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두산그룹.계열 두산캐피탈.JC플라워에 매각두고 금융권PEF(미래에셋, IMM, 하나대투 등 전현지임원4명에 200억민형사소 )와 갈등,

Bonjour Kwon 2014. 12. 24. 07:28

2014.12.24

 

두산그룹이 금융 자회사인 두산캐피탈 처리를 둘러싸고 금융권 사모펀드(PEF)들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2011년 두산캐피탈 유상증자 과정에서 500억원을 출자했던 미래에셋PE, IMM PE, 하나대투PE 등과 매각 방식에 대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전언입니다. 부실대출 증가, 실적 악화 등으로 취약해진 두산캐피탈을 하루 빨리 팔아 그룹 신인도 하락을 방지하겠다는 두산그룹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현재 미국계 사모펀드인 JC플라워와 두산캐피탈 매각 협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골드만삭스 파트너 출신인 주니어 크리스토퍼 플라워가 설립한 JC플라워는 전세계 14개국 32개 금융회사에 15조원을 투자한 금융회사 전문투자 PEF입니다.

 

양측은 대략적인 매각 방식을 협의하는 한편, 또 다른 두산캐피탈 대주주인 미래에셋, IMM , 하나대투 PE 등을 설득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JC플라워가 두산측에 제 3자 지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0억원을 출자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면서 “다음달 말까지 이같은 조건에 대한 나머지 대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오지 않으면 두산캐피탈 인수에 응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안다” 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셋 등 다른 금융권 PEF들은 JC플라워와 두산그룹이 합의한 방식에 반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JC플라워가 두산캐피탈의 현재 주식 액면가(5000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신주를 취득하는 조건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JC플라워는 두산캐피탈 지분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주주로 올라서지만,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8분의 1토막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래에셋(8.53%), IMM(7.36%), 하나대투(5.76%) 등의 두산캐피탈 지분률 21.76%가 3% 내외로 쪼그라들게 되는 구조인 것이죠.

 

그러면 두산은 왜 이런 조건에 동의한 것일까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두산캐피탈의 사정이 너무 안좋기 때문입니다.

 

삼성, 현대, 대우, 한국중공업이 합작 출자해 1995년 설립한 연합캐피탈이 전신인 두산캐피탈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빠르게 부실화됐습니다. 두산그룹 편입 전인 2005년 까지만 해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과 3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냈던 두산캐피탈은 2010년부터 매년 수백억원 이상 적자를 내는 회사가 됐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1000억원 이상 당기순손실을 봤고, 올해 들어서도 300억원 이상의 적자(9월말 기준)를 보고 있습니다. 2010년 2조원대를 넘어섰던 자산은 지난 9월말 94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습니다. 핵심 영업지표 악화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영업기반이 급속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게 외부의 시각입니다.

 

이런 이유로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하고,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매겨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시장에서 자금을 빌려 대출영업을 하는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이 BBB등급대로 떨어진다는 것은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JC플라워가 주식매수가 아니라 유상증가 방식으로 두산캐피탈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약 2조원에 이르는 두산캐피탈의 부채를 같이 인수하는 마당에 두산그룹에 현금을 지급하기 보다는 유상증자를 실시해 회사 자본력을 보강하는 것이 향후 영업력을 확대하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두산그룹이 우선 두산캐피탈의 부실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미래에셋 등 금융권 PEF들이 두산측이 제시한 매각조건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이들은 두산캐피탈 부실화의 주된 원인이 과도한 계열사 지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미래에셋, IMM, 하나대투 등 PEF들은 지난 10월 두산캐피탈 전현직 경영진 4명에 대해 200억원대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두산건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대출을 해준 것이 주주이익을 침해하면서 그룹 계열사를 도운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고소 이유입니다. 두산측이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부실 책임을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떠넘기려고 한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라 합니다.

 

두산측은 그룹 차원의 지원이나 외부 차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JC플라워의 자본 유치안을 거부하면 두산캐피탈의 존속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논리로 설득에 나섰지만, 주주인 PEF들의 반응은 싸늘하다고 합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닥친 유동성 위기를 PEF를 통한 자본유치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금융권의 협조를 얻는 방식으로 극복해 왔다”면서 “두산측이 두산캐피탈 매각 과정에서 PEF들의 불만을 어떻게 달랠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측은 “두산캐피탈에 대해서는 현재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정원석 기자 lllp@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