.코오롱글로벌 공사대금 2700억원 춘천 '산요수웰니스카운티'인수등

Bonjour Kwon 2014. 9. 24. 07:26

 

2014.09.24

 

#2007년 36홀 규모 골프장과 콘도미디엄을 갖춘 '제주 세인트포CC'는 시공업체인 한라에 1000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개장 3년 만에 실질적인 지배권을 넘겼다. 한라가 뛰어들었음에도 적자는 계속됐고 결국 올해 법정관리에 돌입했다.

 

#코오롱글로벌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2700억원이 투입된 54홀 규모의 강원도 춘천시 '산요수웰니스카운티' 골프장을 인수했다. 시행사는 결국 부도났고 골프텔 등 추가로 진행할 예정이던 개발사업 부담까지 코오롱글로벌이 떠안게 됐다.

 

23일 건설업계와 M&A(인수·합병)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기업들이 공사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골프장을 인수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설비용이 적지 않은데다, 공급 과잉 여파로 골프장 수익성마저 낮아 정상경영도 어렵기 때문이다. 건설업체들이 어쩔 수 없이 인수한 골프장들은 PF(프로젝트 파이낸스) 채무뿐 아니라 회원권 채권 등의 문제로 결국 되팔기 위한 매각 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한라의 경우 이달 19일 법정관리 중인 세인트포CC의 최대 채권자 에니스(시행사)에 신청한 회생계획안이 통과됐다. 지난해 10월 처음 회생계획안을 제출한 지 약 1년만이다. 수백여 회원들이 보유한 회원권(채권)을 모두 보장받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라는 앞서 세인트포CC의 정상경영을 위해 빚을 떠안기도 했다. 올 초 추진했던 매각작업이 어려워지자 금융비융 부담을 줄이기 위해 530억원의 채무를 인수했다. 지난해부터 중국기업에 매각을 시도했지만 금액차이로 성사되지 못했다. 한라는 특히 3800억원 가량의 채무를 지고 있는 세인트포CC 외에도 600억원대 PF채무을 갖고 있는 '여주 세라지오CC'를 계열사로 편입해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산요수웰니스카운티' 시행사인 에이엠엘앤디로부터 325억원의 채무를 인수하는 등 정상경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애를 먹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특히 지난 6월 공기업으론 처음으로 법정관리에 돌입한 태백관광개발공사 오투리조트 지분도 18.1%나 가지고 있다. 오투리조트는 이자를 포함해 총 1700억원대의 채무를 지고 있다.

 

2300억원대 경남 사천시 '타니CC'를 인수한 삼부토건도 M&A시장에 매물을 내놓은 상태다. 700억원 가량의 PF금액과 공사비 850억원을 포함해 감정가는 약 1700억원대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올 상반기 시행사인 장락개발로부터 부채를 포함해 2900억원대 강원도 홍천 '클럽모우CC'를 인수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골프장 정상화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강원 춘천시 '파가니카CC'에 발목이 잡혀있다.

 

공사대금 대신 골프장을 인수한 일부 건설업체의 경우 사업 초기 투입된 대규모 자금과 골프장 수익성이 낮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골프장 건립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상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수익성이 낮다"며 "사실상 사업초기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골프장을 매각을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골프장은 465곳으로, 전년에 비해 5.7% 늘었다. 특히 2004년 이후 10년간 191곳에서 465곳으로 143.5% 급증했다.

 

골프장 M&A전문업체인 KS레저 김기세 대표는 "초기 투입비용이 크기 때문에 사실상 사업성이 개선되기는 힘든 구조"라며 "공사비와 금융비용 등을 고려하면 손해를 보고 매각을 하거나 어쩔 수 없이 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진행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트위터 계정 @mton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