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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투자 시대]② 수수료 3분의1로도 `훌륭`…자산관리 .핀테크 전문 자산관리 스타트업 대형증권사등과제휴

Bonjour Kwon 2015. 10. 14. 07:49

2015.10.14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네이버(035420),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G마켓, 옥션같은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상품이 다양하게 제시된다. 고객은 포털을 통해 어느 사이트의 상품이 저렴한지 한 눈에 비교하면서 본인에게 맞는 쇼핑을 할 수 있다. 소위 `지식쇼핑`이라는 개념이다.

 

국내 증권사들이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도입하려는 모델도 바로 이처럼 인터넷 포털과 유사한 `플랫폼`이다. 증권사는 고객에게 계좌를 개설해 주고 소형 자문사 여럿이 입점한 투자 장터를 만들어 고객의 입맛에 맞는 투자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가장 이른 시기인 연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KDB대우증권(006800)에 계좌 개설과 상품 이용에 대해 도움을 구해 간접 체험해 봤다. 다시 설명하면 증권사는 플랫폼 역할만 한다. 이 플랫폼을 이용하려는 고객은 우선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자신의 투자성향과 목표수익률, 투자자산 배분에 대해 일일이 입력한다. 이를 통해 어떤 자산에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개인 포트폴리오를 짜 준다.

 

그 다음은 자산 선택이다. 자문사에 따라 투자 자산이 다양하다. 고객 입장에서는 국내 투자자산과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로 선택해도 되고 아예 귀찮으니 어떤 상품으로 운영하든 상관없이 매달 10% 정도 수익률만 내 달라고 설정해도 된다.

 

가장 큰 강점은 증권사의 기존 서비스 대비 3분의 1 가량 낮은 수수료율이다. 국내 A증권사의 P상품의 경우 채권혼합형과 적극투자형에 따라 0.8~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아직 서비스 출시 전이라 확정은 아니지만 국내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수수료율을 0.5% 내외로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의 경우 베터먼트는 0.15~0.35%, 뱅가드는 0.3%를 받고 있다. 찰스 슈왑은 전용계좌를 활용할 경우 아예 수수료가 전액 면제된다.

 

로보 어드바이저 업체 AIM이 실제 500만원으로 지난 4월 말부터 모의투자를 한 결과 기존 상품의 수익률보다 6%포인트 더 높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4월 말 위험자산(ETF) 75%, 안정자산(해외채권 등) 25%의 비중으로 상품을 굴렸는데 7월 초 그리스 발 유럽 금융위기 이후 위험자산(ETF) 50%, 안정자산(해외채권 등) 50%로 각각 조정했다. 이후 9월 중순 중국 증시 폭락이 있었고, 9월 말 기준 최종 수익률은 3%였다. 같은 기간 유사한 구성의 한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 수익률은 -3%였다.

 

오인대 KDB대우증권 파트장은 “고객마다 성향과 자산이 다르기 때문에 가급적 다양한 자문사의 상품을 구축해 놓는 것이 핵심”이라며 “어떤 고객은 고위험 고수익 상품을, 어떤 고객은 은행 이자보다 높은 5% 정도의 수익만 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계좌에 입금하면 개인이 짠 포트폴리오대로 주문이 개시된다. 자문사는 우선 포트폴리오대로 상품을 운용하되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필요한 변수를 설정해 투자 위험에 대비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 현황을 PC와 모바일로 매달 한 번 가량 받아볼 수 있다. 자문사에 따라서는 통장처럼 수시 입출금도 할 수 있다.

 

해외 업체와 달리 국내 증권사들이 플랫폼 모델로 우선 시작하는 것은 일단 생소한 서비스이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시장이 성숙할 경우 해외처럼 증권사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시나리오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파트장은 “은행 이자로 여윳돈을 만들기 힘든 저금리 시대에 직접 투자에 위험을 느끼는 소액 투자자를 겨냥한 상품”이라며 “퀀트처럼 특정 대상을 위해 알고리즘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고객을 특화했기 때문에 다양한 투자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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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 전문 자산관리 스타트업 AIM 이지혜 대표 인터뷰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과거 커피, 담배는 상위층만 즐겼는데 대량 생산, 유통 혁신으로 여러 사람이 즐기게 됐다. 로보 어드바이저 역시 IT 혁신을 통해 소액투자자도 소수의 거액 자산가들처럼 자문을 받으면서 투자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핀테크 전문 자산관리 스타트업 AIM(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http://getaim.co/)을 이끌고 있는 이지혜(사진) 창업자 겸 대표이사는 12일 서울 청담동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로보 어드바이저 투자는 미래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꾼 혁신적인 상품”이라며 “투자의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받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저렴한 수수료로 자산을 불려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창업한 스타트업 AIM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고객 자산을 불려 주는 핀테크 전문 자산관리사다. 따끈따끈한 새내기 회사이지만 KDB대우증권, 한국예탁결제원과 손잡았고 다른 금융투자회사들과도 제휴를 추진 중이다.

 

한글날 연휴 기간 동안 밤을 새 서비스를 점검했다는 이 대표는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에 대해 “간단히 말해 대형 운용사의 최고운용책임자(CIO)가 내리는 결정을 로봇이 대신 해 준다고 보면 된다”며 “기존 퀀트 투자에서나 적용되던 고급 투자 방법론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해 소액 투자자들에게 투자 수익을 되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로보 어드바이저와 비슷한 알고리듬을 사용하는 퀀트가 ‘소수 고객들의 거액투자’라면 로보 어드바이저는 ‘다수 고객의 소액투자’다. 운용사 한 곳 기준으로 보면 퀀트가 1000여명의 투자자들이 1000억원대의 금액을 투자한다면 1000만명의 투자자들이 수 백만원을 투자하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AIM은 베타 서비스 사이트를 개설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현재 1000명이 신청한 상태다. 14일에는 2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iOS) 첫번째 베타버전을 배포한다.

 

이 대표의 이력을 보면 기술과 금융, 벤처캐피탈 등을 두루 거치며 의도하지 않았으나 핀테크 시대를 위해 달려온 것처럼 보인다. 미국 쿠퍼유니온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씨티그룹, 아카디안의 자산운용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하버드 대학원 SSP(Special Student Program) 계량경제학 전공을 이수하고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을 취득했으며 미국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 및 보스턴컨설팅그룹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전문 투자자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프로들도 모든 시간을 쏟아 부어 수익을 추구하는 시장에서 개인이 생업에 종사하면서 종목과 펀드를 고르는 것은 힘겨운 싸움이며 기술의 힘으로 투자를 대신해 수익을 내 주는 것이 로보 어드바이저의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이 대표는 “예를 들어 농산물, 에너지, 채권 등에 좋은 투자 기회가 있지만 리테일 투자는 이런 상품에 접근하기 힘들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높은 수수료가 아까워 직접 투자하지만 정보 비대칭이 극대화된 환경에서 직접 투자에 나섰다가는 삶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공학도는 누구나 인류에게 어떤 선물을 안겨 줄까를 고민하는데 학부 때 특별 입학을 통해 한국(서울대)에서 공부하면서 기술 못지 않게 재무와 경영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로보 어드바이저는 기술과 경영을 두루 배운 내가 이 세상에 줄 수 있는 선물”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