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합투자기구관련 제도,법규등

1600억 稅폭탄 부동산펀드 뒤집힌 판결 들여다보니,안전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역.금융위원회조연한 '극'?재판부는 금융위와서울시의오락가락질타

Bonjour Kwon 2015. 8. 6. 07:56

2015.08.06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재판부 정부 부조리 조목조목 비판]

1600억원대 세금 부과로 자산운용업계를 도산위기에 몰아넣었던 부동산펀드 과세 논란은 안전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역을 맡고 금융위원회가 조연을 담당한 한 편의 '부조리극'으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행정법원의 행정 11부는 지난달 24일 삼성SRA·동부·흥국·엠플러스자산운용 등이 서울시 산하 강남·종로·서초·용산·중구청 등을 상대로 제기한 110억원 규모 부동산펀드 취·등록세 부과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지자체의 손을 들어준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의 지난 6월 17일 판결이 뒤집힌 것이다. ▶관련기사 본지 7월 25일자 23면 "[단독]1600억 부동산펀드 稅폭탄, 이번엔 운용사 승소" 참조

 

5일 머니투데이가 확보한 서울행정법원의 행정 11부의 1심 판결문을 보면 정부가 주도한 부동산펀드 과세건이 얼마나 무모한 시도였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세부적인 내용은 이렇다. 정부는 2001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조세법특례법을 고쳐 당시 간접투자자산운용법(간투법, 현재는 자본시장법)상 부동산펀드가 매입한 부동산이면 취득세의 절반(2010년부터는 30%로 축소)을 깎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2013년 말 대구시의 한 구청이 문제제기를 했다.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법에는 기존 간투법 시절 사후 약관보고만하면 되던 부동산펀드를 금융당국에 등록하도록 했는데, 등록이 완료되기 전 펀드의 부동산매입에 대해서도 세금을 감면해줘야 하느냐는 내용이었다. 세법취지와 무관한 행정절차의 흠결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대해 지방세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자본시장법상 펀드 등록시점을 감면 기준으로 유권해석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일제히 자본시장법이 바뀐 이후 5년치 부동산펀드의 거래서류를 뒤져 등록이전 매입 부동산에 감면된 세금을 환수하고 나선 것이다. 그 규모가 자그만치 1600억원이다.

 

자기자본이 많아야 수십억원에 불과한 30개 자산운용사들은 일순간 도산위기에 몰렸다. 가산세를 물지않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은행빚을 내 환수세액을 납부했지만 탁상행정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부동산펀드는 사모로 펀드자금을 모집한 뒤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인데, 유망매물이 나오더라도 2주 이상이 소요되는 등록시점을 기다리면 자칫 매물을 놓쳐 펀드자체를 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법인 공펀드(고객의 신탁자산 납입없는 서류용 껍데기펀드)를 구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재판부도 이같은 정부의 부조리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과세건의 핵심인 세법상 취득세 감면규정은 '자본시장법상 부동산펀드가 펀드자산으로 취득하는 부동산'이라고만 했을 뿐 등록여부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간투법이 자본시장법으로 바뀐 것일 뿐 감면의 취지에는 아무 변화가 없으며 등록여부를 감면요건으로 확대해석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특히 2001년 시행된 조세특례제한법은 부동산 간접투자에 세제를 지원해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그런데 등록을 마친 뒤 부동산을 취득해야만 한다면 부동산시장 활성화라는 입법취지를 거스르는데다 부동산매입 뒤 펀드를 등록한다고 취득세를 감면해주지 말아야할 하등의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같은 사모펀드 등록제의 문제점 때문에 사후보고제로 되돌리는 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점도 거론했다. 여기에 자본시장법이 부동산펀드를 등록하도록 한 것은 투자자 보호가 목적인데 정부가 이를 빌미로 조세감면을 취소하면 되레 투자자보호에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금융위와 서울시의 오락가락 행보도 질타했다. 금융위는 2011년 "부동산펀드 등록여부는 펀드와 펀드 재산인정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업계의 질의에 답했지만 정작 사고가 터지자 거대부처 안행부의 위세에 꼬리를 내렸다. 서울시 역시 2011년 같은 요지의 유권해석을 내렸다가 이를 한순간에 뒤집었다. 재판부는 "(당시) 관계기관의 견해와 반대되는 해석을 하는 것은 펀드 업계 당사자와 투자자 신뢰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표현은 우회적이지만 실상 금융위와 서울시의 무책임을 비판한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본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규제완화를 운운하지만 한쪽에서는 줄어든 세수를 채울 욕심에 자신들이 세운 법률도 무시하고 업계가 희생될 과세에 나선 것인데 이런 정부를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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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훈 기자 searc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