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기업 매칭(코파)펀드

대기업 코파펀드, M&A 활용도 부진.동원, 국민연금 승인 못 받아 테크팩솔루션 인수에 활용 불발.코파펀드와 최초. 계약조건과 맞지않아

Bonjour Kwon 2014. 11. 13. 07:46

[11월13일 1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동원그룹이 테크팩솔루션 인수에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Corporate Partnership Fund; 코파펀드) 대신 지분 유동화를 활용했다. 코파펀드 계약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국민연금의 승인을 받지 못한 까닭이다.

 

동원시스템즈 등에 따르면 동원시스템즈는 테크팩솔루션 인수 대금 2500억원 중 1400억원(지분 56%)을 전부 은행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남은 금액 중 600억원(지분 24%)은 동원산업 자회사인 스타키스트(Starkist)가 책임졌고, 500억원(지분 20%)은 테크팩솔루션 보통주를 유동화한 자금으로 충당했다.

 

이큐파트너스는 자기자본투자(PI) 형태로 투자 구조를 변경했다. 에스러셀제이차의 자본금으로 10억원을 출자했다. 이는 이큐파트너스 자체 신용으로 조달한 금액과 일부 외부 자금으로 마련했다.

 

에스러셀제이차는 테크팩솔루션 보통주 36만4970주(20%)를 기초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담보부대출(ABL)을 통해 각각 300억원, 170억원을 조달했다. 여기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한 사모전환사채 20억원까지 포함해 총 500억원을 확보했다.

 

당초 동원그룹은 코파펀드(펀드명: 동원 KDB EQP 글로벌 투자파트너십)에서 500억원을 인수금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동원그룹은 지난 2012년 국민연금과 코파펀드 조성 계약을 체결했다. 국민연금의 출자 약정액 2900억원과 운용사 출자금 1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다.

 

동원그룹과 펀드 운용사인 산업은행, 이큐파트너스는 투자 집행을 위해 국민연금에 승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를 허락해주지 않았다. 계약 조건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한도 비중이 완화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줬다. 코파펀드는 국내 기업의 해외 M&A를 위한 펀드이기에 국내 투자는 제한돼 있다. 펀드 목적 외 예외 한도는 20%다. 국민연금은 코파펀드의 타기업 해외투자 한도는 풀어줬지만 국내의 경우 현행 규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동원그룹과 펀드 약정을 맺을 때 동원엔터프라이즈, 동원산업, 동원F&B 등 식품계열사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타 계열사는 공동투자가 불가능했다"면서 "동원시스템즈는 신용등급도 BBB+로 낮은 등 투자 조건이 안 돼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큐파트너스는 코파펀드 승인이 나지 않을 것에 대비해 다른 구조를 들고 나왔다. 인수대금 납입일도 10월 31일에서 10일 앞당긴 지난달 21일에 끝냈다.

 

이큐파트너스 측은 "여러 사정으로 인해 코파펀드 투자 승인을 못 받았다"면서 "예외 규정들이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지만 잘 안 돼 다른 구조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동원시스템즈 관계자도 "동원그룹이 코파펀드 투자 건이 없어서 이번 기회에 활용하고 싶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이큐파트너스는 거래 구조를 바꿔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1400억원의 금액은 동원시스템즈 자체 은행차입으로 충당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거래를 두고 코파펀드의 제약사항들이 투자 부진을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투자에 우호적이지 못한 가운데 코파펀드 계약 조건이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는 평가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코파펀드 계약을 맺은 대기업 상당수가 오너일가 이슈와 대표이사 변경 등 이슈로 M&A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실제 2012년 이후 코파펀드 투자가 집행된 건은 손에 꼽는다. 올 4월에는 국민연금이 나서 코파펀드 투자 현황 등을 점검하고 운용사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국민연금 코파펀드는 총 12곳이지만 GS건설의 이니마(Inima) 인수와 KT&G의 길림한정인삼유한공사 투자가 거의 전부다. 테크팩솔루션 거래는 세 번째 코파펀드 투자가 될 뻔했지만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이서윤·김진성 기자 s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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